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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아의 연주

 

백아의 연주

고문헌실 장인진

춘추시대에 살았던 백아(伯牙)는 거문고 잘 타기로 유명하였고, 종자기(鍾子期)는 백아의 음악을 잘 이해하였다.

<열자>와 <여씨춘추>에 소개된 이야기다.

백아가 거문고를 탈 때 높은 산 오르는데 뜻을 두면 종자기는 “훌륭하도다. 높이 솟은 것이 태산과 같구나!”(善哉 峨峨兮 若泰山) 하였고, 흐르는 강물을 나타내면 “훌륭하도다. 출렁거리는 것이 장강(長江)이나 황하 같구나!”(善哉 洋洋兮 若江河) 하여, 종자기는 백아가 생각하고 있던 것을 정확하게 알았다. 백아는 그 뒤에도 몇 곡조를 더 연주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마다 종자기는 바로 그의 뜻을 알아맞히었던 것이다. 뒷날 종자기가 죽자, 백아는 거문고 줄을 끊어 버리고 세상에서 자기 음악을 알아주는 이 없음을 통곡하였다고 한다.

대구 동촌유원지 경내에 있는 아양루(峨洋樓)는 종자기의 말에서 두 글자를 취한 것으로, 영남 사림의 후예가 아양음사(峨洋吟社)를 결성한 뒤 사원(社員)의 성금으로 광복 후에 세운 것이다. 오랜 세월 지역의 선비들이 이 곳에 모여 문학 활동과 애향(愛鄕), 우국(憂國), 충정(衷情)을 토로하였으나, 지금은 그 유래를 아는 이 조차 드물다. 지난 해 대구 유림단체 담수회(淡水會)에서 그 뜻을 기리고자 아양루 앞에 유적비를 세워 역사적 사실을 보존하는데 일조하였다. 이 누각 옆의 아양교(峨洋橋) 역시 여기서 유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백아의 고사는 남의 속마음까지 알아주고, 또 남을 위하는 도타운 그 정을, 거문고를 통하여 전하고자 한 것이다. 그래서 아양루 외에도 자기를 알아주는 친구의 의미의 ‘지음(知音)’, ‘지기(知己)’, ‘지기지우(知己之友)’라는 말이 생겨나고, 절친한 벗의 죽음을 슬퍼하는 의미의 ‘절현(絶絃), ‘백아절현(伯牙絶絃)’, ‘백아파금(伯牙破琴)’라는 말이 생겨서 옛 사람의 시구(詩句)에 더러 등장하고 있으니 세상에 끼친 바 크다.

오늘 날 도서관을 찾는 고객들은 다양한 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 사서 선생님들은 백아의 그룹이 되어 곳곳에 있는 종자기들에게 진실된 모습으로 참 마음을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변화의 시대에 맞는 곡을 연주하여 화음(和音)의 장으로 이어지면 스스로 거문고 줄을 끊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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