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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49호(12월)

[고문헌 산책] 우리나라 최초의 영한 번역 소설, 천로역정

우리나라 최초의 영한 번역 소설, 
천로역정(天路歷程, The Pilgrim's Progress)

 

최초의 한글 성서는 언제 번역되었을까?
1882년, 중국 심양에서 간행된 <누가복음 전서>다.
성경은 처음부터 한꺼번에 번역되지 않았다.
마가, 마태, 누가, 요한복음 등 사복음서가 한편씩 차례로 번역되었고, 1887년에 와서야 <신약전서>가 완역되었다.
성서의 번역에는 선교사의 역할이 중요했다.
선교사는 국내 교인과 함께 한글로 성서를 번역해 보급했다.
한문이 아니라 한글로 번역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편, 제2의 성서로 불리는 기독교 문학의 고전이 있다.
바로 크리스천이 천국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 소설, <천로역정>이다.
이 소설은 영국의 작가 존 번연(1628-1688)이 1678년에 출간한 것으로 출간 이후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었고,
기독교 선교와 이해를 위한 대표적인 문학서로 애독되었다.

<천로역정>의 한글판 출판은 영문판 출간 후 200여 년이 지난 1895년에 캐나다 장로교 선교사로 함경도 원산에서 활동하였던 스카스 게일과 부인 깁슨이 번역하였고, 조선 풍속화가 김준근이 삽화를 그렸다.
이 책이 바로 이번에 소개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영한번역소설인 <천로역정>이 된다.

1895년 초판본 <천로역정>의 특징은 삽화에서 찾을 수 있다. 
삽화를 그린 김준근은 당시 조선을 대표하는 풍속화가였다.
그가 그린 풍속화는 독일인 묄렌도르프 등에 의해 수집되어 한국의 풍속을 해외에 알리는 역할을 하였으며,
현재 독일 등에 그의 작품이 전하고 있다.

<천로역정>의 삽화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조선의 정서에 맞게 그려졌다.
주인공은 중인 계급이 쓴다는 창이 짧은 갓을 쓴 일반인의 모습이다. 
천사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엔젤이 아니라, 산신령과 함께 나오는 선녀로 그려졌다. 배경도 그렇다.
최대한 한국 정서에 맞도록 그려졌다.
기독교를 낯설지 않게 인식함으로써 조선에서의 복음 전파에 큰 역할을 하였다.

이번 고문헌 산책에서는 성서와 함께 복음 전파에 큰 역할을 하였던 최초의 영한번역 소설인 <천로역정>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편집위원: 최경훈 학술정보서비스팀 고문헌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