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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41호(12월)

[독계비] 원도의「경찰관 속으로」를 읽고

   [讀.啓.肥(독.계.비)]는  ‘독서로 계명을 살찌우자’라는 목표로 릴레이 독서 추천 형식으로 꾸며가는 코너입니다.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소감과 함께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그 사람은 추천받은 책을 읽고 난 후 또 다른 책을 본인이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김민정(유아교육학과)양에게서  「회계 천재가 된 홍대리: 3를  천받은 박선호(경찰행정학과) 「경찰관 속으로 인설(행정학과)군에게 추천합니다.

  이 책은 매일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파출소나 지구대에서 일하시는 경찰관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미디어든 현실이든 언제 어디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그들을 접하지만, 그 속의 고뇌와 고통들은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그들이 하는 일이 당연하다거나 흔한 일들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이름 없는 사람을 만나고 폭력에 노출되고 부당함에 맞서다 쉽게 부서질 수도 있는 이들이 경찰관이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경찰의 일원으로서, 경찰조직을 칭찬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문제점을 짚으면서도 우리 사회에서 당연시 되지만 그렇지 않아야 될 부분들을 돌아보게 만들고, 경찰에 대한 무분별한 혐오에 대해서도 일깨우게 해준다. 이해하고자 하여도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러지 못했던 우리들에게 담담히 일화들을 들려주며 함께 고민하게 만든다.   

  사건 현장에는 꼭 남겨진 인물이 있기 마련이다. 존재하지만 주목받지 못하며 방치되어가는 인물은 바로 가정폭력 현장에 남겨진 아이들이다.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들은 문제 행동을 일으킨 부모에게 다가서서 사건을 처리한다. 그 뒤의 아이들은 눈동자에 생기를 잃은 채로 어찌해야 할 바를 눈물만 흘리며 모르고 서있다. 아빠가 화가 나서 옷을 다 찢어버려 속옷 차림으로 경찰을 맞이하는 아이, 깨진 술병의 유리에 다칠까 봐 거실로 나오지 못하고 방안에만 있던 아이, 아빠에게 폭행당하던 엄마를 지키려고 하다 손바닥이 찢어진 아이처럼 아주 많은 상황이지만 같은 상처를 가진 아이들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 경찰관들은 세상을 살아가는 어른으로 너무나 미안하지만, 정작 부모는 미안함을 모른다는 냉정한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고뇌에 휩싸인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벗어날 방법도 마땅치 않은 아이들이 부모 없이 세상을 살아가기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겪지 말아야 할 세상을 본 아이들이 또 다른 세상을 마주할 때 과연 어떤 눈으로 바라볼 수 있을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나중에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나라의 미래를 책임지라며 말할 수 있는 자격은 있는 걸까. 

 

  그리고 세상에는 사람의 마음에 화살을 쏘고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무전취식으로 파출소에 잡혀오면 벌금도 낼 돈 없다며 뻗대는 사람이 전자발찌를 차고 있고, 자신의 가족에게는 한없이 다정하지만 음란물 헤비업로더였던 사람도 있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지만 공통점은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관들은 많은 성범죄자들을 보면서 누구보다 당당하게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 또한 마주한다. 그럴 때 마다 경찰들은 감히 생명에 여러 가지 기준을 들이밀며 누군가는 나라에서 보호해줘야 하고, 누군가는 죽어도 마땅하다는 기준을 특정 지을 수 있을까. 이러한 현장의 중심에 있는 그들은 어떤 기준을 세워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이 사회의 정의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할 뿐이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화살을 맞아 피를 흘리던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고 일어나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살아가길 바랄 뿐이다.  

  현장에서 아주 죽을 뻔한 위험을 겪고, 순직하시는 경찰들이 있다. 조현병 환자가 쇠파이프를 휘둘며 돌아다녀 경찰관들이 출동하였는데, 지원요청을 하자마자 그의 머리로 쇠파이프가 날아왔다. 동료의 손짓이 아니었다면, 맞고 쓰러져있었을 것이다. 당시 권총을 지니고 있지만, 범인에게 권총을 쏘았다가 모두 유죄판결을 받은 많은 선배들의 판례를 알고 있는 한 실제로 권총을 쏠 수 있는 경찰관은 결코 없을 것이다. 그 날 그들이 할 수 있던 강제조치는 없었고, 진정하길 기다리며 집으로 인계한다  그리고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정신병원에 응급입원으로 인계하면 다음 날 가족들이 와서 퇴원시킨다 피해자를 위해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일이 일어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너무도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막상 일이 터졌을 때 책임의 대상은 경찰관 개인이고, 경찰 조직 또한 그를 보호해주지 않는다. 계속해서 겪다보면 경찰관들이 배우는 것은 바로 비겁함이다.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무력감이 자기를 삼켜도 비겁함으로 무장하고 더욱 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결국 현장을 벗어난다. 곤란한 상황에 처 할 가능성이 적은 부서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비겁함을 먼저 배운 주변의 사람들, 그리고 자기 자신을 보며 가장 괴로울 것이다. 그들이 목소리를 내고, 불편함을 회피하지 않을 수 있도록 사회와 법이 나서서 도와줘야 한다. 비겁함을 벗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경찰들에 대한 이슈는 한 해에 몇 번씩 시민들이 찍은 동영상이 올라오며 그들의 태도를 비난한다. 사실 비난이라면 양반 수준이고 경찰은 온갖 저급한 욕설을 갖다 붙여도 어색하지 않을 단어가 되었다.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치안을 가진다는 것을 한국의 자랑거리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피땀 흘려 일하는 한 사람의 노고는 인정해주지 않고, 그들의 월급에는 욕먹는 비용도 포함되어 있다고 입 모아 말하는 사람들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무분별한 비난이 이유 있는 비판으로 바뀐다면 그것만으로 굉장한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다

  세상은 한 명의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한 명의 노력으로 모든 것을 바꿀 수도 있다. 그 가능성을 믿고 독자는 이렇게 전한다. 세상은 인과응보는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 되었고, 나쁜 사람일수록 더욱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롭지 않은 일을 고발하기 위해 많은 것을 잃으면서까지 투쟁하는 단 한 명의 정의를,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선한 영향력까지 무시하기에는 세상이 너무나 아름답다고 말한다. 이 아름다운 세상을 뒷 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해 경찰의 문제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그림자에 다시 시선을 돌려 불편함을 마주할 의무가 있다.

출처: 책표지-교보문고, 네이버, 사진-박선호

편집위원: 박경희, 학술정보서비스팀 제1자료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