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헌 산책] 향산문집(響山文集)
: 나라가 망하자 유서를 남기고 단식으로 순국한 독립운동가의 문집
한국과 일본은 애증(愛憎)의 관계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수백 년 동안 일본의 잦은 침략에 처절하게 시달렸다.
그러다가 101년 전인 1910년 8월 29일, 식민지가 되어 35년 동안 지배를 받았다.
일본의 조선 강제 병합을 경술년에 일어난 나라의 치욕이라는 의미로 ‘경술국치’라고도 하고, 한국과 일본이 나라를 합하였다는 의미로 ‘한일합방’이라고 한다.
나라가 망하는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큰 치욕이다.
이 사건을 당했을 때,
국왕 고종 이하 일반 백성에 이르기까지 생각이 모두 달랐을 것이다.
그 가운데 일본의 통치를 받아들이지 않고 순국으로 저항한 인물이 있다.
바로 향산 이만도(1842-1910) 선생이다. 그는 이황의 11세손으로 1866년 문과 시험에 장원으로 급제하여 관직에 나아갔다. 관직 생활을 하다가 1882년 고향에 돌아와 후학을 가르치며 학문에 몰두하였다. 구한말의 혼란한 시기, 왕후가 시해되는 을미사변과 단발령에 의병장이 되었으며,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을사오적의 목을 베라는 상소를 올렸다. 일본의 조선 병합의 수순에 따라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우국의 뜻을 보였고, 행동으로 실천하였다. 그러다가 결국 1910년 나라를 잃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자 기대할 것이 없어진 절망감을 느꼈다. 일본의 통치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지로 단식을 시작하였고, 단식 24일 만인 10월 10일에 결국 순국하였다.
그는 많은 글을 남겼고, 25권 13책의 목판본 문집으로 간행되게 된다.
그런데, 문집 간행을 위해서는 조선총독부 경무국(도서과)의 검열을 받아야 했다.
문집 원고본은 조선총독부에 제출되었고, 검열 결과를 돌려받았다.
그리고 1933년에 목판본 문집이 간행되었다.
동산도서관에는 조선총독부에서 검열한 원고본 6권 3책이 있다.
표지에는 검열 과정에서 찍힌 도장들이 있는데, 그 가운데 ‘일부분 삭제 있음’이라는 도장도 있다. 삭제와 관련된 내용은 두 가지 보인다. 임금이란 뜻을 나타내는 ‘금상(今上)’, ‘성상(聖上)’이다. 조선이란 나라가 없어졌는데, 임금이란 표현을 사용한 것이 불편했던 것일까? 그런데, 실제 목판본 문집에는 삭제 지시를 따르지 않고 기존 원고대로 간행이 이루어졌다.
이번 고문헌 산책에서는 일본의 조선 강제 병합에 순국으로 저항한 안동의 대표적인 독립운동가인 향산 이만도 선생의 총독부 검열 문집 원고를 살펴보았다.
<편집위원: 최경훈 학술정보서비스팀 고문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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