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헌 산책] “소와 인간의 신의를 그린 이야기, 만화책으로 만들어지다”
선산 지역의 의로운 소 이야기, 의우도(義牛圖)
신축년. 2021년 올해는 하얀 소, ‘White Cow’의 해이다.
소는 우리 민족에게 친숙한 존재이다.
농경사회에서는 농사에 사람보다 더 유익한 동물이었고, 실제로 노비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었다고도 한다. 식용으로도 뼛속까지 사람들에게 희생하는 존재다.
소와 사람에 관한 이야기는 전국 곳곳에서 할머니 옛날이야기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다. 전해지는 이야기도 있지만, 누군가에 의해서 책자에 수록되는 경우도 있다.
선산(구미) 지역에 전해 오던 이야기를 지금으로부터 318년 전에 '권상하'라는 사람이 ‘의로운 소 그림’이라는 의미로 여덟 컷의 만화책 <의우도>를 만들었다.
‘소보다도 못한 사람들은 소에게서 좀 배우라’는 의미를 담아서. 그 이야기를 짧게 소개한다.
선산에 사는 농부 김기년이 밭을 갈고 있었다. 호랑이가 나타나 소를 공격했다. 그러자 김기년이 (도망가지 않고) 호랑이를 공격했다. 이에 호랑이는 돌아서서 김기년을 공격했다. 그러자 소도 (도망가지 않고) 주인을 공격하는 호랑이를 뿔로 받아서 쫓아버렸다. 주인이 상처를 입어 병상에 누웠으나 소는 본분을 다해 열심히 일했다. 그러다가 주인이 상처 때문에 세상을 떠났다. 이에 소도 그만 식음을 전폐하고 따라 죽었다. 사람들은 의로운 소라고 하여 무덤을 만들어 주었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도망가지 않고' 서로를 지켜주는 신뢰 관계이다. 무시무시한 호랑이, 자신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는 호랑이가 나타났는데, 도망갈 시간이 있었는데 도망가지 않고 목숨을 걸고 자신의 소를 구하려고 했다. 자신이 호랑이를 이길 수 있었겠는가? 다행히 소가 자신을 도운 주인에 감동해 목숨을 걸고 호랑이를 쫓아버렸다. 그래서 결국 둘은 호랑이를 물리쳤다.
다른 지역에 전하는 소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호랑이가 나타났는데, 그만 주인은 신의를 저버리고, 소를 버리고 자기 살겠다고 도망쳐버렸다. 그때 소는 무슨 감정을 느꼈을까? 배신감 아니었을까?
지금까지 충성을 다해 일을 하고 주인을 섬겼는데. 이야기의 결과는 소가 배신감에 이를 갈며 호랑이를 물리치고, 집으로 돌아와 주인을 뿔로 받아 죽여 버린다.
무서운 소라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통쾌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 대조적인 두 이야기는 '신의(信義)'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초점은 소와 주인 모두에게 맞춰진다. 한쪽만의 무조건적인 수직적 복종관계가 아니라 상호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수평적 신뢰 관계, 소가 원래 의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주인이 의리 있는 소를 만들었다고.
사람 사이에서도 믿음과 의리는 중요하다. 그것이 깨지는 순간 관계도 끝나 버린다. 내용이 아니라, 관계가 먼저다.
어떤 사람은 이런 말을 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그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한다." '신의'의 시작은 바로 여기서 시작되고, 그것이 곧 ‘사랑’이 아닐까?
이번 고문헌 산책에서는 신의와 사랑의 의미를 담은 이야기책 하나를 살펴보았다.
<편집위원: 최경훈, 학술정보서비스팀 고문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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