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5/179호(10월)

[독계비] 김채원 작가의 「서울 오아시스」를 읽고

讀·啓·肥는  ‘독서로 계명을 살찌우자’라는 목표로 릴레이 독서 추천 형식으로 꾸며가는 코너입니다. 

권나현 양에게서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를  추천받은 백다은(문헌정보학과)양전효상(컴퓨터공학과)군에게 「서울 오아시스」를 추천합니다. 

 

 평생을 지방에서만 살아온 저에게 서울은 팍팍한 동네로 여겨져 왔습니다. 좁은 도시에 많은 인구와 살길을 찾아온 이들이 모여있는 곳 서울, 따뜻할 수 없는 동네라 생각이 듭니다. 오아시스는 사방이 모래인 사막에서 유일하게 쉴 수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위안이 되는 장소를 비유적으로 이릅니다. “팍팍한 도시 서울에서 오아시스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두고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 희망을 상징하는 오아시스와는 다르게 8개의 단편 소설들은 상실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나이, 성별이 각기 다른 사람들이 여러 가지 사유로 가까운 이를 잃은 뒤의 삶을 담담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소중한 이를 잃었을 때 사람들은 슬픈 감정을 먼저 떠올립니다. 특별히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쓰인 이 글들을 읽으며 느껴지는 감정은 공허였습니다. 얼마 전 상실을 겪고 느꼈던 감정이 글에서 고스란히 받을 수 있어 읽어 나가는데 조금은 힘들었습니다. 슬픔이라는 감정은 많은 사람들이 느껴보았겠지만, 이런 감정을 느껴보지 못한 이들에게는 그저 평범한 하루를 묘사한 글 정도로 남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관은 수국 뒤에 있다>는 누군가의 상실로 인해 공허함을 느낀다 해도 삶은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음을 가장 잘 보여준 작품입니다. 생을 마감한 친구의 짐을 정리하러 가며 친구와의 추억을 되살리는 게 아닌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에 집중합니다. 떠나버린 이를 잊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아 계속 떠올리며 공허함을 키워갔던 나와 다른 태도에 불편함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드문드문 나오는 생을 마감한 친구에게 오늘 하루도 잘 보냈다고 말하고 싶다는 다짐과 더 깊은 생각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장면들이 등장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를 통해 오늘에 집중하는 것이 또 다른 추모의 방식이고 나와 같이 문득문득 느껴지는 공허함을 없애기 위한 행위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작품 속 인물들은 끊임없이 장소를 이동하는데, 이런 행위가 삶을 더 열심히 살아가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문득 떠난 이들이 생각나는 건 목마른 여행자가 신기루를 통해서 오아시스를 보는 것과 같아 보였습니다. 분명 앞을 향해 나가고 있지만 그립기에 오아시스가 보이는 것처럼 생각나는 겁니다. 그 마음을 느껴보았기 때문에 슬프다는 묘사가 없어도 읽는 내내 눈물이 났습니다.

 물이 흐르듯 쓰인 타인의 삶을 따라가며 드문드문 들어오는 상실로 인해 비어버린 공허함을 느낄 수 있는 소설집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느껴지는 공허함이 힘들지만 공감받을 수 있어 치유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이 책을 읽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하루하루를 그저 살아가는 이들이 있기에 삶에 의미를 담지 않고도 같이 살아가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 출처: 책 표지는 교보문고
> 편집위원: 유주혜 사서, 학술정보서비스팀 연속간행물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