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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95호(5월)

[고문헌 산책3] 삼강행실도

[고문헌 산책] 삼강행실도(圖)


세종, 아버지를 죽인 패륜사건 보고를 듣고,

도덕 교과서인 <삼강행실도>라는 그림책을 편찬하여 백성을 교육하게 하다.

 

가정의 달5월을 맞아 이번 호에서는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도덕 교과서인 <삼강행실도>를 소개합니다.

 <삼강행실도>의 의미

<삼강행실도>의 책 제목을 풀이하면 삼강(三綱)에 모범이 되는 사람의 사례를 엮은 그림책이란 뜻이다삼강은 '군위신강'(임금은 신하의 근본[모범]이 된다), '부위자강'(부모는 자식의 근본[모범]이 된다), '부위부강'(남편은 아내의 근본[모범]이 된다)이며 유학에서 말하는 임금과 신하,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 사이에 마땅히 지켜야 할 세 가지 도리를 말한다. 그리고 삼강에 모범이 되는 사람이란 각각 충신, 효자, 열녀로 표현된다. <삼강행실도>란 곧 충신, 효자, 열녀의 모범사례를 그림으로 엮은 책을 말하는 것이다.

 왜 탄생했고, 어떻게 사용되었나?

<삼강행실도>가 탄생한 것은 세종이 왕으로 있던 1428년에 경상도에서 올라온 보고 때문이었다. 바로 자식이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패륜사건 보고였다. 충격 받은 세종은 즉시 신하들과 풍속 교화의 대책을 논의하였고, 대책으로 나온 것이 효행사례를 책으로 엮어 가르치게 하자는 것이었다.

세종은 즉시 집현전에 명을 내려 고금의 모범사례를 모아 책을 편찬하도록 하명하였다. 명을 받은 신하들은 효자, 충신, 열녀 110명씩 모두 330명을 선정하였고, 책을 완성하여 올리자 세종이 직접 <삼강행실도>라고 이름지었다. 간행 후에는 전국적으로 배포되어 대국민 윤리교육의 교재로 활용되었다. 그러나 분량이 많아 보급이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1490년부터는 수록 인물을 각각 35명씩 모두 105명으로 줄이고 한글로도 번역하여 보급하기 시작했으며, 19세기 후반까지 간행되면서 조선을 대표하는 도덕 교과서로 사용되었다.

 어떤 내용이 수록되어 있나? [모범사례]

 

- 민손단의(민손이 홑옷을 입다, 효자편, 노나라 사례)

민손은 공자 제자로 일찌기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두 아들이 있는 후처와 재혼하였다. 계모는 민손을 미워하여 자신의 아들에게는 솜옷(綿絮), 민손에게는 갈대꽃(蘆絮)을 입혔다. 아버지가 겨울에 민손에게 수래를 끌게 하였는데 몸이 추워 끈을 놓치고 말았다. 아버지가 살펴보고 그 사실을 알게 되어 후처를 보내려고 하였다. 민손이 "어머니가 계시면 아들 한 명이 춥지만 가시면 세 아들이 고단하게 된다."고 아뢰자 아버지는 그 말을 옳다고 하고 그만 두었다. 어머니 역시 뉘우치고 드디어 자애로운 어머니가 되었다. 

 

- 난성투사(난성이 싸우다 죽다, 충신편, 진나라 사례)

곡옥의 무공이 익 땅을 쳐서 애후를 죽이고, (애후의 스승이었던) 난성에게 벼슬을 내릴 것이니 죽지 말고 자신을 따를 것을 권했다. 이에 난성은 사양하며, "내가 들으니 백성이 태어나 섬기기를 한결같이 한다고 하니, 아버지는 나를 태어나게 하고 스승은 나를 가르치고 임금은 나를 먹여 살리니 아버지가 아니면 태어나지 못하고 먹는 것이 아니면 자랄 수 없고, 가르침이 아니면 알지 못하니 죽음으로써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이다. 내 어찌 개인의 이익을 위해 사람의 도리를 폐하겠는가"하고 드디어 싸우다가 죽었다.

 

- 취가취팽(취가가 삶아 먹히다, 열녀편, 원나라 사례)

1360년에 기근이 들어 먹을 것이 없던 때를 당하여 반란군이 이중의를 잡아 솥에 삶아 먹으려고 했다. 유취가는 이중의의 처인데, 이 소식을 듣고 반란군을 찾아가 자신의 집에 식량이 있으니 그것을 취하고 남편을 풀어달라고 했다. 반란군이 거절하자 취가는 남편은 마르고 작아서 먹을 것이 없다. 듣기에 부인 가운데 살찌고 검은 사람이 맛도 좋다고 하는데 내가 바로 그러하니 자기를 삶아 먹고 대신에 남편을 살려달라고 부탁했다. 반란군은 그 부탁을 듣고 남편을 놓아주고 취가를 삶아 먹었다. 

600년 전에 만든 도덕 교과서, 지금 우리에게는?

<삼강행실도> 수록 사례는 조선시대 5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따라 배워야 하는 모범 사례로 사람들에게 교육되었다. 책이 탄생한지 600년이 되어가고 있는 지금, 가부장적 가족질서가 변해가고 있는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고개를 끄덕이기 힘든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열녀의 사례는 반인권적이고 엽기적이어서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그러한 점이 있다고 하여 전체 내용을 부정하는 것도 올바른 방법은 아닐 것이다. ()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덕목이고, ()은 우리나라의 성장을 이끈 원동력이기도 하다. 시대가 변했다면, 그래서 옷이 맞지 않다면 갈아입으면 그만인 것이다.

그렇다면 갈아 입어야 할 옷은 무엇일까? 아마도 임금과 신하,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라는 관계의 재정립이 아닐까? 수직적이고 일방적이며 종속적인 전근대적 관계를 청산하고, 수평적이고 쌍방향적이며 평등적인 민주적 관계로 계승하는 것이 해답은 아닐까? 임금에게도 신하에 대한 충()이 있고, 부모에게도 자식에 대한 효()가 있고, 남편에게도 아내에 대한 열()이 있는 것이 전통을 계승 발전시켜 나가는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역설적이게도 이 <삼강행실도>는 지금 우리에게 전통 계승의 한 방법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편집위원 최경훈, 학술정보서비스팀 고문헌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