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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43호(4월)

[고문헌산책] 도산서원천망단자

[고문헌산책] “조선시대 서원의 원장 선생님은 어떻게 선발했을까?”

19세기 도산서원 선거 결과를 담은 고문서, 
'도산서원천망단자'

 

   민주주의의 꽃을 선거라고 한다.
   선거는 대표를 선출할 때, 구성원이 각자 1표를 가지고 투표를 해서 득표수가 많은 후보가 대표가 되는 방식이며, 민주주의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대표적인 바로미터이다.

   역사적으로 투표를 할 수 있는 유권자는 귀족과 같이 제한적인 계층에서 출발하여 여성으로, 평민으로, 범위를 넓혀 현재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특별한 이유 없이 투표권을 제한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조선시대에는 대표를 어떻게 선발했을까?"

   중앙정부의 대표 같은 경우 신하들이 심사숙고하여 추천인 명부를 올린다. 대체로 삼배수 추천이 이루어진다. 하나의 자리를 두고 3명의 이름을 임명권자인 임금에게 올리는 식이다. 임금은 추천된 사람의 이름 위에 점을 찍어 표기하고 그 사람이 임명된다. 이를 낙점이라 한다. 투표라기보다 절대 권력인 국왕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는 방식이다.

   임명의 방식과는 다른 방식은 없었을까?

   동산도서관 7층에 있는 벽오고문헌실에는 절대 권력자 한 사람의 낙점이 아니라, 다수가 참여하여 표를 던지고, 다득표자가 대표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고문서가 있다.

   바로 안동의 도산서원 원장 선거 결과를 담은 고문서다. 아래 사진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도산서원천망단자 - 투표 결과표

   우선, 삼배수 추천이 이루어진다. 추천인으로 3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름 앞에 붙은 것은 관직명이다.
   이전에 해당 관직에 있었고, 지금은 아니라서 모두 전(前)이란 글자를 붙였다.

     - 전 참봉 김재진 (前參奉 金在振)
     - 전 참봉 정상진 (前參奉 鄭象晋)
     - 전 세마 강필효 (前洗馬 姜必孝)

   이들의 득표 결과는 각자의 이름 아래에 있다. 동그라미는 득표수를 의미한다. 초등학교 반장 선거에서 正(바를 정)을 쓰는 것과 같은 의미다. 김재진은 2표, 정상진은 4표, 강필효는 6표를 받았고, 그 아래에 숫자로 득표수를 적었다.  투표 결과, 강필효가 12명의 유권자 가운데 과반인 6표로 다득표자가 되어 도산서원의 원장, 바로 교장 선생님이 되었다. 이때 12명의 유권자는 개인이라기보다 해당 지역 문중을 대표하는 선거인단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 고문서는 19세기 조선의 지방 서원에서는 이렇게 투표를 통하여 대표를 선발하기도 했음을 보여 준다.

조선시대의 서원

   도산서원은 영남을 대표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서원이므로 다른 서원들도 대체로 이렇게 하였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201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9개 서원 가운데 도산서원이 있다.)

   서원은 지방의 사립학교다. 해당 지역 사람들이 공히 존경하고 따르는 인물을 배향하고, 그 아래에 기숙사와 도서관, 강의실을 마련하여 성리학을 배우고 익혀 세상을 이롭게 할 포부를 가진 학생들이 공부하였던 사립학교다. 뿐만 아니라 지역의 공동체 운영과 소통을 통한 여론 형성의 중심 역할도 함께 수행하였다.

   조선시대에는 임명만 있고, 투표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투표 결과를 담은 고문서를 통하여 투표를 통한 대표자 선발 방식이 있었음이 놀랍다. 이번 고문헌 산책에서는 19세기 지방 사립학교의 하나인 도산서원 원장 투표 결과를 담은 고문서를 살펴보았다.

 

편집위원: 최경훈, 학술정보서비스팀 고문헌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