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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78호

[북콘서트]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 두시오<좀머 씨 이야기> 비틀즈 ‘LET IT BE'

[북콘서트] 북콘서트는 함께 읽고 싶은 책, 같이 듣고 싶은 노래를 소개하는 코너로 여러분의 참여로 만들어가는 코너입니다.

 

  파트리크 쥐스킨트(Patrick Suskind)의 좀머 씨 이야기는 배낭을 짊어지고 이상한 지팡이를 쥐고 시간에 쫓기는 사람처럼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걸어 다니기만 하는 이웃사촌 좀머씨의 기이한 인생을 다루는 이야기로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 두시오” 라고 외치는 은둔자의 행위를 통해 삶의 의미를 작가의 섬세한 필체와 원색 삽화들로 그려내고 있다.

 

<좀버 씨 이야기 중>


  좀머 아저씨가 없어졌다는 것이 알려지기까지에는 2주일이 걸렸다. 우선 제일 먼저 그것을 발견한 사람은 다락방의 월세를 받으려던 리들 어부 아저씨의 부인이었다. 좀머 아저씨가 2주일 동안 돌아오지 않자 그 아주머니는 슈탕엘마이어 아줌마에게 그 이야기를 했고, 슈탕엘마이어 아줌마는 히르트 아줌마에게 상의를 했고, 히르트 아줌마는 손님들에게 아저씨에 관해서 물어 보았다. 그렇지만 아무도 좀머 아저씨를 봤다거나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2주일이 더 지난 다음 리들 아줌마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기로 했고, 그 후 몇 주일이 지난 다음 신문에 아저씨를 찾는 작은 광고가 아무도 그 사람이 좀머 아저씨라는 것을 알아볼 수 없을 아저씨의 여권용 사진과 함께 나왔다, 사진에 좀머 아저씨는 검은색 머리에 숱이 많았고, 집요한 눈빛과 입술에는 확신에 차고 거의 뻔뻔스럽게까지 느껴지게 만드는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진 밑에 처음으로 좀머 아저씨의 온전한 이름이 적혀져 있었다. 막시밀리안 에른스트 애기디우스 좀머,

... 중략

  나는 침묵을 치켰다.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날 저녁 아주 늦게 집에 도착하여 텔레비전의 나쁜 효과에 대한 일장 훈계를 들어야만 했을 때에도 내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나중에도 역시 하지 않았다. 누나에게도 하지 않았고, 형에게도 하지 않았으며, 경찰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심지어 코르넬리우스 미켈에게조차 죽음에 대해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내가 어째서 그렇게 오랫동안 또 그렇게 철저하게 침묵을 지킬 수 있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두려움이나 죄책감 혹은 양심의 가책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나무 위에서 들었던 그 신음소리와 빗속을 걸어갈 때 떨리던 입술과 간청하는 듯하던 아저씨의 말에 대한 기억 때문이었다.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
나를 침묵하게 만들었던 또 다른 기억은 좀머아저씨가 물 속에 가라앉던 모습이었다.

 

 

평소에 친구 혹은 지인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이나, 책의 한 구절을 신청곡과 함께 이메일로(don@kmu.ac.kr)로 보내주세요. 여러분의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와 노래가 매월 북콘서트 코너에 실리게 됩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이미지: yes42>

<동영상: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