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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42호(3월)

[독계비] 김지혜의「선량한 차별주의자」를 읽고

   [讀.啓.肥(독.계.비)]는  ‘독서로 계명을 살찌우자’라는 목표로 릴레이 독서 추천 형식으로 꾸며가는 코너입니다.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소감과 함께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그 사람은 추천받은 책을 읽고 난 후 또 다른 책을 본인이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박선호(경찰행정학과)양에게서  「경찰관 속으로를  천받은 하인설(행정학과)군 「선량한 차별주의자 가희(국어교육학과)양에게 추천합니다.

  2020년 5월 미국에서 한 경찰이 흑인을 과잉 진압해 결국 죽음에 이르게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에서 인종차별에 대한 시위가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자유와 평등을 주장하고 다양성을 보장하던 미국은 과거부터 존재해오던 인종차별의 잔재가 남아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리나라도 여전히 성차별, 정규직·비정규직 차별 등 수많은 차별로 소외당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뉴스에서도 그 사례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데, 정작 자신이 차별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나는 선량한 시민일 뿐 차별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우리는 과연 정말 평등한 사람일까?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차별’을 행하고 있지는 않을까?

  만연한 차별과 편견 속에서 평등한 사회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김지혜 작가의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총 3부로 우리의 선량한 차별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1부에서는 어떻게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만들어지는지 생각하고, 2부에서는 차별이 어떻게 ‘정당한 차별’로 지워지는지 알아본 후, 마지막 3부에서 차별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가는 혐오표현에 관한 토론 중 ‘선택 장애’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이에 대해 지적받은 경험을 소개하며 글을 시작한다. 이는 우리가 무심코 사용했던 단어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차별에 관한 사례로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가 알게 모르게 차별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도 평소에 나름 평등한 시선을 가진 차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평소 심심찮게 사용하던 ‘선택장애’라는 단어가 장애인에 대한 비하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무엇보다 차별의 의미를 자각하지 못하고 습관적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이 예시를 통해서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차별을 하고 있었을 수도 있겠구나, 내가 책에서 말하는 ‘선량한 차별주의자’ 일 수도 있겠구나, 하고 느꼈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은 차별하지 않는, 무고하고 선량한 시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차별은 절대다수의 입장에서는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비장애인은 장애인을, 남성은 여성을, 백인은 흑인이 받는 차별을 이해하기 힘들다. 작가는 그 이유가 그들이 일상에서 ‘특권’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되는 이유는 특권을 누리고 있음에도 이를 알아채지 못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개인·집단 또는 사회에 대해 조건이 유리해 누리게 되는 자신의 혜택을 ‘혜택’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이를 당연하게 생각한다면 바로 ‘차별’이 생기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행해지는 차별을 딛고 어떻게 하면 평등한 사회로 나갈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작가는 ‘책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일상 속에서 차별과 억압이 무의식 중에 녹아 나오는 습관, 농담, 감정, 용어 사용, 고정관념으로 행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이를 무작정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이리스 영은 “무의식적이었고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억압에 기여한 행동, 행위, 태도에 대해 사람들과 제도는 책임질 수 있고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무의식적인 차별의 습관을 인식하고 이를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할 책임이 필요하다.

  “나는 몰랐다”,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가 아닌 나의 실수를 인정하고 성찰을 통해 이를 고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그렇기에 이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존재할 것이다. 이 차별의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현재를 인식하고 인정하고 성찰을 통해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이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읽으며 나 또한 나의 행동을 되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사실과 행동이 나중에 뒤돌아서 생각해보면 우리의 한계에 갇혀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는 편견과 특권에 갇혀 우리 사회를 이 한계에 가두고 있지 않은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끊임없는 성찰과 노력을 통해 한계를 뛰어넘어, 소외받는 이가 없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모두가 책임을 지고 세상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출처: 책 표지-교보문고, 사진-하인설

편집위원: 김지영, 학술정보지원팀 정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