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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68호

[독.계.비]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讀.啓.肥] [독.계.비] 코너는 ‘독서로 계명을 살찌우자’라는 목표로 독서릴레이 형식으로 꾸며가는 코너입니다.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소감과 함께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그 사람은 추천받은 책을 읽고 난 후 또 다른 책을 본인이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많은 분들의 참여를 부탁드리며, 참여해 주신 분들께는 소정의 상품을 드립니다.

 

  이 달에는 김성현(세무학과, 4)군에게 「관계의 힘」을 추천받은 송유라(언론영상학과, 4)양이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박준상(언론영상학과, 3)군에게 추천합니다.

 

  우리는 얼마나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서 살고 있을까. 책의 제목처럼 누구나 '내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즉 내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믿고 싶은 대로 믿는다. 주인공 토니도 평생을 자신의 기억이 곧 사실이라고 믿으며 살아온 인물이다. 하지만 원인 모를 친구의 자살소동과 그로부터 40년 후의 편지 한 통에 의해 결국 그의 기억들은 왜곡된 사실이었음이 밝혀진다. 이제는 기억하지도 못하는 자신의 편지 한 통이 엄청난 파국을 불러왔으며, 그 뒤에 숨겨진 충격적인 사연이 밝혀지고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세상에는 많은 토니들이 살고 있다. 자신만의 기억에 빠져 사실을 무시한 채 살아가다 인생이 끝나갈 무렵 우연히 알게 되거나 혹은 평생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나도 내가 모르는 사이 남에게 상처를 주고, 내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또 다른 토니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뜨끔했다. 특히 언론인을 꿈꾸는 나에게 이러한 삶의 방식은 큰 방해가 될 수 있기에 불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앞으로 언론인으로서 사회생활을 하고 인생을 살아가려면 모든 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만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나름대로 내 생각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첫째, '듣는 귀'를 갖는 것이다.

나와 다른 의견을 흘려듣는 순간 이미 왜곡된 나만의 기억을 머릿속에 저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둘째,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이다.

주인공 토니는 자신의 첫사랑 베로니카가 에이드리언과 사귀었다고 믿고, 끝까지 자신이 베로니카를 진심으로 좋아했다는 점을 부정하려 애썼다. 토니의 사실 왜곡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본다. 결국, 본인에게도 솔직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겠는가.

 

  세 번째는 책임감을 갖고 겸손해야 한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에 진정한 책임감을 갖게 되면 겸손함은 자연스레 따라온다 생각한다. 남에게 미칠 영향력을 생각하지 않은 채 내 편에만 편중된 생각을 하면 자기 기만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자기 기만과 객관성은 너무도 거리감 있는 개념이다.

 

  이 세 가지가 반드시 답은 아니더라도 항상 염두에 두고 생활한다면 토니와 같은 오류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본문 중 '기억은 우리가 잊어버렸다고 생각한 것이며 시간은 정착제보다는 용해제에 가깝다.'라는 구절이 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적어도 나에게 이 소설은 이처럼 기존의 시간, 기억, 생각과 같은 원초적이면서도 심리적인 개념에 대해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했으며 그로 인해 삶 전반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항상 열린 마인드로 마음속으로 되뇌어야겠다. 예감은 항상 틀릴 수 있다고.

 

<사진출처: 책 표지-교보문고, 인물-송유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