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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8호(4월)

[고문헌 산책13]금오좌목

[고문헌 산책] 의금부 인사이동 신고식 기념품, 금오좌목.

 

임금 직속 기관으로 시국 사건을 전담했던 의금부, 의금부 관원의 모임 기념 앨범인 <금오좌목>을 살펴본다.


금오는 의금부의 별칭이고, 좌목은 명단과 같은 말이다. 책 제목은 '의금부 명단'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명단 외에 모임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 들어가 있다. 일종의 기념 사진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 책이 왜 만들어졌을까?


인사 이동 후에 부서에 새로 들어온 관원이 선배 관원에게 '새로 왔으니 받아달라'는 의식을 치르고, 선배가 '받아준다'고 허락한 후에 만들어진 기념 앨범이다.

조선시대 관원이 부서 이동을 해서 새로 가게 되면 통상 신고식을 했다. 신고식을 통과해야 구성원으로 대우를 해줬다. 이 신고식을 신입을 면하는 의식이라 하여 '면신례(免新禮)라 불렀다.

신고식은 크게 몇 차례 대접하는 것과 기상천외한 벌칙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끝내고 그룹 참가를 허용하면 마지막으로 그 '싫기도 자괴감도 있었던 신고식'을 기념하기 위해 참가 인원 만큼 기념첩을 만들어 나누어 가졌다. 이 신고식의 모든 부담은 신참이 감당할 몫이었다.

대접받고 벌칙 수행하는 것은 기억 속에 남고 시간 속에 묻혀버린다. 기념첩은 기억을 소환하는 열쇠와 같은 역할을 한다. 대접하고, 벌칙 수행하고, 선배들이 OK 하면 기념첩을 만들어 나누면서 한 그룹이 된다는 것. 그것은 일종의 통과의례다. 

통과의례란 "인간의 사회화, 문화화 과정에서 그 단계에 해당하는 지위나 역할을 획득하는데 따른 시련 과정"이며, "개인의 상징적 죽음과 부활을 통해 정신적, 인격적으로 한 개인을 공동체에 결속시키는 역할"을 한다.

당시 국왕과 많은 신료들이 정도가 심하여 심지어 사람이 죽기도 하는 이 '면신례' 행사를 엄격히 금지하였으나 그래도 시행이 되었다고 한다. <금오좌목>은 지금도 있을 수 있는 신고식 모습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신입생에게 강제로 술을 먹여 안타가운 일이 뉴스에 나왔다. 수 백년이 지난 지금 선진화된 신고식의 모습을 상상해보자는 취지로 이 책을 소개하였다.

 

<편집위원: 최경훈, 학술정보서비스팀 고문헌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