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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62호(9월)

[독계비] 저자: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을 읽고

[讀.啓.肥(독. 계. 비)]는  ‘독서로 계명을 살찌우자’라는 목표로 릴레이 독서 추천 형식으로 꾸며가는 코너입니다.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소감과 함께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그 사람은 추천받은 책을 읽고 난 후 또 다른 책을 본인이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지원(법학과)양에게서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을  추천받은 최다영(경제금융학전공)군김가희(언론영상학전공)양에게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을 추천합니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의 저자인 장 지글러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간단하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질문을 던지며 책의 서두를 뗀다. 식량 과잉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굶는 기아 발생은 세상에 모순을 가져다준다. 겨우 두세 줄에 불과한 질문과 자세한 데이터를 근거로 한 이 책은 그들이 어떻게 굶어가고 있는지 실황을 서술한다. 이를 바탕으로 무자비한 기아 현상은 복합적 원인을 지니고 있다. 또한 기아 현상은 가장 역설적 현상이다. 미디어에 많이 등장하는 초콜릿을 가공하기 위한 코코아 열매를 따는 아프리카인들은 실상 초콜릿이 무엇인지 모르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이들은 하루 종일 생산하는 것에 비해 식량을 구할 수입을 얻지 못한다. 더구나 그들은 식량을 자급자족할 환경도 되지 못한다.

  장 지글러는 '경제적인 기아''구조적인 기아'를 구분한다. 경제적인 기아는 비교적 일시적인 형태의 기아지만 구조적인 문제는 한 차원 다르게 볼 수 있다. 기아가 발생하는 해당 국가의 시설과 시스템의 부재 등 국제적 고립에 의한 것이다. 당장 기업 하나의 문제를 바꾸는 것도 혼자만의 힘으로 부족한 일이다. 그렇다면 전 지구적인 차원의 문제인 기아 구조는 얼마나 힘들겠는가. 가장 대표적으로 구조적 기아의 원인은 전쟁, 자금난, 식량 가격 조작 등이 있을 것이다. 이는 모두 인간의 무시무시한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예를 들면 세계적 기업들이 아주 많은 식량을 생산하나 기아 구조에 도움을 주지 않고 가격의 안정화를 내세워 단순 폐기 하거나 투기하는 형태로 사용하여 이미 식량의 범위를 벗어나 돈벌이로 사용되고 있단 말이다

  앞서 책 내용에 대해 나누었으니, 감상에 대해 말하자면 장 지글러가 말한 기아의 원인에 더불어 기아 문제는 우리의 무관심이 한몫한다. 즉 이번 토론에서 질문한 모든 개념을 꿰뚫는 개념이기도 하다. 굶주림이 일상 풍경이 된 이 상황이 우리의 무관심이 가져온 결과이다. 평화와 자유를 외치는 기업들은 전쟁과 가격 조작을 일삼고 나쁜 결과가 발생했을 때, 마치 병 주고 약 주듯 말도 안 되는 정책들을 펼친다. 산업화가 시작된 그 기점부터 우리의 공동체 의식은 무력해지고 개인의식만 점차 늘어나고 있다. 물론 당장 공동체 의식만이 옳고 개인의식이 옳지 않다는 것을 넘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고 많은 감상평이 있는 이유는 장 지글러 그가 아주 가깝게 경험한 기아 문제를 밝힌다는 점에서 있다고 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든 감정은 부끄러움과 안타까움이었다. 기아 문제를 위해 당장 세계 구조를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의 안타까움과 나만 아니면 된다는 마음이 가슴 깊게 자리 잡고 있었기에 느낀 부끄러움이다. 기아 문제의 악 구조를 깨기 위한 많은 혁명가와 현대사회에서의 후원과 기부는 소수의 지배권력과 자본주의에 잡아먹힌 경제 논리 속에 놀아났다. 그들은 기아로 사는 게 당연한 존재가 아니다 물론 당연한 나라 역시 아니다. 그러나 같은 인간들은 많은 이들을 기아로 만들었다. SNS에 떠도는 많은 기아 사진과 영상들을 보며 단순 '좋아요'를 누르며 안타까운 감정을 느끼는 건 잠깐이다. 당장 그 영상 뒤 음식을 낭비하는 영상이 즐비한 것도 현실이다. 우리는 자본주의에 너무나 익숙해져 책에 나온 신자유주의 역시 모두 정답이라 믿고 있다.

  비단 개인의 문제가 아닌 현대 사회에 살아가는 청소년과 청년 더 나아가 장년, 어린이까지 끊임없이 무언가를 쌓으려고 노력하는 시대이다. 우리 모두 나와는 상관없는 그저 다른 세상으로 치부하고 살아왔지만, 이제는 이 흐름을 바꿀 시점이라 생각한다. 지금, 이 독후감을 쓰는 순간에도 5초에 한 명씩 어린이가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다. 우리가 누리는 아주 일상적인 삶은 그들에게 아주 간절한 바람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섭취하는 식품들이 어떤 불합리한 과정에서 생산되었는지 확인해야 하며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장 지글러의 믿음을 배신하지 않도록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은 자기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출처: 책 표지-교보문고, 사진-최다영

편집위원: 박경희(학술정보서비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