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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호(6월)

[고문헌산책 15] 쌍충록

[고문헌산책] 임진전쟁 때 순절한 삼촌과 조카를 기념한 책, <쌍충록>

 

온 국토가 유린되었던 처절했던 임진전쟁.

그 속에서 순절한 사람에 대한 기념 책자를 소개합니다.

 

  <쌍충록>은 임진전쟁 때 순절한 제말(諸沫, 1552-1593)과 조카 제홍록(諸弘祿, 1558-1597)의 충절 사실을 기록한 책이다.  제말은 곽재우와 함께 공을 세워 성주목사로 임명되었다가 1592년 전사하였고, 조카 제홍록은 1597년 진주성을 지원하러 가는 도중에 전사하였다. 두 사람은 경남 고성 출생으로 1592년 임진전쟁이 일어나자 경상도 지역에서 전공을 세운 인물들로, 그 행적을 모아서 후손 제한석이 1813년에 간행하였다.

   이 책에는 1792년(임자년) 9월 29월에 시호를 올려 낙점 받은 기록이 있다. 시호를 받은 사람은 모두 7명이다. 각자 3개의 시호를 올렸고, 낙점 받은 것은 바탕이 검은 색으로 되어 있다.<쌍충록>의 주인공인 제말은 오른쪽에서 제 5행에 있다. 충의, 충장, 충무 가운데 충장(忠壯)이란 시호가 낙점되었다.

 

 

  이 책이 간행된 것은 1792년에 시호를 받았기 때문이다. 시호는 죽은 뒤에 한 사람의 삶을 평가하고 국왕으로부터 받는 사후의 이름이다. 왕조 국가에서 국왕으로부터 사후에 인정을 받는 것이다. 이보다 더한 영광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에게 익숙한 충무공 이순신의 충무(忠武)가 가장 널리 알려진 시호다.

   임진전쟁, 병자전쟁의 충격파로 힘들었던 17세기를 지나고 18세기에 들어서면서 잊고 살았던 선조를 찾고, 선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행적을 책자로 만드는 현상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충신, 효자, 열녀로 대표되는 가치 기준에 부합하는 가문의 상징을 선조에게서 찾고, 몰랐던 것을 알고 공유하면서 본받기 위함이었다. 그런 현상은 19세기가 되면 더욱 활발하게 일어난다. 

  공통 분모는 대부분 삼강오륜이다. 우리 집안에도 충신, 효자, 열녀가 있어야 한다는 사명감까지 들게 한다. 후손의 노력이 없었다면, 묻혀져 역사 속에 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후손은 여러 문헌을 찾아 증빙할 자료를 만들고, 이름난 학자를 찾아 사실 공증의 글을 받는다. 집안 사람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가문의 결속을 다진다. 재원이 확보되면 책의 간행으로 이어진다. 책이 간행되어 배포되었고, 그 중에 없어지지 않고 살아남았기 때문에 지금 그 책을 보고서 충절 사실을 알 수 있다. 문헌이 남아야 역사가 남는 것이다.

   조상을 바로 세워 가문의 모범으로 본받으면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자 하였던 후손의 그 마음이 눈에 보일지, 조상을 통해 현세에서 부귀영화를 누리려는 겉모습이 눈에 보일지는 모를 일이다. 아무튼 책의 간행으로 가문의 위상은 높아진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목숨을 던져 나라를 구하고자 했던 호국 인물을 기념한 책을 소개하였다.

 

<편집위원: 최경훈, 학술정보서비스팀 고문헌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