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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고객

"할매요 할매요"

학술정보운영팀 박승애

 

 

지난 4월 어느 날 낯선 이로부터 한통의 메일이 날아들었다. 자신은 타 대학 학생으로 1983년쯤 아버지의 단편소설이 계명대학보에 실렸는데 아버지가 그 작품을 다시 읽고 싶어 하시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것이다. 소설 제목은 '할매요 할매요'인데 무슨 상을 받았는지는 모르겠고 심사위원이 이청준 작가였다는 것만 기억한다고 하였다.

제목이 하도 특이하여 처음에는 농담인가 진담인가 하고 웃었지만 곧바로 3년치의 낡은 신문 뭉치들을 가져와 한 장씩 뒤지기 시작했다. 얼마 후 “찾았다!”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고 누렇게 바랜 신문에는 정말로‘할매’가 있었다. 1984년 4월 8일자 신문이었다. 제4회 계명문화상 소설부문 당선작으로 당시 경남대학교 학생인 임영모씨의 작품이었다.

아버지는 이제 대학생이 된 아들을 보며 자신의 학창시절을 다시금 떠올렸으리라. 그 시절 문학청년이었던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며 아스라이 가버린 세월의 기억들을 되살리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원하는 바를 찾은 기쁨에 곧 답장을 보냈고 그쪽에서도 반갑게 답장이 왔다. 자신은 서울에 있기 때문에 부산에 계신 아버지께 보내 드렸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 순간 문득 그 학생의 아버지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계시는지 궁금했다. 그래서‘실례가 안 된다면 가르쳐 줄 수 없겠느냐’고 물었더니 아버지는 지금 문학과는 무관한 일을 하는 자영업자이시고 자신은 서울대학교 야구부 소속 학생이라고 하였다.

빛바랜 신문은 조각조각 복사되어 한 장으로 붙여진 후 부산으로 곧 배달되었다. 그 소설은 아버지와 할머니의 이야기, 슬픈 가족사가 담겨 있었다. 아버지의 말씀을 흘려버리지 않고 용기를 내어 낯선 도서관으로 메일을 보내 온 아들과, 추억속의 계명대학보를 다시금 찾은 아버지에게서 작은 감동이 밀려 왔다. 오래 된 자료들을 간수해야 하는 자의 괴로움을 일순간에 바꿔 버릴 수 있는 값진 사건이었다. 남이 보기엔 아주 사소한 기쁨이라 할지라도 우리 사서들은 이런 기분에 케케묵은 자료들을 끌어안고 사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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