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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3호(11월)

[독계비] 정본 백석 시집

[讀.啓.肥(독.계.비)]는 ‘독서로 계명을 살찌우자’라는 목표로 릴레이 독서 추천 형식으로 꾸며가는 코너입니다.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소감과 함께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그 사람은 추천받은 책을 읽고 난 후 또 다른 책을 본인이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문정희양에게서 「82년생 김지영천받은  박수빈(국어국문학전공 3)「정본 백색 시집를 장우혁(신소재공학과 3)군에게 추천합니다.

 

  한국인이라면 백석이라는 이름을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나는 고등학교에서 모닥불,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여우난골족이라는 시들을 접하면서 처음으로 백석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백석의 시보다는 교과서에 실린 백석의 잘생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국어선생님께서는 백석 시인을 가장 좋아한다고 하셨다. 고등학생 때는 백석의 시에 사용된 평안 방언이 어렵다는 선입견과 함께 거리감을 느꼈었다.

  2017년 여름방학, 늦잠을 잔 날 거실 소파에 누워서 본 TV프로그램은 알쓸신잡이었다. 무슨 저런 이름이 긴 방송이 다 있냐는 생각을 하며 아무 생각 없이 TV를 봤다. 그리고 그날을 통영의 충렬사를 이야기하며 백석의 시를 말하고 있었다. 백석의 시가 참 아름답다며 극찬을 하는 출연자들을 바라보며 든 생각은 참 여기저기서 백석을 좋아한다는 생각이었다. 마치 이 세상에서 나만 백석이 좋은 이유를 못 느끼는 것 같았다. 

  복학을 하고 듣게 된 전공 수업은 작가론이었다. 작가 그 자체를 연구하는 수업이었기 때문에 작가의 작품 전부를 읽어야 하는 수업이었다. 그리고 백석의 시를 개강 후부터 열심히 읽기 시작했다. 백석 시의 어디가 좋은지 모르겠다며 툴툴거리면서 백석 시 한번 제대로 들추어보지 않았던 내가 처음으로 백석의 시를 접하는 시간이었다. 물론 전공으로 백석 시를 접하며 조금 학문적으로 시에 접근한 것도 있다. 하지만 시를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한 것도 사실이다. 주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시도 많고, 그 감정을 공유하고 싶었다. 그래서 독계비로 망설임 없이 백석 시집을 소개한다. 백석의 시 중에서 추천하고 싶은 시는 흰 바람벽이 있어이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어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 찬다라는 시구가 와 닿는다.

   백석이 생각하는 시인은 이러한 것이구나, 고개가 절로 끄덕이는 구절이기도 하고, 시인의 인생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 또한 이런 시작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시구는 시인의 삶을, 그리고 우리의 삶을 위로해주는 것 같다. ‘하눌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한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로 대변되는 지금 세상에 그래도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서 산다는 것이 위로가 되면서도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져오는 삶인 것 같다 

   마음 한 구석이 먹먹해지는 시가 있는가 하면 절로 미소 짓게 되는 시도 있다. 오리 망아지 토끼라는 시를 소개하고 싶다. 오리와 망아지, 그리고 토끼와 관련된 유년 화자의 체험이 굉장히 우습고 따뜻하게 그려진 시다. 오리와 망아지, 토끼와 관련된 추억이 재미나게 그려졌는데, 정말 우리가 어렸을 적 한번쯤은 겪었을 법한 일들이다. 각 추억마다의 결말은 유년 화자의 눈물이었을 것이다. 아빠는 일하러 갔고, 아이는 오리 잡겠다고 다짐했지만 실패하고는 아빠를 찾다가 괜히 심술이 나서 아빠가 벗어둔 신발이며 버선이며 개울에 던져버린다. 장날에 아빠한테 저기 앞에 가는 망아지 사달라고 조르니까 아빠는 사주지는 않고 망아지야 오너라하곤 말뿐이다. 아빠랑 토끼를 잡겠다고 나섰는데 토끼가 내 다리 사이로 빠져나가니까 속상해서 울상을 하는 의 얼굴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백석의 시에는 어린 시절의 따뜻함이 참 잘 그려져 있다. 그 시절 소중했던 것들, 좋아했던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펼쳐보며, 나의 어린 시절도 되짚어보는 거다. 지금 보면 참 행복했었던 어린 시절이고, 시간이 지나면 오늘도 행복했던 시절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며 이러한 행복들을 언제고 펼쳐볼 수 있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그것들은 언제나 나를 위로해줄 것이다. 이제는 사람들이 왜 백석 시를 사랑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출처: 책표지-교보문고, 사진-박수빈

<편집위원: 박경희, 학술정보서비스팀 제2자료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