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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68호

[북 콘서트] 할머니와 돋보기<TV동화 행복한세상 중> 유리상자 '아름다운 세상'

[북 콘서트] 북 콘서트는 함께 읽고 싶은 책, 같이 듣고 싶은 노래를 소개하는 코너로 여러분의 참여로 만들어가는 코너입니다.

 


  TV동화 행복한 세상은 소중한 사람의 진심에 한 걸음 다가가는 고백이야기를 감동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여 방영된 [TV동화 행복한 세상]을 책으로 엮어 발간되었다. 일상생활에 지친 이들에게 휴식을, 희망을 읽어버린 이들에게 살맛나는 세상의 의미를, 메마른 이들에게 일상 속의 감동을 전하는 많은 에피소드로 구성된 책이다.    

  저자인 박인식 프로듀서는 디지털미술에 따스함을 더한 애니메이션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속 감동을 전하는 아름다운 행진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나는 안경점에서 일을 합니다.

 

내가 일하는 안경점 앞 길모퉁이엔 좌판에 생선을 늘어놓고 파는 할머니가 있었습니다.

함박눈이 펄펄 내리던 그날도 할머닌 찬바람 부는 거리에서 온종일 생선좌판을 지켰습니다.

그날 저녁 무렵, 할머니가 안경점 문을 밀고 들어섰습니다.

“어서오…어?”

순간 안경점 안은 생선 비린내로 가득 찼고 나는 나도 모르게 코를 싸쥐었습니다.

“할머니, 저흰…생선 필요없는데…….”

“아가씨, 나 생선사라고 안 할 테니까 영감 돋보기나 하나 줘.”

지레짐작으로 할머니를 빨리 내보내려고만 했던 나는 그만 머쓱해졌습니다. 내 행동이 부끄럽고 미안해서 얼른 할아버지의 연세를 물어보고 돋보기를 내드렸습니다.

  꽁꽁 얼어 갈라지고 터진 손으로 안경을 받아든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습니다. 그 순박한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은지.

  나는 소파에 앉아서 편히 쉬시라고 권해드리면서, 따뜻하게 데운 피로 회복제 한 병을 드렸습니다. 언 손이라도 녹이고 가시라고 난로 심지를 있는 데로 돋군 뒤, 돋보기를 깨끗이 닦아 예쁜 상자에 넣어 포장을 했습니다. 그 잠깐 사이에 꾸벅꾸벅 졸던 할머니가 소파 모서리에 머리를 기댄 채 잠이 들었고 나는 할머니의 그 곤한 잠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숨을 죽였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쯤 지났을까.

“어이구, 이런! 내가 깜빡 졸았구먼.”

잠이 깬 할머니가 허리춤에서 꼬깃꼬깃한 돈을 꺼내며 얼마냐고 물었습니다.

“그래, 이 돋보기 값이 얼마유?”

할머니, 아까 돈 내셨잖아요.“

“어어! 내가 은제?”

할머니는 자꾸만 그럴 리 없다고 가진 돈을 세고 또 셌지만, 나는 돋보기 값 몇천 원을 벌기 위해 점심도 거르고 생선을 팔았을 할머니한테 차마 그 돈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이거 간혀서 먹을 만할껴.“

 

  할머니는 마치 내 마음을 읽었다는 듯, 연신 ‘고맙수, 고맙수’ 하시며 팔다 남은 간고등어 한 손을 내미셨습니다. 내가 괜찮다고 자꾸 밀어놓는데도, 부득부득 고등어를 주시고는 안경점을 나섰습니다. 유리창을 내다보니 돋보기를 품고 집으로 가는 할머니의 걸음이 한결 빨라졌습니다.

 

  평소에 친구 혹은 지인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이나, 책의 한 구절을 신청곡과 함께 이메일로(don@kmu.ac.kr) 로 보내주세요 여러분의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와 노래가 매월 북콘서트 코너에 실리게 됩니다. 여러분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사진출처: TV동화 행복한 세상2>
 <동영상출처: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