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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82호(3월)

[독계비] 손원평의 「아몬드」를 읽고

讀·啓·肥는  ‘독서로 계명을 살찌우자’라는 목표로 릴레이 독서 추천 형식으로 꾸며가는 코너입니다. 

김서은 양에게서「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을  추천받은 박도유(국어국문학과)양이 신진희(간호학과)양에게「아몬드」를 추천합니다. 

 

  단단한 갈색 껍데기로 씨를 감싼 아몬드는 오두막집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아몬드는 나무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였는데, 실은 장미과이다. 씨를 감싸고 있는 것은 매끈하고 든든한 나무 벽보다는 가시와 같았다. 벽과 같이 자신을 지키기 위한, 하지만 남을 상처 낼 수도 있는 가시를 지닌 아몬드. 이 아몬드는 작품의 프롤로그에서 당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거나 가장 저주하는 누구도 가진, 그러나 아무도 그것을 느낄 수 없는, 그저 있음을 알고 있을 뿐인 존재로 등장한다. 작가는 아몬드가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처음에는 알렉시티미아병을 앓고 있는 윤재를 상징한다고 생각하였다. 작 중에서도 아몬드와 편도체의 유사점을 드러낸다. 하지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시를 지닌 사람으로는 윤재보다 곤이가 먼저 떠오른다. 나약해 보이기 싫어서 자신을 과시하던 곤이는 장미과에 속하는 아몬드와 꽤 어울린다. 하지만 곤이를 상징한다고 하기엔 윤재와 아몬드의 관련성이 눈에 밟힌다. 그렇다면 곤이와 윤재의 관련성은 없을까. 윤재와 곤이는 사회에서 자연스레 받아들여지는 아이들은 아니다. 윤재는 감정을 모르는 이상한 아이였고, 곤이는 상처가 많아 반항적인 아이였다. 

  흔히 말하는 평범함에서 조금 떨어진 아이들이다. 그리고 이런 아이들은 부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감정을 느낄 수 있는 평범함,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평범함. 이런 평범함을 부모는 자식들에게 기대한다. 그리고 곤이와 윤재는 꿈이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곤이의 아버지가 곤이가 갖고 있던 꿈에 시멘트를 들이부어 없는 것같이 만들었다. 윤재는 평범하게 살기 바라는 엄마의 목표가 꿈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러한 점을 봤을 때, 윤재와 곤이는 부모가 전부인 세상에 살고 있는 두 아이이다.

  작 중에서 소설 데미안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 소설은 소년이 알에서 깨고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는 성장 소설이다. 알에 갇혀 있던 소년은 충분히 부모가 전부인 세상에 있는 아이들, 윤재와 곤이를 연상하게 한다. 이어, 단단한 껍질 사이에 들어있는 씨앗도 자연스레 연상된다. 어쩌면 아몬드 속 씨앗은 윤재와 곤이가 아닐까.

 

 

  작품 후반부에서 윤재와 곤이는 같이 모종의 사건을 겪고 성장한다. 윤재는 곤이를 구하겠다는 자신만의 목표를 행하면서 죽음과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 경험을 통해 윤재는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몸을 바쳐 감정을 되찾아 새로운 세상을 맞이한다. 곤이는 자신을 구하러 온 윤재를 통해 자신이 잘못했던 과거를 인정하고, 사과하기로 한다. 윤재와 달리 곤이는 새로운 세상을 만났는지, 그래서 윤재와 다시 만날 수 있는지 나오지 않고 작품이 끝난다. 하지만 윤재에게 도착한 미안하고 고맙다는 편지는 감정이 나약하다고 느끼던 곤이의 진심이다. 이 진심은 곤이를 둘러싼 가시가 흐물흐물해지기 좋은 따뜻한 온도이다. 결국, 아몬드의 씨앗과 같은 윤재와 곤이는 껍질을 벗고 새로운 세상에서 만났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 책 표지 출처: 교보문고
> 편집위원: 박경희 사서, 학술정보서비스팀 연속간행물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