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서원에서 실시된 특별 과거 시험 기록, 교남빈흥록(嶠南賓興錄)
안동에 들어서면,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이라는 커다란 현판이 보인다. 관련 내용을 찾아보니 해당 브랜드는 2006년에 시작되어 올해 15주년 행사를 가졌다고 한다. 안동은 유교 문화로 대표되는 전통문화 유산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그 가운데,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행사가 있는데 바로 ‘도산별과’라는 시험이다. 이 시험은 정조의 명으로 도산서원에서 실시된 특별 시험을 기념한 것이며 27년째 이어지고 있는 안동의 대표적인 행사라고 한다.
이 행사의 시작이 되었던 조선시대 도산별과의 내막이 기록된 책이 있다.
바로 <교남빈흥록>이다.
‘교남’은 영남을, ‘빈흥’은 빈객을 예우하여 천거한다는 말로 지방의 과거 시험을 의미한다. 그래서 ‘영남에서 실시된 과거 기록’으로 풀이된다.
1792년, 정조는 규장각 각신 이만수를 경주의 옥산서원과 안동의 도산서원에 보내 서원에 제사를 올리게 하였다. 그리고 도산서원에서 영남 유생에게 특별 과거 시험을 실시하도록 하였다. 그 내역이 2권 1 책의 <교남빈흥록>에 수록되어 있다. 1권에는 시험이 실시된 취지와 배경을 설명한 정조의 글, 정조가 내린 제문,시험에 대한 각신 이만수의 보고서가 있고 2권에는 합격자 명부와 우수 합격자의 답안지가 수록되어 있다.
시험에 응시한 유생은 7,228명이었다. 그 가운데 시험지를 제출한 사람은 3,632명 응시자의 절반이 답안지를 제출했고, 그 가운데 30명이 선발되었다. 절반이 답안지를 제출했고, 응시자의 1%가 선발되었다. 이 책은 경상감영에서 목판으로 판각되었고, 책판은 도산서원으로 옮겨졌다.
정조가 특별히 경주의 옥산서원과 안동의 도산서원에 각신을 보내 이언적과 이황에게 제사를 지내게 한 것은 당시 천주교가 전국 각지로 퍼지고 있었으나 경상도만은 천주교에 물들지 않고, 성리학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즉, 옥산서원과 도산서원을 중심으로 선현의 유풍이 서학(천주교)의 확산을 막았다고 보았다.
정조는 성리학을 바른 학문으로 보았고, 이를 장려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하였다. 그 가운데 하나가 지방 유생의 지위를 높이고 인재를 등용하기 위해서 지방의 특별 과거 시험이었다. 1791년 성균관을 시작으로, 1792년 경상도, 1793년 강원도, 1794년 제주도, 1795년 함흥과 영흥, 1800년 평안도와 함경도에서 각각 지방 특별 시험이 실시되었다. 그 결과물은 ‘oo빈흥록’으로 간행되어 성리학을 기반으로 한 유생들의 학문 권장을 위해 활용되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다른 의미도 있었다. 영남 지역은 1694년(숙종 20) 갑술환국 이후 100년을 재야 지역으로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정조가 전국적으로 계획한 지방의 첫 번째 특별 시험이 영남의 도산서원에서 실시되었다. 이 시험의 실시는 영남 유생들의 사기를 진작시켰고, 영남 유생 10,057명이 정조의 생부가 되는 사도세자의 복권에 대한 ‘영남만인소’를 올렸다. 정조에게는 생부의 복권을 위한 큰 우군을 얻게 되었다.
이번 고문헌 산책에서는 27년째 도산서원에서 실시되고 있는 ‘도산별과’의 연원과 의미를 담고 있는 <교남빈흥록>을 살펴보았다.
<편집위원: 최경훈 학술정보서비스팀 고문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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