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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65호(12월)

[독계비] 저자: 윤정은의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를 읽고

[讀.啓.肥(독. 계. 비)]는  ‘독서로 계명을 살찌우자’라는 목표로 릴레이 독서 추천 형식으로 꾸며가는 코너입니다.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소감과 함께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그 사람은 추천받은 책을 읽고 난 후 또 다른 책을 본인이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황진하(의용공학과)양 에게서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를 추천받은 백지수(사회복지학과)양 우상지(자동차공학전공)군에게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를 추천합니다.  

   똑똑. 안녕, 사장님?  오늘은 그저 까칠한 듯 다정한 우리 지은 사장님이 보고 싶어서 들러봐. 무슨 일인가 싶겠지? 보고 싶다면서 직접 찾아오지 않고 이런 편지 한 통 보낸다고. 그냥... 새삼스레 사장님한테 고마워서. 내가 사실 수줍음이 많아서 말로는 직접 못하겠고, 마음을 다루는 법을 알려주고 갖가지 교훈을 남겨준 사장님에게 내 마음의 존재를 전하고 싶어서야. 그리고 이 이야기의 끝에서 나는 사장님을 위해 존재하고 싶어. 안아주고 싶어. 그 대신 아파하고 싶어. 그래서 꼬깃꼬깃 접어둔 마음의 소리를 따라 펜을 들어. ‘마음의 얼룩을 지우고 아픈 기억을 지워준다는 마음 세탁소’ 정말 이상해. 그게 어떻게 가능하단 거야? 처음엔 사장님 이상한 사람인 줄 알았어. 이건 너무 판타지 같은 일인 거잖아! 모든 얼룩을 지워준다니. 그래, 아주 마음을 뽑아다 박박 빨래해 버리고 싶은 날들이 있잖아. 그래서였을까? 그런 터무니없는 문구에 이끌리듯 발을 들였지 뭐야. 그곳에서 함께하며 사장님이 손님들에게 불어주는 마법 같은 일들은 정말 경이로우면서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지더라. 어떻게 다들 가슴 아픈 기억을 안고 살아온 걸까. 그걸 옆에서 듣고 있는 나도 가슴이 미어질 것 같은데 말이야. 너무나 아픈 그 기억을 마음의 얼룩을 지우고 편안해진 사람도 있고, 그때의 슬프고 행복했던 기억을 안고 살아가기로 선택한 사람도 있지. 또, 그 아픔마저도 지금의 날 만든 순간이라 여기고 오늘을 살아가기로 했었어.

   사장님, 나는 어떻게 하기로 했지? 맞아. 정말 그 얼룩진 부분만 지울 수 있다면 지우고 싶어. 사람에게 상처받고 세상에 상처받았던 일들.. 하지만 사장님이 들려준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그 아픔들을 가져가기로 선택했어. 그런 선택을 한 사람을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것이 곧 나니까. 나 그 자체이니까. ‘마음으로부터 시작되고, 마음으로부터 해결되고, 마음으로부터 끝이 난다.’ 그래요, 사장님. 마음이란 건 뭘까요? 눈에 보이지 않아. 그렇기에 그 형태를 짐작할 수도 없어. 손을 뻗어도 결코 닿지 않아. 그런데 왜 이렇게 나를 아프고 괴롭게 만드는 걸까. 혼자의 힘으로써는 이 물음에 대답할 수 없었어. “눈치 보지 말고 네가 원하는 대로 해. 정답이라 믿으면 그게 정답이야. 다른 사람들 눈치 보지 말고. 그렇게 해도 괜찮아.” 응, 사장님. 사회가 기대하는 인간상에 따라 함부로 휘두르는 잣대들이 위축하게 만들어 눈치만 보던 내가 용기 내 보았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행동하는 것은 나를 즐겁게 만들어 주었어. “당연하지. 실수해도 돼. 사는 게 어떻게 언제나 완벽할 수 있겠어. 방황하고 흔들리고 실수하고 넘어지고 그래도 다시 일어서고 중심 잡으려고 하고. 그러면 돼. 괜찮아.” 응, 사장님. 지난날의 실수도 실수지만, 인턴 생활하면서 겪은 실수는 특히나 마음을 힘들게 했어. 나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저버리게 하진 않았을까? 어떻게 다시 수습해야 할까? 마음이 심란했었어. 나는 그렇게 마음이 먹먹한 것은 처음이더라. 사장님의 그 위로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내일 점심엔 뭐 먹지~ 같은 그런 일상적인, 아무렇지 않은 일로 만들어 버렸어. 별일 아니라고 할 수 있다고 나를 다잡고 보니 어느새 잘 해결돼 있더라. 나는 이제 그 물음에 대답할 수 있어. 

   그래, 나는 그저 최선을 다했던 거야. 사장님, 내 마음은 ‘나를 지켜주는 친구’예요. 무언인가 나를 상처 입히더라도 그게 상처인 줄도 모른 채로 사는 건 너무 불쌍하잖아? 나를 더욱 아프게 만들지 않으려 칼을 들고 맞서 싸우느라 지친 마음이 아픈 거야. 더럽히는 것들로부터 방어하려고 아픔으로써 일러주는 거예요. 불행이 있기에 행복이 있듯이 마음에 멍이 들지 않는다면, 그것이 상처인 줄도 모르고 기쁨인 줄도 모르고 살 것이야, 그렇죠?  지은 사장님, 저는 이 사회와 함께 마음의 짐을 함께 나눠 들 줄 아는 사회복지사가 되는 것이 꿈이에요. 살다가 조금은 눈물 흘리더라도 웃음꽃 피우는 날이 더 많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싶어요. 사장님, 내가 그동안 사장님과 함께하며 깨달은 게 있더라고요? 사람을 만나면서 봉사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아픈 부분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거야. 너무 쉽게 그 마음을 다 안 다는 듯이 이해한다는 듯이 굴었던 거야. 낯선 사람이 널 도와준답시고 누군가에겐 시리도록 아픈 과거를 뱉도록 은근슬쩍 강요했던 거야. 도와주려는 착한 마음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데,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반응하나 했다는 거야. 사장님, 나의 아픈 부분을 꺼내어 보인다는 게 쉽지 않았어요. 사실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어요. 이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도 그래. 어떻게 보면 약점을 보이는 거잖아. 용기가 필요한 일이더라고. 그걸 듣고 상대가 어떻게 반응할지 상상하니 무섭더라고. 막상 나의 아픈 과거를 여기에 쓰려니 쉽지 않더라고 그래서 사장님한테 다 말 못 했어. 몇 번이고 쓰다 지웠어. 사회복지사가 된다면 꼭 이런 점을 유의할게. 이제는 정말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마음의 얼룩을 세탁해 없애지 않기로 한 거 잘한 거 같아. 나도 마음이 아픈 경험이 있기에 누군가의 아픔에 진정으로 공감하며 눈물 흘리고 세상과 함께 맞서 싸울 수 있게 하는 것 같아. 공감이라는 것 사회복지사가 가져야 할 하나의 스킬이 될 수 있잖아?

   사장님은 그동안 마음 세탁소를 찾아온 사람들에게 특별한 위로의 차를 내어줬잖아? 차를 마시고 마음을 치유할 이를 생각하며 정성을 담고, 그것으로 위로를 주고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어 주는 사장님만의 특별한 능력을 담은 차잖아. 나는 사장님처럼 ‘아픔을 치유하는 능력’은 없지만, 나를 찾은 사람들에게 그런 차 한 잔 내려 줄 수 있는 사회복지사가 될게. 고마워. 그런데 사장님, 진짜 미워. 계속 말하고 싶었던 건데, 정작 사장님 본인도 힘들면서 왜 힘들다 말하지 않는 거야. 한순간의 실수로 사랑하는 이들을 잃고 무한한 생의 굴레 속에 살면서 많은 고통을 받은 우리 사장님, 어쩌면 사회복지사의 역할과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더 마음이 쓰이더라고요. 자신을 희생해서 사람들의 아픔과 힘듦을 어루만져 주는 우리 사장님, 내가 달려가 너무 안아주며 위로하고 싶었어요. 마지막으로 본 사장님의 모습은 참 행복해 보여서 다행이에요. 사장님, 지은 사장님. 사장님에게 찾아온 그 사랑과 함께 웃는 나날들만 가득할 거예요. ‘마음으로부터 시작되고, 마음으로부터 해결되고, 마음으로부터 끝이 난다.’ 이 공식 알죠? 제가 그렇게 되리라 마음먹었으니까요!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23번째 방문객 지수가.

출처: 책 표지-교보문고, 사진-백지수

편집위원: 박경희(학술정보서비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