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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4호(2월)

[고문헌산책 12] 대구광역시 지정 문화재

[고문헌 산책] 대구광역시 지정 문화재

 

동산도서관 소장 <삼국사기>와 <북정록>, 대구광역시  문화재로 지정 !!

  2017년 1월 31일, 반가운 소식이 동산도서관에 전해졌다. 2015년에 문화재 지정을 신청한 자료 가운데 2종이 대구광역시 문화재로 지정되었다는 기분 좋은 소식이었다. 2종이 추가 지정되면서 동산도서관에는 4종 9책의 대구광역시 문화재를 보유하게 되었다. 이번 호에는 새로 지정된 대구광역시 문화재 2종을 소개한다.

 

숙종이 아들 연잉군에게 내린 <삼국사기>, 대구광역시 문화재 제79호로 지정

  <삼국사기>는 고구려, 백제, 신라의 역사를 신라 출신 유학자 김부식이 중심이 되어 편찬한 역사서이다. 1145년 편찬되어 처음 간행된 이후, 1394년, 1512년 등 최소 3회 정도 간행이 이루어졌으며, 1512년 이후로는 <삼국사기>의 간행이 없었다. 그러다가 1711년에 교서관(국립출판소)에서 책이 찍혀진다. 이번에 지정된 <삼국사기>도 1711년에 인쇄된 책 가운데 하나이다. 200년이 지난 시점으로, 조선시대 마지막 <삼국사기> 출판이었다.

  1711년에 찍혀진 <삼국사기>는 시기적으로 늦은 시기의 책이다. 그런데 이 책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바로 연잉군이 아버지 숙종에게 선물로 받아서 직접 보았던 책이라는 점이다. 연잉군은 드라마 <동이>에서 주인공 동이(한효주)의 아들로 후일 국왕으로 즉위하는 영조를 말한다. 이 하사품은 공식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승정원(비서실) 담당자의 결재 서명(싸인)이 있고, 하사품에 찍는 임금의 도장도 있다.

  왕이 되지 못하는 운명이었던 연잉군이 이 책을 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을까? 그 기분을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이 책에 있다. 바로 연잉군 자신의 책이라는 표시로 찍은 도장이다. 연잉군은 책의 첫 장에 도장을 찍는다. 그런데 여러 책 가운데 유독 국왕의 도장이 있는 제일 첫 권은 찍은 위치가 다르다. 연잉군은 첫 장이 아니라 한 장을 넘겨 다음 장에 찍었던 것이다. 임금 도장과 같은 면에 찍는 것은 불효이고 불충이라는 연잉군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삼국사기>를 연잉군에게 내린다는 문서(우)와 날인된 임금의 도장(좌)

  위 사진에서 왼쪽 면의 가장 큰 도장이 임금의 도장이다. 나머지 도장 4개는 연잉군의 손을 떠난 뒤에 시간 순서대로 아래에서부터 위로 찍힌 것들이다. 이들 4개의 도장은 '책에 찍는 도장은 첫 장에 찍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그것을 따른 것이다. 그런데 이 첫 장에 연잉군의 도장은 없다. 아래의 사진처럼, 한 장을 넘겼더니 예외적인 위치에 덩그러니 도장이 찍혀 있다. 이 도장이 연잉군의 도장이다. 임금의 도장을 피해서 날인하는 영조의 섬세한 마음을 이 작은 동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삼국사기>의 다른 책의 첫장인데, 하단의 도장이 연잉군의 도장이다.
임금의 어보가 없어 원칙대로 제일 첫 장에 찍었다.

 

제2차 나선정벌 조선군 사령관 신유 장군의 일기 <북정록>,
대구
광역시 문화재 제80호로 지정

  16세기 후반, 러시아는 화폐로 통용되던 모피 확보를 위해 동쪽으로 이동하며 도시를 건설한다. 아시아 대륙을 관통하며 대륙의 동쪽 끝까지 진출하고, 흑룡강(아무르강) 일대를 거점으로 남하를 시작한다. 그 지역은 청나라의 영토였고, 청나라가 일어난 지역이었다. 청과의 충돌은 피할 수 없었다. 몇 차례 전투에서 청나라는 연패를 하게 되고, 화력 증강을 위해 조선에 조총수를 요청하게 된다. 이에 1654년 150여 명 규모의 1차 파병이 있었고, 1658년에 260여 명 규모의 2차 파병이 있었다.

  <북정록>은 2차 파병에 조선군 사령관으로 참전한 신유 장군의 일기이다. 함경도 북방 지역 사령관이었던 신유 장군은 왕명을 받들어 출전하는 전말과 인근 고을 병사들을 차출하는 부대 편성 내역을 기록한 후에 일기를 쓰기 시작하였다. 신유 장군은 회령으로 가서 군병을 점열한 후에 조총 사격 시험을 치르는 1658년 4월 6일부터 두만강을 건너 행영으로 개선하는 8월 27일까지, 115일 동안의 주요 일정과 견문 등을 일자별로 기록하고 있다.


  <북정록>이 가지는 가치는 제2차 나선정벌에 대한 참가자의 직접적인 기록이라는 점이다. 신유 장군의 전기 자료인 <통상공실기(1869)>에도 ‘북정일기’가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파병 인원이 5000명으로 과장되어 있고, 전투 일자도 연장되어 있는 등 실제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이 <북정록>은 파병 사령관의 원본 일기로, 파병 당시 정황이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기록되어 있다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가 높다.

  동산도서관에는 이외에도 2종의 대구광역시 문화재가 더 있다. 1768년(영조 44)에 편성된 <대구읍지>는 현전하는 가장 오래된 대구의 읍지이며, 대구광역시 문화재 제55호이다.(2010년 지정) <대구읍지>는 동산도서관 관장,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등을 역임한 김남석 박사(학교법인 계명대학교 이사) 기증 자료이다. 1512년에 강원도 강릉에서 간행된 <허암유고>는 허암 정희량의 문집 초간본이며, 대구광역시 문화재 제70호이다.(2013년 지정)

 

<편집위원 최경훈, 학술정보서비스팀 고문헌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