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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칼럼] 오페라는 드라마

웹진 41호 [동산칼럼]에는 우리 대학 성악과 교수(계명아트센터 관장)이신 김완준 교수의 칼럼을 싣습니다. 
[양봉석 
ybs@gw.kmu.ac.kr]

  요즘 TV를 보면 재미있는 드라마가 많다. 역사, 로맨스, 액션 등 다양한 주제와 소재를 사용하여 작가의 상상력을 마음껏 펼쳐낸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나도 드라마 속의 주인공이 된 양 드라마의 세계로 빠져들곤 한다. 우리처럼 500여 년 전의 유럽인들도 드라마를 아주 사랑하였으니 이름하야 ‘음악드라마(Musica Drammatica, Dramma in Musica)’가 되겠다. 

  고대부터 발전되어온 최고의 놀이거리 ‘연극’이 식상해 지고 있던 16세기엔 인터넷도, TV도, 영화도, 심지어는 라디오도 없었으니 새로운 장르의 즐길 거리가 얼마나 절실했겠는가. 1597년 이탈리아 피렌체의 대부호 바르디백작의 저택에 모인 각 예술분야의 대가들은 음악과 연극을 조합한 음악드라마 ‘다프네’를 실험적으로 제작하여 공연하였고 관객들은 새로운 장르의 예술작품에 열광하게 된다. 이렇게 탄생한 음악드라마 ‘오페라’는 그로부터 무려 300년 동안 최고의 공연예술장르로서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하였다.

  오랜 시간이 흐르는 동안 사회의 변화와 역사의 흐름이 그대로 작품 속에 녹아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을 투영하고 있으니 오페라에 사용된 의상과 무대미술, 대본 등이 모두 중요한 역사적, 예술적 자료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 당연하다 할 것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우리를 울게 하고 웃게 하는 TV드라마 속 등장인물들의 감정관계가 오페라에도 그대로 들어있다는 것이다. 사랑과 미움이 있고 순정과 배신이 있으며 명분과 대의가 대립한다.

  예를 들어보자. 예쁘고 똑똑하며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는 가수가 있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열심히 노력해서 만인의 사랑을 받는 가수가 되어 꿈을 펼치고 있는 우리의 여주인공에게는 젊고 잘생겼으며 정의감에 불타는 연인이 있다. 이 남자주인공은 평범한 화가지만 여주인공은 예술에 대한 그의 열정과 자신에 대한 성실함을 깊이 사랑한다. 이 두 연인 사이에 잘생기고 집안 좋은 ‘엄친아’ 검사가 등장한다. 문제는 이 검사가 안하무인인데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전형적인 권력지향형 인물이라는 것이다. 검사는 여주인공을 자신의 여자로 만들기 위해 남자주인공을 모함에 빠뜨리고 범죄자로 몰아 사형수로 만들어버린다. 여주인공은 연인을 살리기 위해 검사를 찾아가고 검사는 여주인공이 자신의 여자가 되는 조건으로 남자주인공의 가석방 허가서를 써주겠다고 한다. 검사가 허가서를 쓰고 여주인공에게 ‘너는 이제 내 것이다’ 라며 입 맞추려는 순간 여주인공은 검사의 책상위에 있던 총으로 검사를 쏜다. ‘이것이 나의 입맞춤이다’라는 대사와 함께. 여주인공은 가석방 허가서를 들고 남자주인공이 갇혀있는 형무소로 달려가지만 가석방 허가서는 가짜였고 남자주인공의 사형은 예정대로 집행된다. 검사의 살인범을 찾아 쫒아온 경찰을 피해 여자주인공은 형무소 건물옥상에서 몸을 던져 자살한다.

  이 기막힌 드라마의 줄거리는 바로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오페라작곡가 푸치니의 대표작 ‘토스카’의 스토리이다. 여주인공은 당시 로마 최고의 프리마돈나였던 ‘토스카’이며 남자주인공은 화가 ‘카바라도시’, 검사는 경시총감이었던 ‘스카르피아’이다. 이렇듯 배경이 다르고 등장인물의 이름이 생소할 뿐 오페라속의 스토리는 시대와 장소를 넘어 우리에게 공감을 주며 웃음과 감동으로 우리 곁에 있어왔다. 우리와 다른 국가적 배경과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기 위한 약간의 준비만 한다면 오페라를 드라마와 같이 즐길 수 있다. TV드라마를 즐기듯 오페라를 즐길 수 있다면 오페라가 품고 있는 역사와 예술의 깊이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 장르인가. 또한 드라마의 OST가 우리의 사랑을 받듯 오페라에 녹아있는 아름다운 선율은 우리에게 큰 기쁨을 줄 것이다. 이제 색다른 드라마의 세계, 오페라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사진출처: 매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