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0/134호(4월)

[독계비] 「마당을 나온 암탉」를 읽고

  [讀.啓.肥(독.계.비)]는  ‘독서로 계명을 살찌우자’라는 목표로 릴레이 독서 추천 형식으로 꾸며가는 코너입니다.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소감과 함께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그 사람은 추천받은 책을 읽고 난 후 또 다른 책을 본인이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강효명(피아노전공)양에게서 「김연아의 7분 드라마천받은  문예지(러시아어문학전공)양「마당을 나온 암탉」을 권은혜(간호학과)양에게 추천합니다.

 

  잎싹은 좁고 지저분한 양계장에서 매일 알을 낳고 살고 있는 암탉이다. 매번 알을 낳을 때마다 주인에게 자신의 알을 뺏기며 자신도 꼭 한번쯤은 알을 품어보고 싶다는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던 중 늙고 병들어 주인이 구덩이에 다른 암탉들과  함께 버려 버린다. 잎싹은 그 죽음의 구덩이에서 살아 남지만 족제비의 타깃이 되어버린다. 잎싹은 죽을 힘을 다해 족제비에게서 달아나는데 그런 잎싹을 나그네라는 청둥오리가 도망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잎싹은 자신이 양계장에서 살 때 마당에서 산책하던 닭들을 기억하고 그 곳으로 향한다. 하지만 마당의 닭들은 잎싹을 가족으로 받아주지 않는다. 그렇게 잎싹은 길거리 암탉 신세가 되고 만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잎싹은 한밤 중 뽀얀 오리의 울음소리를 듣게 되고 가시덤불에서 누구의 것인지 모를 알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이 꿈꿔왔던 순간이 온 잎싹은 조심히 다가가 알을 품게 된다. 그 알은 예전에 자신이 족제비에게 쫓길 때 자신을 도와주었던 나그네의 알이었다. 나그네는 잎싹이 알을 잘 품을 수 있도록 음식을 가져다 주고 도와준다. 알이 깨어날 시기가 되자 배가 고파진 족제비가 다시 나타난다. 나그네는 잎싹에게 알이 부화하면 거기를 떠나서 저수지로 가라고 말한 뒤 족제비에게 자신을 희생한다.

  하지만 잎싹은 나그네의 경고를 무시하고 부화한 아기 오리와 함께 안전한 마당으로 다시 돌아간다. 주인은 아이가 날지 못하게 날개를 자를거라는 말을 듣게 되고 마당을 나와 저수지로 도망친다. 그 곳에서 친구들을 만난 아기 오리는 정체성 혼란을 느끼고 엄마를 떠나지만 결국엔 다시 엄마에게로 돌아온다. 어느 날 저수지에 청둥오리 때가 오는 것을 보고 초록머리는 그 무리와 어울리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파수꾼이 되어 족제비의 위험에 대처한다. 족제비는 초록머리를 공격하려고 하지만 그것을 본 잎싹은 족제비를 막으면서 족제비가 새끼를 기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침내 청둥오리떼들이 떠날 시기가 다가오고 초록머리도 그 무리와 함께 떠난다. 잎싹은 떠나는 초록머리를 보며 족제비에게 자신을 새끼들에게 주라고 말하면서 족제비에게 목을 물려 죽는다.

  이 책을 읽고 나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이 책은 지금 각박한 사회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한치 희망도 보이지 않는 양계장에서 큰 꿈을 꾸며 하루 하루를 살아간 잎싹, 자신의 목숨을 내어주면서까지 희생 했던 나그네, 잎싹을 떠나 스스로 자신의 길을 결정하고 하늘로 높이 날아오른 초록머리 그리고 이 책에서는 악역처럼 보였지만 자신의 주린 배와 새끼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사냥을 해야만 했던 족제비까지 그 누구도 빠짐없이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그 중에서도 나는 잎싹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다. 만약 나였다면 잎싹처럼 양계장에 갇혀 아무런 희망이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꿈을 가질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 보았다. 아마 잎싹은 자신이 양계장을 나오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잎싹은 단 한 번 만이라도 알을 품어보고 싶다는 꿈을 잃지 않았다. 나는 잎싹과는 다르게 어디 갇혀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항상 현재라는 벽에 갇혀 미래는 보이지 않고 깜깜하다며 앞으로 발 한발짝 떼는 것 조차 두려워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했던 내 자신이 뿌끄러워졌다. 잎싹은 어떻게 자신이 처한 어려운 상황에서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그런 용기가 생겼을까? 그건 잎싹에게는 꿈과 목표가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런 세상을 살아갈 때 나에게 아무런 꿈과 목표가 없다면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 자리 그 대로 머물러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것이다. 잎싹이 양계장에서 처음 나왔을 때부터 자신의 아들 초록머리를 떠나보낼 때까지를 살펴보면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지를 알 수 있다. 꿈을 이루기 위해 한 발 한 발을 내딛었던 잎싹처럼 나도 이제는 제자리에서 어두컴컴한 미래를 바람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앞이 보이지 않아도 내 꿈을 향해, 이루고 싶은 것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고 싶다.

 

출처: 책표지-교보문고, 네이버, 사진-문예지

<편집위원: 박경희, 학술정보서비스팀 제1자료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