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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추천도서

<이달의 추천도서>

 

"기적의 양피지: 캅베드"

 

서 정 남(영화학 박사,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살아오면서 몇 권의 책을 내고, 또 매주 한 권 이상의 책을 읽어오면서 때때로 생각해 보곤 한다. 한 권의 책이 갖는 가치는 얼마일까? 그 책을 쓰기 위해 저자가 들인 공력을 결코 금전 단위로 단순하게 환산할 수 없는 노력이겠으나, 우리는 몇 천원부터 몇 만원의 정가가 붙은 책을 구입한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1~2만원으로 소비활동을 하면서 얻을 수 있는 여러 종류의 만족들 가운데 책 만 한 것이 달리 없는 듯하다. 한 사람, 혹은 몇 사람이 혼신의 힘을 기울여 모으고 지어낸 결정체를 그 적은 돈으로 소유한다는 것만큼 매력적인 일이 어디 있겠는가.

 

  최근에 동산도서관에서 학생들과 함께 하고 있는 "책 향기 날리기" 프로그램을 통해 <기적의 양피지 캅베드>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자녀들, 모든 제자들에게, 주위 많은 사람들에게 꼭 읽히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이 책의 형식은 소설이다. 주요 등장인물들은 모두 실존인물로서 실명과 세간에 알려진 그들의 삶이 차용돼 있다. 다시 말하면 실제(fact)와 허구(fiction)가 결합된 "팩션(faction)"인 셈이다. 이야기 속의 1인칭 서술자(나)는 '윌리엄 게이츠'라는 인물인데, 나중에 밝혀지지만 그는 '빌 게이츠'의 아버지이다. 그는 중년의 변호사로서 가정과 직장 문제로 해외여행을 하던 중, 터키의 이즈미르 해변에서 심장 쇼크로 죽을 위기에 처한 한 노인을 구해주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노인은 세계적인 부호이며,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그리스 출신의 선박왕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 오나시스'였다. 그는 자신이 18세 때에, 수용소에 갇혀 있던 유대인 랍비를 도와주고 선물로 받은 "캅베드"를 이제 윌리엄에게 전해주며 자신의 삶을 회상한다. 그러니까 이 소설의 겉 이야기는 윌리엄 게이츠가 서술해 나가지만, 속 이야기는 오나시스의 인생여정에 대한 회상을 윌리엄이 들어주는, 액자 형식을 취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윌리엄은 전체 이야기의 서술자이면서, 오나시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피화자(수화자)인 셈이다.

 

  이 책의 미덕은 우선, 전 세계를 공간적 배경으로 삼고, 양차 세계대전을 거쳐 오늘에 이르는 시간적 배경을 갖고 있으며, 실존 인물들이 활약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에 보았던 어느 작품보다도 스케일이 큰, 선 굵은 서사를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마치 수수께끼처럼 수천 년 동안 베일에 쌓여있던, 유대인들의 간명한 지혜를 담은 "캅베드"라는 양피지를 세상에 드러내 보이면서 독자들을 텍스트에 몰입하도록 이끄는 힘을 발휘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힘과 미덕은, 우리 각자가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자문해 보도록 한 다음, 한 번 뿐인 이 삶에서 우리는 무엇을 추구하며, 무엇을 간절히 이루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한다는 점에 있다. 그런 다음 캅베드에 수록된 내용을 전한다. 실상 그 내용은 너무나 단순한 것이고 여러 차례 반복되는데, 그것을 한 단어로 말하면 "공경"이다. 순 우리말로 표현한다면 "섬김"일 터이다. 인생에 있어서 자신이 추구하는 간절한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먼저 자기 자신을 공경하고, 남을 공경하며, 마지막으로 신을 공경하라는 것이다. 그리하면 그가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약속을 하고 있다. 솔로몬이 그랬던 것처럼, 오나시스가 세계 최고의 갑부가 되었던 것처럼...

 

  이 책은 오나시스가 삶의 과정에서 원했던 것의 모든 성취와, 또한 그가 실패를 자인했던 문제를 통해 캅베드의 약속이 결코 거짓이 아니며, 누구나 그 가르침을 따르면 원하는 것을 얻게 됨을 약속하고 있다. 그리고 윌리엄 게이츠가 물려받은 캅베드는 그의 아들 빌 게이츠에게 이어져, 그가 오늘날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다는 점, 오나시스와 달리 그는 캅베드의 기적을 통해 얻은 부를 사회에 환원하며 신을 공경하는 모습까지 이야기 하고 있다. 결국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는 저마다 기적의 양피지를 소유하는 것이다. 누구나 이 책을 읽을 수 있고, 또 단돈 만 원이면 구입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두에게 기적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기적의 양피지 캅베드를 소유하고도 그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거나 각자의 삶 가운데서 직접 실천하지 못하는 자에게 기적은 일어날 수 없는 것이다.

 

  사랑하는 제자들이여 책에서 길을 찾자. 이 한 권의 책에서 인생의 목표와 방향을 발견하는 제자들이 많이많이 나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헤르메스 김(김용규), 기적의 양피지 캅베드, 파주 : 살림,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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