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7/108호(6월)

[독계비] 인문학이 경영 안으로 들어 왔다

[讀.啓.肥(독.계.비)] ‘독서로 계명을 살찌우자’라는 목표로 릴레이 독서 추천 형식으로 꾸며가는 코너입니다.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소감과 함께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그 사람은 추천받은 책을 읽고 난 후 또 다른 책을 본인이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윤정에게서 「기린의 날개천받은  이지윤(간호학과 4)「인문학이 경영 안으로 들어 왔다를 박준홍(철학윤리학과 3)군에게 추천합니다.

 

  책도 첫인상이라는 게 있다인문학이 경영 안으로 들어왔다라는 제목을 접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과연 내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까?였다아무래도 경영에 관한 이야기를 할 것 같은데 그건 내가 여지껏 관심이라곤 가져보지 않았던 분야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인문학이라는 단어에 금세 솔깃했다. 만날 때마다 사전을 찾아보고 매번 그 의미를 곱씹게 했던 단어. 가까워지고자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리송한 학문인 인문학은 왠지 어감만으로 나를 끌어당기는 구석이 있었다. 부푼 호기심으로 책을 받아들었다. 표지에 크게 찍혀있는 저자의 웃음띈 얼굴에서 걱정말고 첫 장을 넘겨보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막상 펼쳐본 책은 제목에서 느꼈던 첫인상 만큼 딱딱한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인문학을 사랑하는 경영인인 저자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이야기책에 가까웠다. 쉽고 간결한 문체 덕에 술술 읽혀서 그런지 기억에 남는 부분도 많았다. 그 중 하나는 단점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다. 저자는 모가 난 성격은 강점을 쌓느라 신경 쓰지 못한 공백으로 보는 게 맞다고 한다. 단점은 이미 있는 것이니 없애는 품을 들여야 하지만, 공백은 그런 과정 없이 채워주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단점의 다른 말로 모자란 점혹은 부족한 점을 꼽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관점은 특히 타인과의 관계에서 유용하다. 나 또한 누군가의 한 가지 단점에 집중하여 그가 지닌 여러 강점들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책 중 프레임에 관한 내용도 얘기할 거리가 많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하는데, 여기서 등장하는 개념이 프레임이다. 프레임은 사고의 출발점이자 앵글의 각도, 또는 창을 말한다. 창문이 삼각형이면 바깥 풍경도 세모로 보이고, 창문이 사각형이면 풍경도 네모로 보인다는 것이다우리 모두는 각자 다른 프레임을 가졌기에 서로를 이해하기 어렵고 때로는 의견충돌을 겪고 있다. 이 대목에서 나는 주변에 비일비재한 크고 작은 갈등들은 물론, 곧 다가올 대선을 떠올렸다.의견충돌은 늘 나쁜 것이 아니다. 프레임의 차이를 인정하고 상대방을 존중하며 서로를 향한 양보와 배려를 내보일 때 발전은 옳게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천하에 두 가지 큰 저울이 있다. 하나는 시비(是非)의 저울이고,

하나는 이해(利害)이 저울이다. 

이 두 가지 큰 저울에서 옳은 것을 지켜 이로움을 얻는, 시이리(是而利). 

옳은 것을 지키다가 해로움을 입는, 시이해(是而害).                                

그릇됨을 따라가서 이로움을 얻는, 비이리(非而利),                                 

그릇됨을 따르다가 해로움을 불러들이는, 비이해(非而害)네 가지 큰 등급이

생겨난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다산 정약용의 선택법을 소개한다시비와 이해로 의사결정의 질을 판단하는 방법인데 시비는 옳고 그름, 이해는 손해와 이익을 의미한다. 재고 따져야할 선택지들을 시이해시이리비이해비이리로 구분해보는 것이다. 최선의 결정이란 단연 옳은 길이면서 이익을 보는 시이리혹은, 나무 대신 숲을 보는 식의 시이리로 귀결되는 시이해. 다만 우리가 경계해야할 점은 틀린 길이나 당장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비이리를 선택하는 행동이다. 이 경우 비이리는 결국 비이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특히 나는 임상실습을 통해 비이리비이해를 불러 일으킨다는 사실을 몸으로 배우고 있다. 세기를 초월한 다산의 지혜가 감탄스러웠고 이 오래된 이야기를 허투루 흘려듣지 않은 저자의 지혜 역시 본받고 싶었다. 

 저자는 다산 뿐만 아니라 왕건, 태종, 세종 등의 역사적 인물에서도 배울 점을 찾고 있다. 나는 이것이 저자가 일을 마칠 때에는 후임자 몫의 공을 남겨줘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 그리고 이제는 지식을 취하는 사람에서 지식을 나눠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느꼈다. 모든 인간은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하며 확장한다. 전자가 받는역할이라면 후자는 주는역할이다

  이 책을 읽고 독자인 나 또한 받음의 행위를 함으로써 어떤 확장에 동참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받은 것은 꿈, 인간관계, 리더십, 파트너십, 겸손, 책임감, 독서, 정직함과 같은 것들의 가치라고 할 수 있겠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이 단단하지만 부드러운 가치들의 중요성을 한참이나 곱씹었다. 부디 내가 이것들을 내 안으로 들여놓을 수 있기를,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주는사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출처: 책표지-교보문고, 사진-이지윤

<편집위원: 박경희, 학술정보서비스팀 제2자료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