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7/111호(9월)

[독계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讀.啓.肥(독.계.비)]는 ‘독서로 계명을 살찌우자’라는 목표로 릴레이 독서 추천 형식으로 꾸며가는 코너입니다.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소감과 함께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그 사람은 추천받은 책을 읽고 난 후 또 다른 책을 본인이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노예진양에게서 「꾸뻬씨의 행복여행천받은  심예은(경영공학과 2)「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문정희(행정학전공 2)양에게 추천합니다.

 

  이 책을 처음 만난 곳은 어머니의 책장이었다. 잠시 읽을 만한 책을 찾던 중 단색의 책 사이에서 빨간 모서리가 눈에 띄었다. 꺼내서 표지를 보고 나서야 이 책의 제목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이 쓰여질 즈음에는 도시화로 인한 상호 간의 소통 단절 및 서로 간의 무관심이 문제로 대두되었는데 혼자서 가라는 제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호기심이 동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책 속에는 대학 동창인 혜완, 경혜, 영선이 나온다. 작가인 혜완은 결혼 후 아이를 기르며 일을 중단하고 가사에 힘쓰게 된다. 육아와 집안일로 인해 뒤바뀐 자신의 삶에 답답함을 느끼던 혜완은 남편의 반대를 무릅쓰고 일을 재개하게 된다. 일을 하려다가 아이를 사고로 잃고, 아이에 대한 죄책감과 남편의 냉대에 결국 이혼을 하게 된다. 그 후 혼자서 소설가로서 꿋꿋하게 살아간다. 방송국 아나운서인 경혜는 의사인 남편과 결혼하여 만족스러운 삶을 살다 남편의 외도사실을 접하게 된다. 그러나 그 사실을 침묵하며 형식적인 결혼생활을 이어나간다. 영선은 자신의 인생을 포기한 채 남편을 위해 모두 희생한다. 그와 함께 유학을 갔고 유학비용이 부족하자 자신의 꿈을 버리고 남편을 뒷바라지하기 시작한다. 이후 남편은 그러한 뒷바라지에 힘입어 유명한 감독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점점 주위의 여성과 영선을 비교하며, 영선과 영선의 희생을 무시하기 시작한다. 영선은 그런 그에 대해 절망감을 느끼며 심각한 박탈감 속에 결국 자살을 선택한다.

  이 책을 통해 본인이 발견해 낸 책의 메세지는 두가지이다

  첫 번째는 그 당시 사회 속에서 여성이 받는 차별을 고발하는 것이다. 위의 줄거리에는 적지 않았으나 혜완의 이야기 속에는 혜완의 어머니가 딸을 셋 낳고 죄인처럼 살던 삶이 그려진다. 할머니는 혜완의 어머니에게 딸을 낳았다며 어머니를 오랜 시간동안 구박하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손녀 또한 탐탁치 않게 여긴다. 일터인 작가사회 속에서는 남성중심적 사고로 무장한 동료 작가에 의해, 가정 속에서는 봉건적 가치관에 물들어진 할머니에 의해 고통 받는 혜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현실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성에 대한 억압을 더하거나 빼지 않고 그대로 그려내며 독자들에게 여성으로서 겪게 되는 사회적 차별을 전달한다. 이를 통해 독자에게 이러한 현상을 생생하게 느끼게 함으로써 여성의 고통을 고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는 ‘행복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쓸모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라는 구절이다. 사실 나는 행복보다 불행이 더 크게 느껴졌었던 시간이 있었다. 그 시기엔, 내가 필요 없고 보잘 것 없으며,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라고 생각하였다. 또한 나의 행동이 항상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아 자존감이 매우 낮았다. 그래서인지 이 부분을 읽을 때에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던 그 때의 모습을 떠올라 격하게 공감하였다. 그 시기의 가장 부족했던 점은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다. 

 

 두 번째 메세지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제목 본연의 의미이다. 작가는 친절하게도 마지막 즈음에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정리해놓았다.


'누군가와 더불어 행복해지고 싶었다면

그 누군가가 다가오기 전에 스스로 행복해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다.

재능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가 없었다면 그것을 버리지 말았어야 했다.

모욕을 감당할 수 없었다면

그녀 자신의 말대로 누구도 자신을 발닦개처럼 밟고 가도록 만들지 말아야 했다.'


  이 구절을 읽으며 자연스레 영선을 떠올렸다. 자신의 꿈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었지만 꿈을 포기해버렸던 영선, 모욕 받는 것이 끔찍했지만 냉대와 무시를 받았던 영선, 결국은 자신의 뜻과 무관한 삶을 산 영선이 떠올랐다. 영선은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 자신을 깎는 것처럼 보였으나 사실은 자신을 그저 상실해버렸을 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야함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 자신을 버리는 그 순간, 그 사람의 행복은 그곳에 없는 것이므로 함께 행복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더불어 행복하기 위하여 먼저 스스로 행복해질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출처: 책표지-교보문고, 사진-심예은

<편집위원: 박경희, 학술정보서비스팀 제2자료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