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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62호

[내가 쓰는 글] 타지키스탄 사랑에 물들다

[내가 쓰는 글] 사회복지학과 임지현 학생의 타지키스탄 봉사활동기를 싣습니다.

 

중앙아시아의 작은 나라, 타지키스탄을 마음에 품다.

 이란이나 아프가니스탄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지만, 같은 중앙아시아에 있는 "타지키스탄"이라는 나라를 아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나또한 타지키스탄이라는 나라는 너무나 생소한 나라였다. 내가 국외봉사에 대한 마음을 갖게 된 것은 '기아대책'이라는 단체에서 사회복지 실습을 하게 되면서인데실습을 통해 세계에는 아직도 빈곤과 굶주림으로 힘들어하는 나라가 많고,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사회에서 격리되고 소외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사회복지학과 임지현 학생> 

 우리나라도 경제적, 문화적으로 어려웠던 시기가 있었다. 특히 19506.25 전쟁을 겪을 당시 우리나라는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교육적, 문화적으로도 많이 힘든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이렇게 우리나라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도움의 손길을 보내 주었으며, 그러한 도움의 손길이 있었기에 우리는 힘든 시기를 극복하고 지금의 발전된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받았던 도움과 사랑을 언젠가는 다른 나라에 나가서 꼭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마음속에 늘 간직하고 있었다.

 나의 경우, 영어도 잘 못하고 특별하다 할 재능도 없어서 국외봉사활동을 나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교목실에서 국외봉사단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그래떨어져도 상관없으니까 한 번 도전해 보자!' 라는 생각으로 지원하게 되었다. 서류를 접수하고 1차 합격을 기다리던 시간, 1차 서류가 통과되어 면접과 최종 합격이 되기까지의 그 시간은 나에게 있어서 너무나 긴 시간이었던 것 같다.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마음속에서 원하던 사랑 나눔을 직접 전할 수 있는 봉사단으로 뽑히게 되어 너무나 감사할 수 있던 시간이기도 했다.

<출국 전 인천국제공항>

 

타지키스탄의 작은 빛 "타지키스탄 국립 시각장애인학교 

 이번에 우리 봉사단이 가게 된 곳은 타지키스탄의 국립시각장애인학교이다. 타지키스탄에서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사람들에게 소외되고 격리된다고 한다. 단원들은 우리가 과연 이 아이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하였다. 왜냐하면 이번 교목실 국외봉사는 다른 부처나 기관에서 실시하는 것처럼 분야별(노력봉사, 교육봉사, 공연봉사 등)로 팀을 구성해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한 팀을 한국봉사단 2, 타지키스탄 국립외국어대학교학생 2, 타지키스탄 국립시각장애인학교 어린이들 4명 등 총 8명으로 구성하고, 각 팀별로 한국어교육, 한국문화교육, 영어교육, 음악교육 등을 다 수행하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처음으로 시도해보는 방식이라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 막막했지만 매일매일 조원들과 만나 서로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하면서 조금씩 틀을 잡아나가기 시작했고, 그렇게 하루하루 조금씩이지만 준비를 마치고 우리는 타지키스탄으로 떠나게 되었다.

 

<타지키스탄 국립시각장애인학교>

 

  우리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카자흐스탄에 있는 알마티 공항까지 6시간이 걸려 도착한 뒤, 15시간의 공항대기를 마치고 타지키스탄으로 향했다. 도착한 타지키스탄의 기후는 우리와 같은 여름이라 더운 날씨였지만 습하지 않은 더위라 그늘에 있으면 금방 시원해짐을 느꼈다.

<타지키스탄 국립시각장애인학교에서 단원들>

 

 타지키스탄 국립시각장애인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이들과의 첫 만남은 많이 어색하였다. 아이들도 우리의 방문이 낯설어서 그런지 선뜻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들이 이 먼 타지키스탄까지 온 목적이 바로 이 아이들에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피할수록 우리들은 더 가까이 다가가기위해 노력하였고, 아이들이 인상을 찌푸리면 우리들은 더 밝은 미소로 아이들과 함께했다. 그렇게 첫째 날이 지나가고 둘째 날이 되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어제까지만 해도 우리를 피하고 낯설어했던 아이들이 우리들에게 먼저 다가와 주고 웃어주는 것이 아닌가? 아마 우리들의 진심이 아이들에게 전해진 모양이었다.  

<아이들과 즐거운 운동회 1>

 아이들의 열린 마음을 느끼게 되면서 우리들의 마음도 더 활짝 열리게 되었고, 아이들이 우리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무척이나 잘 따라주어 우리들도 더 열정적으로 다가가 마음을 나누며, 준비해 간 프로그램들을 순조롭게 잘 진행할 수 있었다. 우리가 단순히 노력봉사나 교육봉사에만 집중했다면 아이들과 한 가족처럼 가까워지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적었을 테지만, 봉사활동 기간 동안 팀별로 약 5일간을 아이들과 늘 함께 지내다보니 어느 순간 정말 한 가족이 되어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들은 우리들이 가르쳐 주는 것을 재미있어 하면서 즐겁게 참여를 하였는데, 특히 한국문화와 한국어교육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을 보여 우리들이 준비해간 2시간 정도의 수업 내용을 1시간 만에 다 끝낼 정도로 열심이었다 

<아이들과 즐거운 운동회 2>

 우리들에게는 이 먼 타지키스탄이라는 나라에 우리 대한민국의 문화와 역사가 우리를 통해 아이들에게 전해진다는 것이 정말 뿌듯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누군가는 앞이 보이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희망이 없어 보이는 아이들이라고 말하겠지만, 나는 그 누구보다 밝은 빛을 내며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아이들이 바로 이 아이들이라고 생각을 하였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한국어교육>

 

타지키스탄 국립 외국어대학교 대학생들과의 만남

 아이들과의 만남이 잘 이루어질 수 있게 된 것은 서로간의 관계형성이 잘 될 수 있도록 해 준 "타지키스탄 국립외국어대학교 한국어과"에 재학 중인 현지 대학생들의 도움이 매우 컸다. 이들은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에 대해 더욱 알기를 원하는 대학생들로 기간 동안 우리들과 함께 지내며 우리를 지원해 주었다. 이들은 한국어를 타직어로, 타직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우리들이 준비해간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며, 교육내용이 아이들에게 잘 전달 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타지키스탄에는 남을 도와주거나 봉사한다는 개념이 없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지의 대학생들이 이렇게 시각장애인학교에 와서 우리를 도와주고 또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과 함께 지낸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고도 하였다. 나는 우리가 아이들에게 사랑을 전하고 봉사하는 모습을 통해 타지키스탄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의식에도 변화가 생겨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그들도 해외에 나가 봉사하며 사랑을 실천 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보았다.

<타직 현지 대학생들과 함께>

 

대한민국과 타지키스탄이 하나가 되다-슈퍼스타 K(Keimyung)

 봉사활동 기간 동안 아이들과 함께했던 모든 순간들이 하나로 응집 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슈퍼스타 K였다. 슈퍼스타 K는 한국문화와 한국어, 영어, 음악교육을 조화롭게 하나로 뭉쳐 그동안 배웠던 것을 팀별로 발표하는 시간으로, 각 팀마다 준비한 것들이 아주 다양했기 때문에 우리는 흥분된 마음으로 그 시간을 기다렸고, 함께하는 것 자체가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한복을 입고 부채춤을 추는 팀도 있었고, 탈을 쓰고 탈춤을 추는가 하면, 천사날개를 달고 예쁜 율동을 하는 팀도 있었다. 그리고 세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추는 팀도 있었다. 슈퍼스타 K는 다양한 공연을 통해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통해 그동안의 피로가 싹 풀리면서 함께 해본자만이 느낄 수 있는 큰 기쁨을 가슴가득 느낄 수 있도록 해준 귀한 시간이 되었다. 이는 단순히 우리들이 공연을 준비해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노력하여 준비한 것을 발표하는 것이어서 우리들에게 더 멋진 추억을 가져다 주었던 것 같았다.

<슈퍼스타 K>

 

타지키스탄 사랑에 물들다

 1112일간의 일정은 길고도 짧은 시간이었다. 그 기간 동안 우리는 힐링정원을 만들고, 벽화도 예쁘게 그리고, 주 타지키스탄 한국대사님과 현지 교육부 관계자 분들이 모두 참석한 힐링정원 개소식에도 참석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냈었다. 특히 힐링정원 이라는 명칭은 아이들이 육체적인 치료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치유될 수 있는 그러한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우리의 마음을 담아 지은 것이기도 하다. 

<힐링정원과 우리들이 그린 벽화>

 우리 한국 봉사단과 현지 대학생들, 그리고 시각장애인 아이들까지 모두가 하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가를 바라지 않은 무조건적인 사랑,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위해주는 사랑이 있었기에 우리는 더 사랑하고, 더 행복하고, 현재에 더 최선을 다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타지키스탄에서의 1112일은 함께한 우리가 서로의 사랑에 물들어가는 아름다운 시간이었고, 아이들의 예쁜 눈망울과 미소, 모두가 한마음이었던 단원들과의 진한 그 무엇, 우리가 같이 느꼈던 그 행복한 느낌이 삶 속에서 늘 빛을 발하고 있을 소중한 시간이었다.

<힐링정원 개소식 후 대사님, 교육부 관계자님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