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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94호(4월)

[고문헌 산책2] 삼청동도회도첩

[고문헌 산책2] 삼청동도회도첩(三淸洞道會圖帖)


고향 떠나 서울에서 관직생활 하던 영남 사람들

1654년, 과거에 합격한 고향 후배들을 맞아 회합을 열고 기념앨범을 남기다.

 

'신입 환영'이라는 모임의 성격이 신입생들로 활기찬 우리 캠퍼스와 관련이 있어 이번 호에는 1654년 서울 삼청동 모임의 기념 앨범인 <삼청동도회도첩>을 소개한다.


삼청동에서의 모임을 기념한 책자

<삼청동도회도첩(三淸洞道會圖帖)>의 책 제목을 풀이하면 ‘삼청동(三淸洞) 모임(道會)의 그림첩(圖帖)’이란 뜻이다. 삼청동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의 북편에 위치한 동네 이름으로 다수의 문헌에서 모임 장소로 등장하는 곳이다.

<삼청동에서의 도회 장면>

 

누가 누가 모였을까?

1654년 9월 6일, 삼청동에서는 영남출신 관료 15인과 생원 진사 11인 등 모두 26인이 모였다. 나이로는 22세의 안동 출신인 진사 김총(金璁)부터 60세의 풍기 출신인 활인서별제 안홍정(安弘靖)까지, 신분은 종4품 칠곡 출신인 봉상시첨정 김광우(金光宇)부터 종9품 인동(구미) 출신인 전참봉 장학(張澩)까지 다양하다. 그들의 공통점은 고향이 영남이라는 것이다. 나이순으로 기록된 참석자 26인의 명단을 보면 출신지가 예천, 안동, 영주 등 모두 영남지역이다. 이 모임은 일종의 영남향우회로 열렸던 것이다. 위의 그림을 보면, 솔밭에 터를 잡고 26인이 둘러 앉아 있고, 그 가운데 무동이 춤을 추고 아래에는 광대가 보이며, 밥을 짓거나 차를 끓이는 사람들도 보인다. 

 

<참석자 명단>

 신분(관직), 성명, 출생년/자, 본관, 출신지 순으로 적혀있음

하단의 거(居) 다음에 기술된 지명이 출신지(고향)임-풍기, 함창, 청송, 의성... 


이 향우회는 어떤 계기로 열렸을까?

책자에 수록된 참석자 명단에는 ‘새로 진사가 된 사람[신진사(新進士)]’ 등 새로 생원이나 진사가 되었다고 표기된 사람이 5인 등장한다. 모임이 있기 하루 전인 1654년 9월 5일은 그 해 실시된 생원 진사 시험의 합격자에게 합격증을 수여하는 행사가 열린 날이다.(1654년 실시된 시험 일정은 합격자 명부인 <갑오식년사마방목>에서 확인됨) 합격증을 수여한 다음날에 생원 진사시에 합격한 영남 출신 고향 후배들을 환영하기 위하여 모임이 열렸던 것이다.

이 1654년의 식년시에서 영남 출신은 생원시에서 20인, 진사시에서 19인이 합격하였는데, 생원 진사의 합격 정원이 각각 100명이니 20%와 19%가 영남 출신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두 시험에 동시에 합격한 사람이 3명이므로 실제 합격자는 36인이었다. 이 36인 가운데 5인이 삼청동의 영남 향우회에 참석한 것이다. 그리고 참석을 기념하기 위하여 기념첩을 만들었다. 관례상 참석자 수만큼인 26부가 제작되어 나누어 가졌을 것이다. 그런데 이 <삼청동도회도첩>은 지금 2부가 남아 있다. 하나는 우리 도서관에 있고, 또 하나는 안동 설월당 종택에 전한다.

이번에 소개한 자료는 영남 과거 합격자 환영 향우회 성격의 모임을 기념한 그림첩인 <삼청동도회도첩>이다. 이를 통하여 조선시대 동향 출신자의 모임 문화의 일면을 시각적 자료를 통하여 살펴보았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인연이다. 어떤 공통점이 있어 서로 서로 인연을 맺어 가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이 순간에 만나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한번 말해 보자.


  “우리가 이렇게 함께 만난 것이 어찌 우연이겠는가? 결코 우연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