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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66호

[독.계.비]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讀.啓.肥] [독.계.비] 코너는 ‘독서로 계명을 살찌우자’라는 목표로 독서릴레이 형식으로 꾸며가는 코너입니다.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소감과 함께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그 사람은 추천받은 책을 읽고 난 후 또 다른 책을 본인이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많은 분들의 참여를 부탁드리며, 참여해 주신 분들께는 소정의 상품을 드립니다.

 

  이 달에는 정혜지(연극예술과, 3)양에게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를 추천받은 이금강(경영학과, 4)군이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김성현(세무학과, 4)군에게 추천합니다.

 

  ‘오직 나’만을 외치던 내가 ‘이제 우리’라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군 복무 시절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라는 책을 읽고 나서이다. 밥 한 톨, 물 한 모금이 없어 죽어가는 아이들을 도와달라는 한비야의 절박한 그 외침은 나의 가슴을 울렸다. 그 당시 조금만 밥맛이 없어도 투덜거리던 나에게는 그야말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얼마되지 않는 월급을 쪼개어 해외아동을 후원하기 시작했다.

 

  그 후, 지구 반대편에 사는 꼬마 소녀의 아직은 수줍어하면서 쓴 편지와 그림이 우리집으로 배달되어왔다. 그 전에는 후원금액이 군인 월급의 1/3이 넘는 금액이라 ‘이거 괜히 신청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먹고 살기도 바쁜데 무슨 후원이냐’ 라는 어머니의 잔소리를 듣기도 하였다. 하지만 후원아동인 무레레 메르키의 사진을 보고 나서는 가장 든든한 후원자요, 조력자가 되셨고 나또한 P.X를 매 번 들락거리는 습관을 줄이게 되었다. 지금도 카드 내역서에서 매월 15일, 월드비전의 이름으로 나가는 3만원이 가장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나의 작은 후원을 통해 후원아동은 물론 그 마을까지 발전한다는 것은 처음 느껴보는 큰 보람이자 즐거움이었고 나 혼자가 사는 세상이 아닌 우리가 함께 사는 세상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기쁨을 준 데에는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의 책 힘이 컸다. 이 책은 나에게 앞으로만 보지 말고 뒤에도 옆에도 보게 해주었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을 운명 공동체이자 친구라고, 세계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 해보자고 하였다. 더불어 배려와 나눔까지 가르쳐주었다.

 

  ‘한국은 나의 베이스캠프일 뿐이다.’ 이 책의 마지막 구절은 가장 인상적이다. 비록 조그마한 나라인 우리나라에서 태어났지만, 나 또한 한비야처럼 세상에 태어나고 세상으로 나섰으니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서 온 세상의 아들이 되고 싶다. 세계를 무대로, 세상 사람들 모두를 친구로 형제자매로 삼고 싶어 졌다. 가끔씩 기가 꺾여 자신이 없어지고, 몸이 지쳐서 쓰러지고 싶지만 가슴 저 밑바닥에서 울려오는 진군의 북소리가 들린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사진출처: 책 표지-교보문고, 인물-이금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