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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75호(4월)

[독계비] 김승섭 작가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읽고

讀·啓·肥는  ‘독서로 계명을 살찌우자’라는 목표로 릴레이 독서 추천 형식으로 꾸며가는 코너입니다. 

고재승 군에게서 「회색 인간」을  추천받은 박세희(일본어일본학과)양 정나현(사회복지학과)양에게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추천합니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 표지에 이어지는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라는 문구. 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요?"(6쪽)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E pluribus unum" (에 플루리부스 우눔. ‘여럿이 모여 하나로’라는 뜻의 라틴어).

예컨대 인간은 협력이 필수라는 것이다. 적자생존, 각자도생, 개인주의 등 차가운 면이 부각 되는 요즈음 사회에 아로새기고 싶은 구절이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의 현실은 오스트리아의 과학철학자 오트 노이라트가 말했던 것처럼, 막막하고 가혹하다.

"우리는 망망대해에서 배를 뜯어 고쳐야 하는 뱃사람과 같은 신세이다. 우리에게는 부두로 가서 배를 분해하고 좋은 부품으로 다시 조립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83쪽)

이러한 현대 사회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고통은 근본적으로 개인적인 것입니다. 타인의 고통을 나눈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고통이 사회구조적 폭력에서 기인했을 때, 공동체는 그 고통의 원인을 해부하고 사회적 고통을 사회적으로 치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176쪽)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구체적인 노력의 방법은 책에 나와 있지 않다. 나는 이를 그저 비관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이렇게 생각한다. 


가끔은 해결 방법을 찾기에 앞서, 개인과 이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일이 더 중요할 수도 있고.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누군가 먹구름 속에 있다면, 그 사람의 무지개가 되어주려 노력하는 것.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우리는 누군가의 무지개가 되기는커녕, 쏟아지는 비를 멈추게 할 수조차 없다. 그러니, 쏟아지는 비를 멈추게 할 수 없다면 함께 그 비를 맞는 것 (216쪽), 그것이 우리가 가장 먼저 실천할 수 있는 일이지 않을까.

쉐퍼는 말했다. “자신의 생활양식이 위협받지 않는 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별 불평 없이 자유가 상실되는 것을 감수할 것이다.”라고. 안타깝게도 이 말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런데 이를 깨달은, 조금 풀이 죽어버린 나에게, 작은 나비가 날아왔다. 이 나비는 나에게 ‘글’이라는 도구로 날아왔다. 그 나비는 바로 작가의 이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프로이트를 인용하면서 인간이 하는 모든 행동은 결국 자신의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해 이기심을 채우는 것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해요. 하지만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결국에는 이기심을 뛰어넘는 삶을 살아보도록 해요. 저도 열심히 노력할게요."(305쪽).

나는 이 말 덕분에 작지만 커다란 희망을 마음에 품을 수 있었다. 그렇다. 아무리 쉐퍼의 말이 현실적이라 해도, 우리는 그 대다수를, 현실을, 이기를 넘으면 되는 것이다. 물론 그것들을 뛰어넘을 방법을 찾는 것도, 실천하는 것도 힘든 길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해결책이 있다고 생각하는 방향에 대해 어떤 의문도 남기고 싶지 않다. 

나는 적자생존, 각자도생, 개인주의 등 차가운 우리 사회와 현실에 마냥 순응하기보다는 ‘공동체’라는 진리를 좇아 나가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정론이자 이상론이다. 이상론이기 때문에 실천과 이루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좇아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어차피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이 세상살이의 근본이기도 할 테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인간은 미련하기에 더욱 희망적이니 말이다.

"‘당신에게도 그리고 저 자신에게도 묻고 싶습니다. 당신과 나, 우리의 공동체는 안녕하신가요?’(296쪽).

 

> 출처: 책 표지는 에듀인뉴스
> 편집위원: 유주혜 사서, 학술정보서비스팀 연속간행물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