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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독후감] 무진, 안개 속에 가려진 광란의 도가니

학생, 교수, 직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웹진 40호의 [내가 쓰는 독후감]에는 영화로 소개되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공지영의 도가니’와 변하지 않는 고전 '어린왕자'입니다. [박춘화 bom@kmu.ac.kr]


무진, 안개 속에 가려진 광란의 도가니

- 소설 ‘도가니‘를 읽고 -

경찰행정학과 김주희 (독서토론클럽 5기)

  최근 영화가 상영되면서 이슈가 되고 있는 광주인화학교 내의 장애아동성폭행에 관한 실화를 다루고 있는 소설 ‘도가니‘는 이 책을 고르게 된 가장 큰 이유일 지도 모른다. 책을 읽는 내내 불편한 사실과 마주하면서 답답하고 먹먹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 도가니라는 제목의 의미를, 작가의 의도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던 것도 그 중 하나이리라.

  짧게나마 줄거리를 언급하자면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복지시설인 자애학원은 겉으로는 훌륭한 교육과 생활시설로 칭찬과 무진시내의 자랑 중 하나인 학원이다. 그러나 그 속은 한없이 추악하고 더러운 진실들이 도사리고 있다. 학교장과 교사 등 그 관계자들이 장애아동을 상대로 성폭행을 하면서 서로 눈감아주는 일을 일삼고 있었다. 이 사실을 안 교사 강인호와 인권센터 간사인 서유진 그리고 그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이 학생들을 구하고 진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노력한다. 이들의 노력으로 언론에 퍼지고 자애학원을 향한 국민들의 비판과 질타가 이어지면서 죄인들은 법정에 서지만 사실상 처벌이라고 할 수없는 판결을 받고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작가는 책속에서 무진과 자애학원을 나타내기 위한 상징적인 요소들을 배치하고 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로 뒤덮인 무진, 바닷가 절벽위에 선 자애학원과 같은 요소들은 무거운 분위기를 조성하고 앞으로의 이야기를 암시해주고 있다. 책의 중반부에는 서유진이 이러한 말을 한다. “여기에 일하다 보면 말이야. 그 상식이라는 것이……. 그게……. 없어.”라고. 이 한마디로 무진이라는 한 지역의 세계를 여과 없이 투영해 주고 있다. 사람과 사람, 진실과 거짓 그리고 모든 부패하고 퇴락한 것들을 감추고 있는 안개속의 무진은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한 단면을 그려내고 있는 듯하다. 나이에 맞지 않는 옷과 화장을 하고 유흥업소를 드나드는 10대 청소년들부터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세상과 타협하는 교사와 경찰, 시청과 교육청의 어른들까지.

  그리고 적당한 정의감과 의무감, 책임감을 갖고 있으며 적당한 자기 합리주의와 무거운 진실로 부터의 도피를 원하는 강인호. 책의 24장 속의 강인호의 말은 아직도 마음에 남아있다.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지. 그런데 어쩔 수가 없잖아. 다들 그러니까.” 자신의 가족을 위해 또는 그 자기 자신을 위해 합리화를 시키며 보여도 보이지 않는 척, 들려도 들리지 않는 척 위안 삼는다. 그의 이러한 모습은 아마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인물일지도 모른다.

  자애학원이라는 고립된 성을 중심으로 권력과 권력 사이의 보이지 않는 실타래들이 연결되어 진실이 세어나가는 것을 차단하고 추악한 사실들을 숨기고 있다. 이 속에는 학연과 혈연, 지연으로 똘똘 뭉친 무진의 기득권층의 책임회피, 진실의 은폐, 거짓과 위선이 판을 치고 있으며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법이 오히려 죗값을 치러야 마땅한 자들을 감싸주고 있다.

  명색이 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곳이 그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은 간단한 수화조차 익히지 않고, 청각 장애인들이 각기 다른 청력장애를 앓고 있다는 지식도 없으며 예산지원은 억대로 받으면서 식단은 엉망진창에다가 성폭행 사실을 알면서도 사실을 은폐하려는 경비와 경찰, 교사들과 성폭행이라는 사건보다 책임회피에 급급한 시청과 교육청의 직원들까지. 이러한 사회구조 앞에서는 그 어떤 진실이든 정의든 한낱 먼지에 불과하며 일반 국민들과 사회적 소수자, 약자들은 거대한 구조 속에 힘없는 나약한 구성원으로 비춰질 뿐이다.

 
끝으로 우리는 이를 단순한 하나의 사건 진상파악을 위한 과정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장애인의 인권과 복지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특별수사팀과 전반적인 장애인 학교에 대한 감사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이 단순히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말장난이 되어서는 아니 되며 수박 겉핥기식의 감사가 진행되지 않도록 철저한 계획과 조사가 이루어 져야 할 것이다. 이 뿐 아니라 성폭행 피해자뿐만 아니라 모든 장애인의 복지에 대한 전반적이고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어린왕자

호텔관광학과 안혜운 (독서토론클럽 5기)

  부끄러운 일이지만 20살이 되어서야 나는 어린왕자를 처음 읽었다. 처음 가벼운 마음으로 빠르게 읽었는데 너무나도 흥미롭고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나는 다시 찬찬히 읽어보기로 했다. 정독을 하면서 내가 받은 충격을 꼽으라면 3가지 정도 되는 것 같다.
 
 
첫 번째는 어린왕자를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편견과 어리석음으로 가득 찬 어른이 되었다는 사실에 대한 슬픔이었다. 화자도 그랬듯이 어린 시절의 나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이 이상하고 답답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린왕자라는 책을 만나면서 어린 시절의 나를 생각할 수 있었다. 주인공도 그랬던 것 같다. 더 슬픈 건 현실의 나는 어린왕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누구도 내가 독후감을 쓰면서 무슨 옷을 입고 있는지 무슨 생각으로 쓰는지는 궁금해 하지 않는다. 내가 몇 살이고 학점이 몇 점이고 책을 몇 권 읽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어느덧 어른들 세상에 익숙해진 나에게 “왜 검은색 글씨를 썼나요?”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당황해서 답하지 못할 것이다.

 
두 번째로 충격적이었던 것은 어린왕자가 여행 다니면서 만났던 어른들의 모습이었다. 그 중에서는 술 먹는 자신이 부끄러워 그것을 잊기 위해 술을 먹는다는 술꾼이 제일 생각에 남는다. 나는 이 술꾼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슬픈 노랫말과 매우 흡사했다. 내가 만약 술꾼이라면 어린왕자가 좀 더 나를 위로해주고 친구가 되어 주길 바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왕자가 만났던 사람들의 공통적인 문제는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내가 며칠 전 KBS에서 하는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자신들의 고민들을 말하는 프로그램이다. ‘하루 종일 커피만 먹는 사람, 너무 급하게 사는 사람 등 많은 사람들이 나오지만 공통적인 것은 자신은 그것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고 주변사람들이 고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는 남에게는 냉철하게 지적하지만 자신에게는 너무나도 관대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엔 어린왕자는 솔직히 소설보다는 동화 즉 사실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과 어린왕자를 비교하면서 더 많은 교훈을 느낄 수 있었다.

 
세 번째 충격은 여우의 말이었다. 여우는 어린왕자에게 ‘길들인다’의 의미와 책임감을 알려주었다. 요즘 한창 사랑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여우의 말을 읽으니 너무나도 많은 공감과 감동을 받았다. 우리는 우리가 길들인(관계를 맺은)것에 대해 쉽게 포기하고 중요성을 모르고 산다. 쉽게 만나고 헤어지고 심지어 결혼생활을 하면서도 옆에 있는 사람의 중요성을 모른다. 나는 사랑에 대한 로망(?)이란 것을 항상 갖고 있다. 하지만 요즘은 내가 아는 사랑은 어린애들이 하는 사랑, 멋도 모르고 하는 사랑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덜 사랑하고 항상 헤어짐을 준비하라는 어른들이 말은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하지만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사는 것 같다. 관계를 맺는 다는 것은 책임이 뒤 따른 다는 것을...

 
수많은 장미 중 하나일 수 있지만 관계를 맺음으로 인해 서로가 단 하나의 존재가 된 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이것이 어린왕자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비록 어린왕자가 될 수는 없지만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우리 가슴속에 작은 어린왕자가 살 고 있기 때문 일 것이다. 우리가 서로의 소중함을 알고 살아간다면 지구는 어린왕자가 살고 싶어 하는 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사진출처: DAUM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