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讀.啓.肥(독. 계. 비)]는 ‘독서로 계명을 살찌우자’라는 목표로 릴레이 독서 추천 형식으로 꾸며가는 코너입니다.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소감과 함께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그 사람은 추천받은 책을 읽고 난 후 또 다른 책을 본인이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유선(경영정보학과)양에게서 「 카프카 명작 단편선」를 추천받은 제민정(경제금융학과)양이 이현지(국제통상학과)양에게 「 이중 하나는 거짓말」를 추천합니다.
거짓말.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 대어 말을 하는 것. 대다수 거짓말의 정의를 이전과 같이 인식하고 받아들인다. 그런 책의 제목을 따라 등장인물들은 제각기 누군가의 안심을 위해서, 자신을 위해서, 또 누군가의 결단을 위해 거짓말을 한다. 다만 그들의 공통점은 각자의 소중한 것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기저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사실이 우리가 그들의 거짓말을 비난할 수 없는 첫 번째 이유가 된다. 그들은 모두 각각의 기준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었다. 삶을 위협받거나, 죽음에 준하는 고통을 받거나, 직·간접적으로 그에 상응하는 상황을 목도하거나. 때로는 거짓말로 무마해보고, 또 때로는 전심전력으로 상황에 부딪혀 보았으나 주변 환경은 코웃음 치며 그들의 바람을 사뿐히 빗겨간다. 우리가 그들의 거짓말을 비난할 수 없는 두 번째 이유였다.
그렇다면 생각해보자. 최선의 선택은 무엇이었는가? 아버지가 죽을까 걱정하는 친구에게 아버지가 죽을 것이라 제대로 말해주어야 했을까? 친구의 소중한 반려동물이 죽어버린 것을 이미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을 친구에게 제대로 전달해야 했을까? 저를 위해 죄를 뒤집어 쓴 어머니를 뒤로하고 잘못을 고백해야 했을까? 책을 덮은 후에서야 나는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이 문제에 대해 가장 치열하게 고민한 사람은 다름아닌 그들일 것이라고. 그들의 공통점은 비단 거짓말 뿐만이 아니다. 이별을 경험했고, 그 이별을 받아들이는 과정 속에 있었다는 것. 어린 나이에 겪어야만 하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었다는 것. 주변에 제대로 된 도움을 요청할 만한 어른이 없었다는 것. 그들 서로는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표현함으로써 그 공백을 메워가기 시작했다. 마치 빈 자리를 되새기듯이. 그 사실을 알고 나서야 바로 보인 것이 있다. 정적이고 침착하게, 또 나긋하게 그들의 삶과 감정을 읊조리는 활자들은 줄곧 말하고 있었다. 그들은 여전히 외롭고, 곁 떠난 이들을 그리워하고 있다. 그리고 차분하게 비춰낸다. 그럼에도 딛고 일어서 보고자 하는 여린 의지를 다지는 이들을. 진심을 입 밖으로 내어 놓는 것은 쉽지 않다. 그들이 간혹 거짓말을 택했던 이유였다. 그리움을 덮을 순 없지만 말은 꾸며낼 수 있으니까. 조금이라도 덜어내기 위해. 그들이 각기 거짓말을 하기를 택한 이유도 결국은 잃지 않기 위해서였다. 상실의 무게를 일찍이 알아버린 탓이다.
이 중 하나는 거짓말. 그 말에는 함정이 숨어 있다. 자칫 보면 단 한 가지 거짓말만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의 살아온 삶에는 결코 단 한 번의 거짓말만이 존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때로는 거짓말 사이에 진실을 숨기기도 하고, 진실을 거짓말인 양 꾸며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중 하나가 거짓말이라고 미리 소개하고야 마는 의도에는 거짓말이라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거짓은 진실을 숨기기 위한 수단임과 동시에 진실을 밝혀낼 수 있는 창구이다. 거짓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 끝에는 늘 진실이 숨어 있기 마련. 나는 그들이 누군가 진실을 밝혀주길 줄곧 원했다고 생각했다. 죄책감을 덜기 위해, 짐을 내려놓기 위해, 바라는 것을 이루기 위해
거짓말이라는 허울 뒤에 숨긴 속내는 그들의 역린임과 동시에 결핍이었다. 인간이라면 무릇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마음 통하는 대상을 찾기 마련이며, 그 기대와 실망 속에서 깨닫는다. 말하지 않는다면 모른다. 거짓으로 꾸며낸다면 진실을 밝히기 전까지 거짓이 된 채로 남는다. 때로는 그 거짓이 굳어져 진실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그들도 결국 알았다. 그리고 그제서야 실감했을 것이다. 거짓의 무게가 생각보다 무거웠다는 것을. 나는 그 행위를 비난하고 싶지 않다. 내게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나는 세 인물의 각기 삶을 통해 작가가 비로소 하고 싶은 말은, 거짓으로 상황을 모면할지언정 결국 항상 가장 매력적인 것은 진실이라 외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때로는 잔인하더라도 진실되이 마주하는 것. 인간으로서 성숙해지고 성장하는 것. 나아가 저 자신을 돌아보고 고찰하는 것. 제가 내뱉은 거짓을 마주하고서도 그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고. 거짓을 내뱉었다면 더욱 치열하게 고민하고 생각해야만 한다고. 그리고 결국 진실되이 말할 줄 알아야 한다고.
인생은, 나아가 삶은 제 원하는대로만 흘러가지 않으며 매 순간 선택과 갈등의 기로에 놓여 있다. 진실 내뱉는다고 하여 거짓말처럼 이상적인 결과가 눈 앞에 놓이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거짓말같은 이상에 홀로 기대는 것 보다는 현실에 남아 곁 지키는 이들과 다음 길 도모하는 것이 훨씬 가치 있을 것이다. 그들이 종국내 진실을 택한 것처럼, 우리도 거짓 뱉어도 결국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라며 쓴 책. 그게 바로 이중 하나는 거짓말이라고. 거짓말을 알아달라고. 진심을 알아달라고. 그리고 다시 나를, 우리를 돌아봐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중 하나는 거짓말이더라도 진실 내뱉을 수 있는 용기를 주기 위해.
출처: 책 표지-교보문고, 사진-제민정
편집위원: 김지영(학술정보지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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