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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72호

[Library & People] 캘거리 대학교 IT센터 박세현 동문

[Library & People] 캘거리 대학교 IT센터 박세현 동문의 이야기를 싣습니다.

 

 

1. 동산도서관 웹진 구독자들에게 소개 부탁합니다.

 

  동산도서관 웹진을 통해 여러분들을 만나 뵙게 되어 진심으로 기쁘고 반갑습니다. 저는 81학번으로 1985년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캐나다 캘거리대학 IT센터에 근무 중인 박세현입니다. 졸업 후 2000년 캐나다로 이민 오기 전까지 모교인 계명대학교 전산원에서 프로그래머로 근무를 하였습니다. 모교에서 근무하는 동안 경영정보 대학원도 졸업을 하였고 동산도서관의 전산시스템 개발에 작은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습니다.

<박세현 동문>

 

  저는 현재 캐나다에서 목축으로  유명한 알버타(Alberta)주에 있는 캘거리(Calgary) 에서 한국의 경제성장과 한국인의 근면 성실함을 현지인들에게 알리며 이민 일세대로서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캘거리는 제가 정착할 때만해도 인구 70만정도의 도시였으나 지금은 석유와 천연가스의 호황기를 거치면서 인구 백만이 넘는 캐나다에서 세 번째로 큰 경제도시로 성장하였습니다. 오래전부터 이곳에도 한류의 열풍이 함께해 한국의 음식이나 드라마, 한국 가수들의 음악들의 인기가 상당합니다. 세월이 흘러 동산도서관도 많은 변화가 있겠군요. 모교의 여러 선생님들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마음들이 늘 그립습니다.

 

2.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이나 신념은 무엇입니까?

 

  사람은 살아가면서 실패와 좌절, 희망과 성공이라는 수많은 경험을 반복하면서 자신의 삶에 대한 신념이나 가치관을 정립해 나간다고 봅니다. 저는 자신의 몸과 마음, 열정을 사랑할 줄 아는 것이 삶을 영위해 나가는데 있어서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 남을 사랑할 수 없듯이 나 자신을 이해하고, 수용하고, 격려하고, 스스로에게 희망을 느낄 수 없다면 다른 사람을 마음으로 느끼며 진정으로 격려하고 희망을 함께 나누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몸이 불편한 관계로 살아오는 동안 많은 좌절과 치유가 힘든 마음의 상처들도 많이 받았습니다. 만약 제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현실을 한탄하며 지내왔다면 현재의 제 모습과는 많이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것입니다. 누구와 함께하든, 무엇을 하든, 그 순간이 최고의 순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때 주변을 밝히고 세상을 밝히는 아름다운 삶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3. 캐나다로 이민을 가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요?

 

  저는 몸도 불편하였지만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 당시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던 많은 것들을 상상을 하며 잠자리에 들곤 했는데, 그 중 하나가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집에서 가족들과 행복하게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이 생각은 대학생이 되어서도 조금씩 진보하면서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다 가슴에 멍이 들 만큼 사랑하게 된 지금의 아내와 만나 결혼도 하게 되고, 예쁜 아이들도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캐나다로 이민을 결심한 첫 번째 동기는 제 나이가 더 들기 전에 늘 꿈꾸어왔던 새로운 세상, 새로운 환경을 향해 문을 두드려 보고 도전해 보고 싶었던 것이고, 두 번째로는 아이들에게 학업의 무거운 짐과 치열한 경쟁보다는 스스로 선택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가 항상 꿈꾸든 언덕위의 하얀 집에서 정원을 가꾸며 가족들과 보내는 꿈을 현실로 만들고 싶었던 때문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 선택이 옳은 것이었는지는 훗날 그 아이들의 삶이 녹아있는 얼굴과 마음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는 제 선택이 옳았다는 생각을 하며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4. 이민 후 정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요?

 

  이민을 결정한 것도 그렇고, 캐나다에 도착 후 정착을 위해 걱정을 하거나 어떤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취업이 되지 않으면 작은 그로서리(Grocery)라도 하면 되겠지 라는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그냥 몇 개월을 쉬면서 보냈습니다. 사실 이때만 해도 약간의 자신감에 차 있었는데 아마 그때는 지금보다 많이 젊었으니까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처음 몇 개월 동안은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과 문화, 그리고 록키의 대자연을 즐기느라 그냥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중 가족을 책임지고 부양해야 한다는 생각들이 문득문득 엄습해 올 즈음, 캐나다 정부에서 이민자들을 위한 무료 프로그램인 ESL (English as Second Language)에 등록하여 3개월간 영어공부를 하였습니다.

 

<캘거리 근교>

 

  영어 공부를 하는 동안 이력서를 몇 군데 제출하였고, 그 중 한 곳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때만 해도 모든 것에 자신감이 있었던 터라 면접만 보면 될 것이라는 착각으로 다운타운에 있는 면접장소로 갔습니다. 여성 면접관이 저에게 이것저것 많은 것들을 물어 보았는데 솔직히 무슨 말을 하는지, 무엇을 물어 보는지 반도 못 알아들었습니다. 제가 답변을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자니 면접관이 자신이 보고 있던 컴퓨터 화면을 제게로 돌려서 보여주었는데 화면에는 저의 경력들이 적혀있었고, 면접관은 당신이 한 일들을 지금 물어 보고 있다.” “돌아가서 영어 공부 더 하고 오라는 말과 함께 면접을 마쳤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수많은 생각들로 저는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전철을 갈아타야 되는데 그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고, 집으로 돌아와 벨을 누를 때가지 가족들에게 어떤 희망도 줄 수가 없다는 것이 무엇보다 저를 힘들게 하였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영어 공부에 모든 노력과 시간을 할애하였습니다.

 

  ESL 코스를 마치고, 정부의 보조를 받아 Bow valley college에서 주관하는 이민자 제공 프로그램인 Work Experience 과정에 등록하여 직장을 구하는 방법, 면접법, 직장생활법 등의 기술력들을 추가로 배우면서 주말에는 SAIT college에서 컴퓨터관련 강의 등을 수강하였습니다. Work Experience 3개월 프로그램이 끝나던 200011월 드디어 캘거리 대학에 원서를 내고 면접을 보러 갔었습니다. 그곳에서 두 명의 메니저와 2시간에 걸친 면접 후 캘거리 대학교 IT에 취업을 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제가 14년간 몸담고 있는 직장입니다.

 

<직장 동료들과> 

 

5. 캘거리 대학교의 간단한 소개와 현재 담당하고 있는 업무를 말씀해주세요.

 

  캘거리 대학교(University of Calgary)는 캐나다 Alberta주에 있는 공립대학교로 1945년에 Alberta 주의 수도인 Edmonton시에 있는 알버타 대학교의 분교로 설립되었다가 1966년 알버타 대학에서 분리 독립하여 캘거리 대학으로 설립되었습니다. 캘거리 대학에는 17개의 학부와 대학원이 있으며 60개 이상의 학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재학생은 약 3만 명 정도의 학부생과 대학원생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캘거리 대학의 캠퍼스는 제가 살고 있는 North West 지역에 있으며 캘거리 다운타운보다도 훨씬 넓은 면적으로 이루어져 있고, 전액 기부로 지워진 테일러 패밀리 전자도서관도 있습니다. 대학 내에는 캘거리에서 88년에 동계 올림픽을 개최할 때 지은 오발 스피드스케이트장이 있어서 이곳에서 국제 경기가 자주 열리기도 합니다. 대학 주위에는 대학과 연계된 석유관련 연구소들이 많이 있으며, 현재 캐나다의 수상인 스티븐 하퍼(Stephen Joseph Harper)가 졸업한 대학이기도 합니다.

 

<캘거리 대학 IT>

 

  저는 캘거리대학에서 200011월부터 IT department내의 Student Administration Team에서 System Analyst/Developer로 학생들의 입학에서 졸업까지 연관된 시스템을 분석하고 디자인 및 개발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현재 IT 전체의 인원은 약 150명 정도로 4~5년 전 250명 정도에서 경기침체로 대폭 감축이 되었습니다. 제가 속한 Student Admin team의 인원은 현재 메니저 포함 7명입니다.

 

6. 현지인들과 같은 상황에서 근무하기 위해 노력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특별히 별다른 노력을 한 것은 없습니다. 한국에서 늘 하던 방식으로 제게 주어진 프로젝트에 빈틈없이 철저히,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였던 것 같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환영 받는 것은 어느 나라나 똑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 간의 화합입니다. 이곳 사람들이 상당히 개인적일 것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함께하는 사람들 간의 화합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항상 웃는 모습으로 남을 배려하는 것도 중요시합니다. 캐나다는 세계 200여 개국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 모여 함께 어우러지고 화합하며 서로의 문화와 의식을 존중하며 살아가는 다민족 국가입니다. 그러다보니 민족적 차별을 금기시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남을 배려하고 인정하며, 수용할 줄 아는 사람이 이곳에서의 삶에 대한 적응도 빠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7. 한국과 캐나다 대학생들의 문화적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대학생활을 하다보면 하고 싶은 것, 해야 되는 것, 하면 좋은 것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 공부는 나라를 떠나 모든 대학생들에게 제일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한국의 경우 대학에 들어가기기 위한 과정은 힘들지만 졸업하기는 상대적으로 쉬워서 입학하는 학생들의 90% 이상이 졸업을 하는 것으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대학이나 학과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반면 캐나다 학생들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은 한국보다는 쉽습니다. 그렇지만 졸업하기는 어려워 입학한 학생들의 70% 정도만 졸업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캐나다 학생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학업(공부)으로부터의 자유로움과 여유가 생활 속에 베여있습니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공부 외에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고, 그들은 자신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그 일을 하는 것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어떤 일을 하던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사고를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남이 나를 어떻게 판단할까보다는 자신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대학생들의 문화는 공부도 물론 열심히 하지만 상당히 여유롭게 각자의 취미생활을 다양하게 즐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캘거리 대학 재학 중인 아들들의 일상>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학생들이 사회전반에 걸쳐 사회봉사 활동을 꾸준하게 많이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 역시 어릴 때부터 생활해온 한 부분이며, 사회봉사를 하지 않은 학생들은 취업의 기회도 많지 않습니다. 그만큼 이곳에서는 자신의 재능과 사랑을 사회에 나누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캘거리대학에 재학 중인 저의 큰 아들도 3년 이상 Victim Assistance Unit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 관광도시인 캔모아로 모터사이클을 타고 친구들과 여행을 떠났는데 이러한 자연과의 만남과 마음의 여유를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얻고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8. 대학시절 도서관을 어떻게 이용하셨는지요?

 

  저는 대학시절하면 동산도서관이 제일 먼저 생각납니다. 대학시절 저에게 도서관은 주로 공부하는 곳이었습니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있을 때 뿐 아니라 거의 매일을 도서관에서 생활을 했습니다. 대학 3학년 때는 전자계산학과 김진상 교수님의 조교로 교수님 연구실에 있었는데 연구실이 대명캠퍼스에 있는 도서관 지하에 있어서 저는 늘 도서관에서 살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아내도 도서관에서 만났습니다. 그때 제 아내는 타 대학의 학생이었는데 대명캠퍼스 도서관이 아내의 집과 가까워 그곳으로 공부를 하러 왔다가 저를 만난 것입니다. 제 아내와 모교 도서관에서의 만남, 사랑, 그리고 결혼과 이민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 빵 맛있겠다!”라는 글은 이곳 캘거리 교민신문에 실리기도 해서 상당한 유명세도 탔었습니다. 저에게 많은 추억과 귀한 인연을 준 도서관이니 저로서는 참으로 고맙고 정이 많이 가는 곳입니다. 아직도 도서관 곳곳의 모습이 기억 속에서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학생들의 학습과 이용서비스를 위해 일하고 계실 선생님들의 모습도 한 분 한 분 정답게 떠오릅니다 

 

9. 외국기업이나 대학에 근무를 희망하는 후배들을 위해 조언을 해준다면?

 

  이제 지구는 하나입니다. 내가 현재 있는 곳이 세상의 전부는 아닙니다. 새로운 삶과 맞설 마음의 준비가 있다면 망설임 없이 도전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시간은 나를 위해 기다려주거나 수동적인 나를 위주로 흘러가지만은 않습니다. 꿈과 비전이 있다면 지금 바로 그 꿈을 향해 철저한 준비를 하고 도전하십시오. 세상의 모든 곳은 준비된 자들을 항상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억할 것은 실패는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아닙니다. 실패한다는 것은 또 다른 가능성을 향해 도전을 할 수 있다는 희망입니다. 스스로 자신의 능력에 한계를 짓지 말고 더 넓은 곳으로 의식의 확장을 펼쳐나가 보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저에게 이런 소중한 지면을 마련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사랑하는 후배들의 건승과 계명대학교 모든 구성원들의 건강과 행복을 바라며 동산도서관 웹진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