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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35호(5월)

[기획코너] 트로트 흥에 취한 대한민국

[기획코너]  트로트 흥에 취한 대한민국

  대한민국 대중가요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변함없이 대중적 사랑을 받아온 장르적 각광에 비해 ‘B’, ‘촌스런 음악심지어는 일본 엔카의 아류라는 폄하의 대상, 보통 '뽕짝'이란 속된 이름으로 통용, '후지고 촌티 난다'는 뜻의 '뽕필'로 대중에게 인식되고 있는 트로트”....

 

                         < 트로트의 정치학, 손민정, 음악세계, 2009 >

▣ 트로트 간략사

  트로트는 시작 초기에는 제법 고급스런 음악이었다. 1920년대 최초의 번안곡 사의 찬미’, 최초의 캐롤송 산타루치아등 다양한 노래를 선보인 윤심덕은 정식으로 성악을 전공한 여가수였고 193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트로트가 등장했을 때 활약했던 최초의 직업가수 채규엽을 비롯해, 고복수, 강흥식 등의 남자가수들은 유학을 다녀오거나 클래식을 전공한 사람들의 참여가 적지 않았다. 그 흐름은 1940년대까지 이어졌다.

  1950년대는 한국전쟁의 고통을 어루만진 위대한 가락이었을 만큼 장르적으로 최절정을 구가했다. 1960년대에 팝, 재즈, , 포크 같은 서구의 장르가 유입되면서 트로트는 끊임없는 왜색 시비에 시달렸지만 1970년대에 이르기 까지 팝 스타일을 절충한 '새로운 스타일을 도입해 주류 장르의 지위를 절대 놓지 않았다

  1980년대 주현미의 신사동 그 사람’, 현철의 봉선화 연정등 메가 히트곡이 존재감을 과시했지만, 1990년대 서태지의 등장과 함께 젊은 세대가 대중음악 시장을 주도하면서 트로트는 침체에 빠지게 된다. 주류 대중문화인 방송계에서 거의 사라지고, 고속도로 휴게소·밤무대 업소·칠순잔치·유세현장 등 언더그라운드에서 유흥 문화로 명맥을 이어 왔다.

  2000년대 신세대 가수 장윤정과 박현빈, 홍진영의 등장과 함께 트로트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생기며 새롭게 각광받게 된다. 이들이 현대적 리듬의 곡들을 선보이며 기성세대에서 신세대층으로 대중성을 확보하게 되었고 각종 선거에서 로고송의 총아로 떠오르게 된다.

  2020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장르가 트로트다. TV 채널 마다 예능이건 광고건 트로트 천지다. 종합편성채널 최고 시청률(35.7%)을 기록한 미스터트롯에서 7’에 든 임영웅·영탁·이찬원·장민호 등은 방송사를 넘어 예능 프로그램 섭외 1순위가 됐다. 후속 프로그램인 신청곡을 불러 드립니다. ’사랑의 콜센타는 시작부터 23.1%를 기록했다공연시장도 움직이고 있다. ‘미스터트롯전국 투어 콘서트는 예매 시작 10분 만에 서울 공연 2만석이 전석 매진됐고, 지방공연까지 총 4만석이 모두 팔렸다 한다. 예매 관객의 43.3%20대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36.5%로 뒤를 이었다.

 


  슬림핏 정장을 입고 2:8 가르마를 타고 현란한 춤을 추는 장민호의 인기

구수한 청국장 찬또배기로 불리는 이찬원의 저력, 영탁의 트로트 예능 등 

 미스터트롯이 뭐길래 대한민국을 이토록 트로트에 

흠뻑  빠져들게 하는가?

 

○ 고정된 틀을 깬 오디션

  오디션 프로그램이 갖는 '신선한 주인공 발굴'에 대한 화제성, 각자 다른 매력을 가진 비범한 참가자들격정적인 군무와 봉춤, 2007년생 최연소 정동원 출연자와 1977년생 최연장 장민호 출연자의 1:1 대결, 흠집 내지 않는 평가 등으로 긴장감 넘치고 다채로운 볼거리로 장르의 한계를 극복했다. 홍잠언, 정동원, 임동원 등 어린이 참가자가 간드러지는 트로트를 부른 것도 한몫했다. 보통 부모가 보면서 그들의 자녀도 같이 애청자가 되는 수순으로 젊은층을 유인할 수 있었다. 또한 지지층을 기반으로 한 기부금 기부 등의 차별화된 오디션을 진행했다.

○ 중장년층의 팬덤파워

  ‘레트로’, ‘뉴트로등 복고트렌드에 힘입어 오디션 참가자들이 익숙한 트로트 곡에 젊은 감성의 무대 매너, 현란한 댄스, 화려한 패션 등을 덧입힌 것은 보편적인 감성에 새로운 옷을 입히라는 엔터테인먼트 분야 성공 법칙을 제대로 적용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격리에서 유발된 풍요롭던 시절,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기 위해 경제력을 지닌 오팔(Old People with Active Lives)세대가 젊은이들의 취향과 브랜드를 좇으며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형성하고 자신들만의 콘텐츠를 구매하면서 음악 장르의 판도를 바꾼 것이다. ‘미스터트롯의 생방송 시청률(35.7%)과 문자투표수(773)는 프로듀스101 시즌2’의 그것(18%, 120)보다 월등히 높았다대중음악 시장의 중심에 있던 10~20대를 밀어낸 것이다

○ 기본 인구의 힘

  <가요무대>, <전국 노래자랑>30년이 넘도록 이어졌던 건 그만한 소비층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 중장년층의 인구는 약 2천만 명으로 총 인구의 40%나 된다. 이들의 상당수가 스마트폰 또는 MP3 파일로 트로트를 즐긴다. 코로나19로 많은 이들이 자가격리에 대한 심리적 불안 및 우울감을 겪으며 화려하고 즐겁게 해주는 뉴미디어 콘텐츠의 새로운 수요자로 떠올랐다. 

○ 단순하고 직접적 전달

  트로트는 돌려 말하지 않는다. ‘오빠 한 번 믿어 봐’, ‘사랑의 초인종을 눌러주세요직진이다. ‘보람 따윈 됐으니 돈으로 달라며 거침없이 말하는 요즘 세대들의 화법과 유사하다. 또한 트로트에는 구찌, 베르사체, 샤넬, 벤틀리, 로렉스 등이 등장하지 않는다. 카드 값 돌려막고 월세 마련하느라 질통을 지고 사는 서민들에게 트로트 가사는 본인의 과거, 미래의 행적을 전달하고자 하는 단순 수단이다.

○ 가족/세대 간 화합의 역할 수행

  ‘미스터트롯올드패션’ 의 문화코드를 복원했다. 어린이 출연자가 부모와 조부모를 언급하며 눈물을 보이고, 중고등학생이 할머니, 엄마를 대신해 전화 예약을 하고, 객석을 점령한 중장년층에게 구애의 꽃송이를 내밀며, 시청자를 향해 큰절을 올리는 낯선 풍경 역시 신구세대간 화합의 코드로 작용했다.

 ○ 감성 공유

 시청자들이 장르적으로도 열려 있고 옛 노래건 최신곡이건 상관없이 좋으면 함께 즐기는 폭넓은 공감대를 톱7이라는 젊은 트로트 가수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소화해내고 있다. 이들의 노래는 가요 속으로 트로트가 자연스레 녹아 든 것이.

 막 끝난 21대 총선에서 여야·무소속 후보 가릴 것 없이 상당수가 캠페인송과 로고송으로 트로트를 활용한 것을 보면. 압도적 기술문명에 시달리는 사람들한테 ‘고향’ 같은 음악이 트로트다. 누구든 쉽게 상대에게 다가가려면 트로트를 동원해야 한다.

 

<한국가요사 1-2, 박찬호, 미지북스, 2009>


  트로트의 부활이 아닌 대중 가요 장르의 다양성과 가요 시장의 확장을 통해 “K-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존중 받기를 기원한다.

 

"터키의 아라베스크,

미국의 컨트리,

한국의 트로트에는

모두 사람들이 살아가는

끈적끈적한 이야기가 묻어난다"



#참고문헌:  트로트의 정치학, 손민정, 음악세계, 2009

                한국가요사 1-2, 박찬호, 미지북스, 2009

#참고정보원: 구글 뉴스, 네이버 뉴스, 중앙일보, 조선일보

<편집위원: 김한동, 학술정보지원팀 정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