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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55호(10월)

[독계비]저자 : 올더스 헉슬리「멋진 신세계」를 읽고

[讀.啓.肥(독. 계. 비)]는  ‘독서로 계명을 살찌우자’라는 목표로 릴레이 독서 추천 형식으로 꾸며가는 코너입니다.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소감과 함께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그 사람은 추천받은 책을 읽고 난 후 또 다른 책을 본인이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멋진 신세계」를 추천받은 장예주(심리학과)양이 이여진(생명과학과)양에게 「유도라 웰티의 소설작법」를 추천합니다.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욕구는 행복이라는 말에 동의하는가? 오늘 소개할 <멋진 신세계>라는 책에서는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제시한다. 책 속의 모습은 극도로 발달한 과학기술과 자본주의를 배경에 두고 있다. 이 세계를 책에서는 ‘세계국’이라고 칭하며, 세계국에는 알파와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 총 5개의 계급이 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다니며 친구들과의 시간을 즐기는 유아기는 이 세계국에선 완벽한 인간이 되기 위한 발판이 된다. 세계국의 상류층인 알파에게는 유아기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해 모두가 좋아할 만한 얼굴이나 외적 모습을 갖추게끔 하며, 지적 능력까지 우수한 사람으로 만든다. 그렇다면 하위 계급은 어떤가? 하위 계급인 엡실론은 의도적으로 산소 공급을 차단해 알파와는 비교되게 모난 외모, 그리고 낮은 IQ를 갖고 태어나게끔 만든다. 현대 사회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면 반기를 드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을 법하지만, 이 책 속 엡실론들은 알파들에 대한 열등감이나, 반감, 그리고 자신들의 삶에 대한 불행함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 왜일까? 그 이유는 바로 조기교육에 있는데, 세상 속 개개인의 다양성과 개성을 잃어가면서도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게끔 학습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 혹은 자신에게 불가피한 불행이 닥치게 되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감정인 불안이나 우울은 세계국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세계국에서는 주기적으로 ‘소마’라는 약을 배급하여 행복함을 느끼게 해 주는데, 이 소마는 마약처럼 작용해 소설 속 사회의 정신적인 부분까지 통제하려 한다. 즉, 모든 인간은 행복하고자 하는 욕구를 추구한다는 것을 배경으로 슬픔이나 노여움의 감정을 제거하는 것이다. 
인간관계나 사랑, 감정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이 세계국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줄까? 생명에 위험이 전혀 없고, 노후도 국가가 모두 책임지는 세상이 과연 유토피아일까? 진정한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를 나누기에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나에게는 이 책 속 세계가 디스토피아로 생각됐다. 그 이유는 세계국 속 세상은 ‘인간다움’이 제거되었기 때문이며, 인간의 기본인 감정을 제거하면서 행복이라는 한 가지 감정만으로 사회를 컨트롤한다는 것이 굉장히 잔인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책 속 등장인물인 존이 우리는 불행이나 고통을 느낄 이유가 있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도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파악할 수 있었고, 만들어진(조작된) 행복 아래에서 이 사회는 절대로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만약 어떠한 유토피아를 정의하거나 추구하게 된다면, 그 사회는 통제나 조작, 명령 없이 인간이 주체적으로 행복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획일적인 행동 속에서, 인간성마저 사라져 죽음에 대한 사항도 길들여진 세상에서 우리 인간은 과연 ‘멋진 신세계’ 아래에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해나갈 수 있을까? 가족성이라곤 결여되어 있는 사회 속에서 안정성을 잣대로 유토피아라고 칭하는 세계가 과연 옳은 것인지, 그 기준에 맞춰 감정 없이 살아가는 삶이 가치로운지를 비판하는 것과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 머지않아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이 인간이 아닌 세상을 살아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올더스 헉슬리는 역설적인 제목으로 비판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멋진 신세계>는 현대의 생명 공학 기술 발전의 궁극적인 목표가 “인류의 복지를 위하여”라고 정의되고 있지만, 진정으로 현대의 기술이 인류의 복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준 책이었다. 미래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에 대해, 혹은 진정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에게 해당 책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출처: 책 표지-교보문고, 사진-장예주

편집위원: 김재훈(학술정보지원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