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은혜가 매우 무거움을 말한 불경
불교에서 승려는 수행을 위해 집을 떠난다. '출가'라고 부른다.
유학자들은 천륜인 부모와의 인연을 끊는 것이라 하여 불효라 비판했고, 유교 이데올로기가 작동하는 사회에서는 자연스럽게 불교에 대한 거부감이 생겨난다.
종교가 전파되는 과정에서는 토착 종교에 대한 수용이 일어난다. 절에 가면 법당 이외에 산신각, 칠성각이 있는 것도 불교가 한반도에 들어오면서 토속 신앙을 품은 방식이었다.
인도의 불교가 중국에 도착을 하니 유교 이데올로기는 사람들에게 ‘불교는 불효’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면서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불교도 효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내용을 담은 경전을 전하게 되는데,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경전이 『부모은중경』이다.
불경은 제자들이 석가모니와 함께 있으면서 들은 이야기를 열반 후에 모은 것이다.
『부모은중경』도 길가의 뼈 무더기에 절을 하는 석가모니에게 제자들이 그 이유를 묻자, 여기에 대한 석가모니가 보은에 대한 답을 하는 것으로 경전이 구성되어 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하기 위해 그림과 함께 한글도 사용되어 다수의 대중을 위한 불경임을 알 수 있다.
석가모니는 부모의 은혜가 매우 무거움을 ‘10가지의 부모님 은혜’를 들어 말한다.
그 가운데 하나를 들면, ‘자식이 먼 길 떠나면 생각하고 염려하시는 은혜’다. 문에 기대어 자식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부모님 마음을 말한다. 그림과 함께 그 부분에 대한 게송(시)을 읽으면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집 떠나 있는 자식의 마음을 찡~하게 만든다. 돌아가시고 안 계시면 그리움은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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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길 떠나는 자식과 그것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모습을 그린 그림. [게송] 죽어서 헤어짐도 참아 내기 어렵지만 살아서 헤어짐은 실로 아프고 서러워라 자식이 집을 나가 먼 길을 떠나가면 어머니의 마음은 온통 타향으로 나가 있네 낮이고 밤이고 그 마음은 자식을 따라가고 흐르는 눈물 줄기 천 줄기인가 만 줄기인가 원숭이 달을 보고 새끼 생각에 울부짖듯 생각 생각 염려하며 간장이 다 끊기네 |
마지막 부분에 ‘어떻게 부모의 은혜를 갚을 수 있는가?’라는 보은의 방법을 물으니 석가모니는 ‘이 경전을 쓰고 읽으며, 책으로 간행해서 여러 사람이 읽게 하라.’고 답한다. 그래서 이 경전은 돌아가신 부모님의 극락왕생을 바라는 마음에서 자식들에 의해 많이 간행되어 지금 남아 있는 것만 해도 90종이나 되어 조선시대 간행 불경 랭킹 '넘버 2’다.
『부모은중경』에 정조가 빠질 수 없다. 정조는 가장 아름다운 『부모은중경』을 간행했다.
정조가 11세에 아버지 사도세자가 할아버지 영조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것을 목격했다. 아버지의 죽음에 동조한 세력이 자신의 외가임도 알았다. 우여곡절 끝에 25세에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는 말과 함께 국왕의 자리에 등극하였다. 이후 아버지의 무덤을 수원으로 옮기고 ‘현륭원’이라 높여 불렀으며, 아버지의 명복을 빌고 무덤을 지키기 위해 ‘용주사’라는 사찰을 건립했다. 현륭원에는 자신의 초상화를 두었고, 수원에 는 계획도시인 '화성'을 축조하였다. 어머니의 회갑을 맞아 현륭원을 참배한 8일간의 ‘화성행차’는 정조 시대를 상징하며 행차도 그림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궁궐에서 최고의 장인으로 하여금 『부모은중경』을 새기도록 해서 책판을 아버지의 무덤을 지키는 용주사에 보관하도록 했다. '효'를 중시한 정조와 조선 사회가 불경을 통해 '부모의 은혜'를 생각하도록 하는 동시에 정조 개인으로는 부모의 극락왕생을 바라는 마음을 담았을 것이다. 나무에 새긴 책판의 밑그림은 김홍도가 그렸다고 전해지며, 그 책판은 지금도 용주사에 잘 보관되어 있다.
『부모은중경』은 효도를 중시하는 유교 사회에 불교가 전해지는 과정에서 나타난 경전이며, 효도를 충성보다 강조한 조선에서는 부모의 극락왕생을 바라는 마음에서 많이 간행되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효심이 깊었던 정조가 간행하도록 한 것이다. 『부모은중경』은 조선사회와 불교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에 충분한 책이다. 부모님의 은혜를 생각하며 지금 바로 편지를 써 보는 것은 어떨지 제안해 본다.
> 편집위원: 최경훈 사서, 학술정보서비스팀 고문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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