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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74호

[북콘서트] '길' 위에서 쓰고 찍은 사람과 인연, 그리고 사랑 이야기<끌림> Joe Dassin ‘Les Champs Elysees’

[북콘서트] 북 콘서트는 함께 읽고 싶은 책, 같이 듣고 싶은 노래를 소개하는 코너로 여러분의 참여로 만들어가는 코너입니다.


  이병률 산문집『끌림』은 시인이자 MBC FM '이소라의 음악도시'의 작가였던 이병률씨가 1994년부터 2005년 200여 도시를 돌며 남긴 사랑과 삶의 이야기를 담은 여행 에세이다. 여행 당시에 담았던 흔적들을 책 중간에 끼워 넣어 기억과 시간, 인연에 대한 스토리를 감성적인 글과 사진으로 풀어내고 있다.


파리의 어느 카페에서 우연히 만나 청년에게 직업을 물은 적이 있다.
청년은 대답하기를, 자신의 직업은 파리를 여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파리 토박이였음에도 불구하고
파리를 여행하는 게 일이라고 서슴없이 말했다.
그러면 그 여행 경비는 어떻게 버느냐고 했더니 틈틈이 막노동 일을 하면서
그 수입으로 에펠 탑도 올라가고 박물관이나 미술관에도 간다고 말했다.


여행이라고 하기엔 뭣할 정도로 가는 곳엘 가고 또 가고 하는 사람.
도대체 그가 에펠 탑에 오른 횟수는 얼마이던가.
몽마르트르 언덕 꼭대기에 올라 파리를 향해 ‘사랑한다’고 외치고 나서
대답처럼 혼자서 고개를 끄덕인 적은 몇 번이던가.
파리는 정말 수많은 표정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빛의 세기에 따라 바람의 결에 따라 한 번 와 닿았던 인상이 전부 다가 아닌,
여러 얼굴을 가진 도시가 바로 파리다.
수많은 표정을 매일매일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
그 일은 파리에 사는 사람들에게조차 일과가 되기도 한다.
나는 그 청년을 우연히 바스티유 광장 근처에서 마주친 적 있는데
내가 먼저 알아보고는 반가워 악수를 청했다.
분수에 고인 물로 손을 씻고 있던 그가 얼른 바지춤에다 손을 닦았다.
「여행 중이니?」
「살고 있는 중이지. 요즘 일이 없거든. 하지만 곧 떠날 거야.」
「어디로?」
「파리로!」


  성숙의 이름을 달고 미성숙을 달래야 하는 청년의 목마름을 채워준 것은 다름 아닌 여행, 여행! 누군가 여행은 영원히 안 돌아오는 것이라 말한 바 있다지만 그에게 여행은 또다시 떠나기 위해 반드시 돌아와야만 하는 끊을 수 없는 제 생의 뫼비우스 같은 탯줄이었다. 그러니까 어떤 운명, 달리 말하자면 이 짓을 이리 할 수밖에 없는 나아가 숙명, 그에게 여행은 그런 것이었다.

  평소에 친구 혹은 지인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이나, 책의 한 구절을 신청곡과 함께 이메일로(don@kmu.ac.kr) 로 보내주세요. 여러분의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와 노래가 매월 북콘서트 코너에 실리게 됩니다. 여러분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사진출처: YES24, 끌림>
<동영상출처: 유투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