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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54호(9월)

[독계비]저자 : 최은영「밝은 밤」을 읽고

[讀.啓.肥(독. 계. 비)]는  ‘독서로 계명을 살찌우자’라는 목표로 릴레이 독서 추천 형식으로 꾸며가는 코너입니다.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소감과 함께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그 사람은 추천받은 책을 읽고 난 후 또 다른 책을 본인이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밝은 밤추천받은 김세람(행정학과)양이 장예주(심리학과)양에게 「멋진 신세계」를 추천합니다.  

 

과거의 나가 모여 오늘의 나가 되었듯이 이전 세대들의 삶이 모여 오늘날이 되었다는 것에 있어 동의한다.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나의 할머니 세대의 삶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다. 그러나 책을 읽고 난 후 할머니의 지난 살아온 삶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하였고 홀로 열심히 살아 온 할머니가 애틋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책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서른 두 살의 지연은 남편과 이혼 후 희령으로 내려오게 된다. 희령은 지연이 열댓 살 무렵 할머니와의 추억이 깃든 곳이다. 이곳에서 20년 만에 다시 만난 할머니 영옥에게 자신의 어머니인 삼천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면서 소설은 전개된다. 따라서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삼천, 영옥, 미선, 지연 순으로 4세대에 걸친 100년의 시간 동안 시대 상황에 의해 만난 인연들과 이들 간의 연대와 우정,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인상 깊었던 구절을 나열해보자면 안정을 추구했던 그 시절 동안 나는 성장하지 못했다. 독에 갇힌 나뭇가지처럼 가지를 마음껏 뻗어나갈 수가 없었다. 고립되었다. (중략) 하지만 나는 다시 그 문제로부터 도망쳤다. 그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체념했다. 그가 집에 없을 때 울다가도 그이 전화가 걸려 오면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목소리가 왜 그래?’하고 그가 물으면 , 자다가 일어나서라고 거짓말을 했다. 나는 누구에게 거짓말을 했나. 나에게, 내 인생에게,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알고 싶지 않아서, 느끼고 싶지 않아서. 어둠은 거기에 있었다.”

마음이라는 것이 꺼내 볼 수 있는 몸속 장기라면 가끔 가슴에 손을 넣어 꺼내서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싶었다. 깨끗하게 씻어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널어놓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마음이 없는 사람으로 살고, 마음이 햇볕에 잘 마르면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는 마음을 다시 가슴에 넣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지. 가끔은 그런 상상을 하곤 했다.”

영옥이 어느 조선인이 일본보다 천하다고 생각하니? 할머니가 고개를 젓자 아저씨는 천함은 인간을 그런 식으로 천하다고 말하는 바로 그 입에 있다고 했다를 꼽고 싶다.

책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읽는 내내 줄거리 속 인물들이 모두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은 것이었다. 군인을 피해 한 결혼이었지만 사랑을 받지 못했던 삼천이와 해방 이후 중혼의 아픔을 겪었던 영옥 그런 영옥에게 상처받은 미선, 남편의 바람을 알게 된 지연까지. 등장인물 모두 자신이 가진 저마다의 사연을 스스로 극복하고 서로를 보듬어 주는 과정이 책을 읽는 내내 뚜렷하게 그려졌다. , 삼천에게는 새비 아주머니가 영옥에게는 희자 할머니가 있었다. 나는 새비 아주머니와 삼천의 관계를 보면서 세상에 이러한 우정 하나만 있어도 인생이 든든할 것 같은 생각이 들면서도 멀리서도 늘 서로의 안부를 궁금해하고 감정을 공유하고 누구보다 든든한 터울이 되어주는 관계가 참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다. 더불어 희자 할머니와 영옥을 보면서 어떠한 특별한 이유가 없이도 상대가 애틋하고 좋아질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출처: 책 표지-교보문고, 사진-김세람

편집위원: 김재훈(학술정보지원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