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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칼럼] 외우지 말고 이해하자, 제발!

[동산칼럼] 경영대학  최만기 교수의 칼럼을 싣습니다. [양봉석 ybs@gw.kmu.ac.kr]

 

   세월은 참 빨리도 흐른다, 마치 총알같이.... 학기가 엊그제 시작된 것 같은데 벌써 마무리할 때가 되다니.... 눈으로 덮였던 교정도 형형색색의 옷으로 갈아입고, 푸르디푸른 녹음은 같이 놀자고 유혹하고....

   학기가 끝나갈 때면 늘 뇌리를 떠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내가 가르친 학생들이 얼마나 외우지 말고 이해하려고 몸부림쳤을까”하는 물음이다. 이 물음에 긍정적이면 성공이다.

   그것이 어느 과목이든 나는 학기 초에 늘 외우지 말고 이해하는 방향으로 학습방법을 바꾸라고 거의 강요하다시피 한다. 이는 유학시절의 뼈저린 경험 때문이다. 나는 1980년 8월 청운의 꿈을 안고 미국 일리노이주 Urbana와 Champaign에 걸쳐 있는 University of Illinois라는 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시작하였다. 첫 학기 중간고사를 치렀는데, 영어 과목을 제외한 전공 세 과목 중 어느 한 과목의 어느 한 문제도 답할 수가 없었다. 공부를 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열심히 하였다. 한국에서 하던 대로 달달 외웠다. 노트에 적힌 것도 외우고 책의 내용도 거의 완벽하게 외웠다. 그래도 불안하여 공부 잘해 보이는 미국 학생의 노트까지 복사하여 다 외웠다. 그런데도 한 문제도 제대로 답할 수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선배들 왈 “대개 교수님들이 학점을 A, B, C 각 3분의 1씩 주는데, C를 받으면 학교 그만두라는 신호탄이다”라는 게 아닌가? 고민이 엄청 되기 시작하였다. C는커녕 F라는 권총을 세 개씩이나 차야 할 판이었다. 영락없이 쫓겨날 것만 같았다. “LA로 배추 장사하러 가야하나, 귀국길 비행기에서 태평양 바다 속으로 다이빙할까”하는 온갖 생각이 뇌리에서 잠시도 떠나지 않았다. 스트레스가 엄청 쌓였다. 밥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었다. 돌 씹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사나이로 태어나서 무라도 베어보자”는 심정으로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기 시작하였다, 절박하게, 처절하게.... 결론을 두 가지로 내렸다. 하나는 영어실력의 부족과 문화차이 때문으로 생각되었다. 영어를 10년 이상 한다고 했는데도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 내려 미국 입국수속을 밟는데 그들이 하는 말이 잘 들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하는 말도 영 알아먹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아울러 수업 시간 중 미국 학생들은 뭐라 뭐라 끊임없이 떠들어대 쌓는데, 나는 우리 문화로 최고의 미덕인 “침묵은 금이다”로 일관하였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쪽 문화에 따르면 침묵은 금이 아니라 무식의 폭로인데 말이다.

   다른 하나는 공부하는 방법이 틀렸지 않았나 싶었다. 달달 외운 문제가 하나도 안 나왔기 때문이다. 들어간 것이 없으니 나올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은 당연지사. “외우는 대신에 이해해야하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이해를 하면 외우지 않은 것도 답할 수 있으니까. 구구셈을 예로 들어보자. 구구셈 5단까지 죽기살기기로 외운 학생에게 얄밉게도 선생님이 8x7이 얼마냐고 물었다고 치자. 그 학생 당연히 답 못할 것이다, 외운 적이 없으니까. 그러나 구구셈을 이해한 학생은 아마도 회심의 미소를 시익 지으면서 56이라고 금방 답할 것이다. 이해위주로 공부한 학생은 구구셈의 원리를 터득하였을 테니까. 구구셈의 원리는 덧셈을 곱셈으로 바꾸어 놓은 것인데, 구구셈 배울 때쯤이면 더하기야 폴폴 나지 않겠는가?

   이해를 하면 응용이 가능하다. 나아가 이해를 하면 새로운 것도 생각해 낼 수 있다. 그러나 암기하면 하늘이 두 쪽이 나도 그러지 못한다. 그래서 공부하는 방법을 바꾸기로 하였다. 그런데 무척이나 어려웠다. 암기로 잔뼈가 굵었으니까. 절치부심 끝에 방법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하였다. 기말고사에 B로 타작을 하였다. 계속 노력한 결과 다행히 다음 학기에는 A 반 B반, 그 다음 학기부터는 올 A를 받을 수가 있었다. 성공적 이었다! 신의 가호와 더불어 공부방법 하나 바꾼 덕분에 무사히 New York 대학교로 옮겨 우수 졸업생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을 수 있었다.

   21세기는 창의적인 인재를 요구한다. 창의적이려면 외워서는 절대 안 된다. 이해해야만 한다. 제발 좀 외우려들지 말고 까짓 것 이해함으로써 취업은 물론 인생의 경쟁력마저 높이자 한껏, 계명의 학우들이여!!! 나는 우리 학생들 모두 그럴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계명을 나온 나도 그러하였으니까^^
 

<사진출처: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