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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43호(4월)

[독계비] 최태성의「역사의 쓸모」를 읽고

 [讀.啓.肥(독. 계. 비)]는  ‘독서로 계명을 살찌우자’라는 목표로 릴레이 독서 추천 형식으로 꾸며가는 코너입니다.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소감과 함께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그 사람은 추천받은 책을 읽고 난 후 또 다른 책을 본인이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하인설(행정학과)군에게서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천받은 이가희(국어교육학과)양 「역사의 쓸모 기완(문헌정보학과)군에게 추천합니다. 

  이 책은 독자들이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게 역사의 인물과 역사적 사건의 배경을 재미있게 풀어놓은 책이다. 우리는 역사에 대해 학교에서 많이 접하지만, 역사 속의 숨겨진 이야기는 잘 알지 못했다. 학교에서 지루하게 수업하는 과목 중 하나라고 누군가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역사의 숨겨진 이야기를 하나하나 이야기해주면서 역사가 배우기만 하는 과목이 아니라 그 속에서 깨달음을 얻고 삶의 지혜를 얻어갈 수 있는 과목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4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장에서는 ‘쓸데없어 보이는 것의 쓸모’라는 제목으로, 삼국유사, 이규보, 이순신 장군 등의 이야기를 가지고 쓸모없어 보이는 것의 쓸모를 찾으며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제일 기억에 남았던 것이 ‘우리나라 역사임에도 사람들은 그리스·로마 신화보다 『삼국유사』의 이야기를 더 낯설어합니다.’이다. 우리는 왜 『삼국유사』보다 그리스·로마 신화가 더 익숙한 것일까? 그리스·로마 신화는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읽은 만화로 먼저 친해진 책이다. 그러나 『삼국유사』에 실린 작품들을 아는 학생들은 많지 않다. 우리에게 『삼국유사』는 그저 역사 교과서에 나오는 책이며, 또한 『삼국사기』와 비교하면서 외워야 하는 책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실상 『삼국유사』와 그리스·로마 신화를 비교하면 결국 신화나 설화를 모았다는 점에서 비슷한 책인 것이다. 이 책에서도 ‘교과서나 시험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만화책으로 혹은 애니메이션으로 접했다면 그 이야기와 등장인물을 좀 더 매력적이고 낭만적으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2장에서는 ‘역사가 내게 가르쳐준 것들’을 제목으로, 이를 7개로 나누어서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나는 7개의 내용 중 공감이라는 내용을 읽을 때는 눈물을 흘리면서 읽었다. 특히, ‘부모님들이 바로 현대사의 주인공입니다.’라는 대목이 제일 감명 깊었다.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황폐해졌고 가난해졌다. 부모님 세대의 피나는 노력으로 ‘한강의 기적’을 만들지 못했더라면, 지금 우리가 아는 ‘대한민국’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3장은 ‘한 번의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5명의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 나가고 있다. 그중 통일신라시대에 바다를 장악하고 있던 장보고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신분제가 엄격했던 신라에서의 평민은 꿈을 꾸어서는 안 되는 존재들이었다. 그러나 장보고는 달랐다. 바다를 건너고 싶다는 꿈부터 시작하여, 신라와 당나라 사이에서 장사하는 꿈, 다시 바다를 건너 해적을 소탕하는 꿈까지. 그는 일평생을 꿈과 함께 살아갔다. 비록 골품제라는 벽에 가로막혔음에도 불구하고 장보고라는 이름 석 자는 현재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이름이다. 그 이유는, 꿈을 가지고 골품제라는 벽을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주먹으로 두드려 보았다는 것이다. 장보고는 자신의 가능성을 알고 그것을 잘 활용하여 용기를 내 어두운 곳으로 한 걸음씩 내디딘 것이다. 우리도 장보고처럼은 아니더라도 본인의 가능성을 인지하고 용기를 내서 어두운 곳으로 한 발자국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마지막 4장은 ‘인생의 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라는 제목으로, 정말 이 책에서 하고 싶은 말들을 담아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만일 남편이 몹시 화를 낼 경우에는 기다렸다가 기분이 풀렸을 때 다시 간하며, 비록 채찍질을 당한다 하여도 어찌 감히 원망하거나 한탄할 수 있겠는가?’ 이것은 어디에서 나온 대목일까? 바로, 성종의 어머니인 인수대비가 낸 책인 『내훈』에서 나오는 대목이다. 지금 이 대목을 책으로 내어 여성들에게 지키라고 강요한다면, 아마 심한 반발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선시대에서의 이 대목은 너무나도 당연한 대목이었다. 이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조선시대의 남녀차별은 심각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오히려 고려시대에는 남성과 여성의 지위는 동등했다. 실제로 여성은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의사를 표현하고 힘을 행사할 수도 있었다. 즉, 남성 중심사상은 조선시대 때부터 만들어진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이것을 보았을 때 현재의 우리는 조선시대에서 살고 있지 않은지 한번쯤은 다시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나는 비로소 ‘역사의 쓸모’를 읽고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역사란 무조건 외워야 하는 것이라는 편견에 갇혀 있지 말고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보며 현재의 우리의 삶을 다시 한 번 더 되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출처: 책 표지-교보문고, 사진-이가희

편집위원: 김지영, 학술정보지원팀 정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