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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64호(11월)

[독계비] 저자: 김정운의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을 읽고

[讀.啓.肥(독. 계. 비)]는  ‘독서로 계명을 살찌우자’라는 목표로 릴레이 독서 추천 형식으로 꾸며가는 코너입니다.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소감과 함께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그 사람은 추천받은 책을 읽고 난 후 또 다른 책을 본인이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김가희(언론영상학전공)양 에게서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추천받은 황진하(의용공학과)양 백지수(사회복지학과)양에게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를 추천합니다.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는 작가의 가치관을 여러 방면에서 살펴볼 수 있었던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 한 권에 한 가지 주제만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주제를 담아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 총 네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째로 '외로움, 고독, 불안등 사람의 내면 심리 상태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고, 두 번째에서는 타인이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세 번째에서는 갈등에 관해, 마지막 파트에서는 주변 모든 것들에 대한 의미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어려운 내용의 전문 서적이 아니므로 일반인들도 편하게 읽을 수 있고, 감정 소모로 인해 힘들고 생각의 정리가 필요한 사람들이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비슷한 문제에 대해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책을 읽기 전에 목차를 살펴보는데 흥미로워 보이는 목차들이 많이 있었다. 그중에서 나는 책의 첫 파트와 마지막 넷째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다. 유독 눈에 띄었던 것은 '인간은 미숙아로 태어나기에 위대하다'라는 목차였다. 이 목차를 보자마자인간이 미숙아라고?', '미숙함이 어떻게 위대할 수 있지?'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다. 미숙아라는 말은 저체중아나 조산아를 통칭하여 부르는 용어이다. 그런데 어째서 인간을 모두 통틀어 미숙아라고 한 것인지 궁금했다. 작가는 다른 포유류, 영장류에 반해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에미숙아'라는 표현을 통해 인간은 미성숙한 존재라고 말하고 있다. 다른 동물들의 경우 태어나고 부모의 도움을 받으며 혼자서 일어서고 걷는 방법을 터득한다. 이들은 태어남과 동시에 살아남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한다. 그러나 인간의 경우 병원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은 우렁차게 우는 것과 부모의 눈을 마주치며 돌봄을 받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결국, 다른 생명체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 인간은 미숙한 상태로 태어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 인간이 위대한 이유는 인간의시선'에 있다. '마주 보기',‘함께 보기'의 과정을 통해 인간은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타인에게 공감하고 어울려 사는 방법을 알게 된다. 그런 면에서 인간은 다른 동물과 비교했을 때 훨씬 위대하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그러나 요즘 사회를 둘러보면 미숙아로 태어나 그 이상의 발전은 없는 인간들이 많은 것 같다. 위대함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경우가 너무 허다한 것 같다고 느껴지는 현실이다. 미숙함을 포용하고 사랑하는 과정에서 인간은 위대해진다고 한다. 이를 돌보지 못한다면 사회는 필연적으로 소통이 불가능하게 되어 결국 야만인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우리 주위를 살펴보면 미숙함을 포용하고 사랑해주지 못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느낀다. 미숙함은 갈등을 낳고 그 갈등은 결국 불화로 이어진다. 불화가 계속되다 보면 마음에 남은 미움과 증오가 상대에게 돌아가고 또 다른 흉터를 남긴다. 이런 식으로 미숙함을 포용하지 못하게 되어 일어나는 일은 개인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넓게 보면 사회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미숙함을 포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어 악영향을 끼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없다. 책을 읽으면서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지그리고 나 스스로는 어떤 방법을 통해 미숙함을 극복해나가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나의 경우 다툼이 발생할 때 미숙함을 많이 느끼는 편인데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한 발짝 물러나서 그 상황을 이성적으로 바라보려고 많이 노력하고 상대의 입장에서 저를 되돌아보려고 노력한다이 방법이 작가가 책에서 말하는함께 보기'에 해당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함께 보기를 하게 되면 본인을 좀 더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고 상대방도 마찬가지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주변에서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감정 소모를 많이 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쯤 읽어보라고 권유하고 싶은 책이었다철학적인 문제들에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고 나 자신의 행동을 성찰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작가의 개인적인 생각과 농담들이 어떤 이들에게는 불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나 내용 자체만 봤을 때여러 생각과 문제점들에 철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접근할 기회를 제공해주었다고 생각한다. 

 

출처: 책 표지-교보문고, 사진-황진하

편집위원: 박경희(학술정보서비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