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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는 독후감] 어떻게 사는가에 대한 의미

[독후감] 동산도서관 5기 독서토론클럽 학생들의 독후감 중 두 편을 엄선하여 게재합니다.[박춘화 bom@gw.kmu.ac.kr]


어떻게 사는가에 대한 의미, <그 청년 바보의사>를 읽고

독서토론클럽 5기 나누리 팀
한국문화정보학과 김민지

  독서토론클럽을 시작하고 약 한 달 만에 나에게도 발표의 기회가 왔다. 발표일이 한창 시험 기간이었던 터라 독서토론클럽에 지원할 때의 강한 의지와 다짐은 코앞에 다가온 시험 앞에서 몽땅 물거품이 되었고 발표 준비는 시험공부에 밀려 진도가 더뎠다. 그런 정신없고 힘든 와중에 이 책을 읽었다. 300쪽이 채 안 되는 작은 책을 가벼운 에세이 정도라고 생각하고 책을 폈으나 그것을 읽는 동안 나는 분명 크나큰 감동과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그것은 한 사람이 고집스럽게 걸어간 삶의 모습이, 보여준 신념이 나에게 많은 화두를 주었기 때문이다.
 
  한 남자가 있다. 그는 모두가 가고 싶어 하는 유명대학의 의과대학을 졸업해서 모두가 선망하는 의사라는 직업을 가졌기에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정작 중요한 것은 그럴듯한 직업과 명예가 아니었다. 그가 생각한 삶에서의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는 삶'이었다. 그는 하나님이 말하는 ‘사랑’을 실천하여 새벽에도 병으로 고통스러워하는 환자의 머리맡에서 환자가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기도를 하기도 하고, 자신의 치료가 환자들에게 진정한 치료가 될 지 의사로서 늘 고민하고 걱정하면서도 삶을 힘겨워하는 사람들에게 스스럼없이 손을 내밀어 위안을 주는 치료 이상의 ‘치유’를 해 준다. 또한 하나님의 사랑을 알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스스럼없이 자신이 아끼는 것을 모두 내어주면서 복음을 전하고 때로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마음이 작아져 의심하는 사람들에게는 그가 믿음을 향한 옳은 길로 갈 수 있게 도와주며 지켜 봐 준다. 이렇듯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바탕으로 자신에게는 한없이 엄격하게, 그리고 타인에게 기꺼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삶을 살았던 이 사람은 ‘참의사 그리고 참 그리스도인’으로 살다가 2006년 갑작스러운 병으로 세상을 떠난 ‘바보의사’ 안수현 씨다.

  안수현 씨는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가 되어 자신의 종교적 믿음을 바탕으로 한 사랑과 배려, 소명을 행동으로 실천하며 보여주었다. 그는 두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교회를 다니며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가져왔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하나님을 위한, 하나님의 사랑을 몸소 실천하여 보여주는 삶을 살기로 결정하였다. 어린 시절부터 늘 모든 일에 하나님에 관한 일을 우선순위로 두어 늘 믿음을 먼저 하였는데 그가 의사가 되기로 결심하여 환자들에게 의사로서의 참된 소명을 갖고 ‘치료 이상의 치유’를 해 준 것도 바로 이러한 종교적 믿음과 확신으로 결정된 것이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는 의사로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유년시절 클래식을 좋아하고 즐겨 들었던 자신의 경험을 살려 CCM에 관한 칼럼을 쓰면서 더욱 더 많은 이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복음을 만나게 하려 노력하였다. 이러한 그의 복음뿐만 아니라 그의 타인을 향해 보여주는 끊임없는 사랑과 배려의 행동 그 자체는 삶에 지친 이들에게 충분히 많은 위로와 응원, 감화를 주었고 그가 보여준 행동을 바탕삼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변화시켜 나갔다.

 
이 책 <그 청년 바보의사>에서는 그가 의사로서 진료를 하면서 보았던 많은 이들을 통해 느꼈던 종교적 단상에 관한 미니홈피의 글과 그의 클래식에 관한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CCM 칼럼의 글 등을 그가 죽은 뒤, 그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에 관해 회상한 이야기와 함께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이 책은 그가 늘 의사로서 느끼는 소명의식과 하나님에게 끊임없이 다가가려는 고뇌, 종교 활동을 하면서 얻는 즐거움과 고민이 그의 담담한 문체를 통해서 솔직하게 담겨있다. 때로는 그도 인간이기에 다른 이들을 도와주는 것에서 오는 고민과 후회도 있다. 이 길이 사랑과 믿음을 실천할 수 있는 옳은 길인지 고민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길을 믿음을 통해 흔들림 없이 굳건하게 걸어가려 한다.

  그의 삶이 사실 우리 같은 평범한 이들이 보기에는 그의 별명 그대로 ‘바보’같아 보이기도 한다. 모든 이들이 부러워하는 ‘잘 나가는’ 직업을 가졌음에도 늘 주머니가 비어있었고 다른 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아파하느라 결국 자신의 일들을 제때 해결하지 못해 다른 이들보다 뒤처지기도 한다. 그야말로 잇속이라고는 모르는, 답답한 삶이다.

 
하지만 결국 책의 끝 장을 읽는 순간, 나를 비롯한 모든 이들이 그의 삶이 끝나는 순간을 지켜보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을 것이라 나는 확신한다. 늘 실속 없이 다른 이에게 배려를 해왔던 청년이, 자신의 모든 것을 제쳐두고 하나님에게로 달려 나갔던 청년의 삶이, 그래서 누구보다도 더 뜨겁게 인생을 살아왔던 한 ‘바보 같은’ 청년의 삶이 죽음으로써 끝나버리는 순간 그가 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타깝고 눈물짓게 만드는 것이 각박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와중에 흔치 않은 모습을 한 그의 삶이다.

 
그러면서도 독서토론클럽 모임에서 하신 교수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얼마나 사느냐 보다 어떻게 사느냐의 가치’가 바로 그것이다. 진정한 가치 있는 삶이라는 것, 그는 비록 오래 살지는 못했지만 누구보다도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을 살아왔다. 그의 삶은 타인에게 감동과 사랑을 준 것과 동시에 자신의 신념을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게 지켜나간 스스로의 가치가 있기에 그의 짧은 생은 어찌 보면 결코 슬프거나 안타까운 비극이기만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은 저자 안수현 씨의 종교적 신념에 대한 고찰에 관한 일종의 신앙서적이라 사실 기독교적 내용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하여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해나 공감이 안가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하며 나 역시 비 기독교인이기에 이 책에서 보여주는 기독교적 교리를 모두 이해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러한 것을 넘어서 그의 삶 자체가 보여주는 감동은 종교적 신념이나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가치가 존재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은 이렇게 어떠한 신념에 추호도의심 없는 확신을 갖고 흔들림 없이 살 수 있을지 스스로 반문하면서 그가 느꼈을 삶의 고민들을 조금은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언젠가 마음이 추워지는 시기가 오면 나는 그가 한 말과 그가 살아왔던 인생의 구절이 어렴풋이 다시금 떠오를 것 같다. 그것은 아마도 그가 보여준 삶이 나로 하여금 따뜻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것과 그가 전해주는 위로를 나 역시 받고 싶은 마음에서 일 것이다.



명심보감

독서토론클럽 5기 에코 팀
경영학과 강준욱

  명심보감의 명심은 마음을 밝게 한다는 뜻이며, 보감은 거울같이 비춰보는 교본이 된다는 뜻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론 어릴 적에 어린이용으로 나온 것을 읽어본 걸로 기억되는데, 대부분의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고 아직까지 기억이 나는 내용을 꼽자면 효행편에 있는 '음식을 먹을 때 부모님이 부르면 입 안에 있는 것을 즉시 뱉어내고 대답해야한다' 같은 내용 정도이다. 아무래도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엄했던 편이라 이런 내용이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이제 대학생이 되어 독서토론클럽 덕분에 읽을 기회가 생겨 다시 읽어보니 어릴 때와는 다른 입체적인 시각에서 책을 볼 수 있는 것 같다.

  이 책은 옛 사람들의 가르침을 금언집 형식으로 엮어놓은 책인데 각각 주제에 맞춰 많은 격언과 금언들을 나열해 놓은 형식이다. 물론 이런 격언들이 그렇듯이 대체로 정론에 가까운 이야기들이라 입바른 소리로 느껴질 수도 있고, 격언의 나열 형식이라 스토리가 없기 때문에 소설책 읽듯이 속독해나가면 읽고 나서도 기억에 남는 글이 별로 없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읽으면서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이 있거나 혹은 현실에서 겪었던 일에 비춰볼 만하다고 느껴지면 여러 번 곱씹어가면서 탐독하는 방법으로 읽는다면 기억에도 남을 것이고 교훈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명심보감은 여러 서적과 격언을 엮다보니 각각의 격언에서 전하고자 하는 바가 상충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가령 성심편을 보면 '배부르고 따사로움 속에서 음탕한 욕심이 생기고, 굶주리고 추운 데서 바른 마음이 싹튼다.'라고 하고, '사람의 의리는 다 빈한한데서 끊어지고 세상의 인정은 모름지기 돈 있는 집으로 쏠린다.' 같은 내용도 있다. 이러면 독자가 읽으면서 격언의 내용 중 어떤 것을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 혼란이 생길 것 같다. 물론 검소하고 바르게 살면서 주변의 귀감이 된다면 올바르게 살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고, 적절하게 부를 추구하면서 베풀고 사는 인정을 가지는 것도 좋은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명심보감의 내용 대부분이 격언의 나열로 이루어진 책이니 어떤 경우에 어느 쪽의 삶을 선택하라거나 하는 내용은 적혀있지 않다. 이렇게 상충되는 부분이 군데군데 존재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현실의 복잡다양한 상황은 말 한 두 마디로 온전하게 표현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하나의 격언을 가지고 그것이 황금률인 양 따르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각각의 격언에서 전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고, 서로 다른 격언이 주는 교훈을 깊이 생각해서 자기 나름의 결론을 낸다면 처세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명심보감의 가치는 책이 주는 교훈 이상의 것도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사서삼경 같이 본격적인 학문을 하고자 할 때 쓰이는 책이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가정과 서당에서 읽히고, 격언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파되면서 가장 많은 사람이 읽고 들은 책이라고 할 수 있으며 현재까지도 많은 격언들이 우리네 가정에서 교육에 쓰일 정도로 우리 민족의 가치관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 책이다. 요컨대 계선편과 천명편은 권선징악을 바탕으로 하는 인간의 삶에 대한 전반적인 목표점을 제시하고 있으며, 효행편과 훈자편은 각각 자식과 부모가 부모자식 관계에서 어떻게 하면 도리를 지킬 것인가를 설파하고 있다. 정기편과 존심편은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갈고 닦는 방법에 대해서 각종 경구로 설명하는 식이다. 이렇게 명심보감은 사람 개인의 행실을 규정하고 개선할 수 있는 금언들로 주로 이루어져 있고 이런 내용들이 수백 년 이상 동안 면면히 대를 이어 내려왔던 것이다. 이렇게 민족 안의 개인의 가치관 형성에 큰 틀을 가지게 한 역할만으로도 가치가 있겠으나, 명심보감에는 개인과 민족의 가치관 형성 이상의 내용 또한 담겨있다.

 
말하자면 명심보감에는 삼황오제부터 시작하여 전체적으로 간략하게 중국의 역사가 서술되어 있으며 다소 사대주의가 가미되어 있지만 고조선부터 조선건국에 이르는 우리 역사가 서술되어 있다. 또 옛 사람들의 입장에서 볼 때 사계절과 열두 달의 구분을 어떻게 하는지도 적혀있어 시간적인 개념이 어떠했는지도 알 수 있으며 흥미롭게도 '하늘에는 위성이 있으니 금성·목성·수성·화성·토성의 다섯별이 이것이요, 또 경성이 있으니 각수·향수·저수·방수‥(중략)‥진수의 이십 팔 수가 이것이다' 같이 천문학적인 내용도 서술되어 있다. 즉, 옛 사람들이 세계를 어떻게 인식했고 어떤 모습으로 세계를 묘사했는지에 대한 세계관을 파악할 수 있으며 이렇게 인간 내적인 면에서 세계의 모습까지 대략적으로 그려놓았기 때문에 명심보감은 옛 사람들의 가치관과 세계관 자체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현대인들이 명심보감을 읽는다면 옛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했는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며, 나아가서 젊은이들이 곰곰이 생각하면서 읽는다면 우리 사회에서 전통적으로 옳다고 여겨진 가치와 도리에 대해서 이해하고 그것을 현대적으로 보완하여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전통적 가치관을 지키며 살아온 어른들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학문적으로는 여러 성인과 양서에서 따온 금언이 많기 때문에 그런 것을 하나하나 추적하며 숙독하다보면 동양적 학문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렇듯 명심보감은 현대에 와서도 다양한 의미를 가지는 책이기 때문에 명심보감이 현대에서도 널리 읽히고 재조명 받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