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5/90호

[독.계.비] 삼국지

[讀.啓.肥] [독.계.비] 코너는 ‘독서로 계명을 살찌우자’라는 목표로 독서릴레이 형식으로 꾸며가는 코너입니다.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소감과 함께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그 사람은 추천받은 책을 읽고 난 후 또 다른 책을 본인이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많은 분들의 참여를 부탁드리며, 참여해 주신 분들께는 소정의 상품을 드립니다.

 

경제금융학전공 박준영 학생

이 달에는 유원상(경제금융학, 1)군에게「나무」를 추천받은 박준영(경제금융학, 1)군이「삼국지」를 이선화(경제금융학과 3)양에게 추천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만화책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5000만 부의 판매 실적을 낸 출판사 예림당의 ‘Why?’ 시리즈다. Why? 시리즈는 과학부터 역사, 사회, 의학, 영어 등에 다다르는 다양한 장르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책으로 학습 만화 중에서 가장 높은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은 무엇일까? 바로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쯤 읽었거나 하다못해 들은 적은 분명히 있을, 1800만 부를 판매한 ‘이문열 평역 삼국지’이다.

 

  나는 초등학교 때 만화 삼국지를 읽고 삼국지의 팬이 되었으며, 중학교 1학년 때 소설 삼국지를 10번도 더 읽었다. 중학교 2학년 때는 연의(소설)가 아닌 정사 즉 실제 역사를 접하고 그와 비교하느라 소설 삼국지를 또 10번 더 읽었다. 연의와 정사를 번갈아 읽으면서 생기는 괴리는 의외의 반전 요소가 되어 내 감성을 부추겼다. 연의 삼국지에선 무식한데다 외양이 산도적처럼 묘사되는 장비가 정사에서는 우수한 전략가로 묘사되는데다 미남이었다는 점, 연의에서는 우유부단하고 결단성이 없다고 묘사되는 원소가 정사에서는 철저하게 냉정한 괴물 정치가로 나오는 점 등 연의 삼국지만 읽었던 사람에겐 삼국지의 새로운 일면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문열 삼국지와 정사 삼국지 둘 다 읽은 나로선 창작품인 이문열 삼국지에게 자그마한 비판을 주장하고 싶어진다. 이문열의 삼국지를 보면서 두드러지는 점은 일단 작가 이문열이 집요하게 조조의 편을 든다는 점이다. 조조의 과업인 서주 백성들을 학살한 사건이나 도굴꾼들을 국가 단위로 운영하여 부장품들을 팔아재낀 일 등을 아예 묘사하지 않거나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잦다. 

  특히나 서주 대학살은 그 시대 일어난 최악의 학살극이었다. 커다란 강이 시체로 메워질 정도로 서주 백성들을 학살해버린 탓에 서주를 포함한 자신의 근거지였던 연주에서도 반발이 일어났고 이는 조조의 서주 정벌 실패로 이어진다. 재밌는 점은 유비가 형주에서 발견한 제갈량의 고향이 바로 서주였다는 점이다. 제갈량은 서주 대학살 때 부모를 잃고 형 제갈근과 동생 제갈균과 함께 형주로 내려간다. 또한 훗날 명사로 불리게 되는 많은 인물들이 서주에서 강동으로 피난을 간 탓에 이는 오나라의 전력 증강에 도움이 된다. 이처럼 서주 대학살이 삼국지에 끼친 영향이 작지 않은 데도 불구하고 조조편인 이문열 삼국지에선 짤막한 몇 자로 조조의 과오를 감추어 주고 있다.


  또한 이문열 삼국지는 정사와 연의를 자기 편한 대로 가져다 쓰는 경우가 많다. 대체적으로는 삼국지 원문인 나관중 삼국지의 내용을 가져다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유독 조조를 옹호할 때만 정사의 내용을 가져와 띄워주는 경우가 많았다. 또 정사를 인용할 거면 확실하게 했으면 좋으려만 몇몇 오류가 정사를 아는 사람들의 눈가를 찌푸리게 만든다. 예를 들어 4권에서 허저가 허유를 죽이는 장면 다음에 ‘정사에서는 장료가 죽였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하지만 정사에서도 허유를 죽인 것은 허저였다.


  하지만 이러한 점이 이문열 삼국지를 못 읽을 이유가 되진 않는다. 오히려 이문열의 문체와 필력이 굉장히 뛰어난 덕에 삼국지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이 딱 읽기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점은 1800만 부나 팔린 결과가 변명의 여지를 없애준다.

 

 

<출처>

 

- 표지: Yes24

- 사진: 박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