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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70호(9월)

[독계비]저자: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읽고

[讀.啓.肥(독. 계. 비)]는  ‘독서로 계명을 살찌우자’라는 목표로 릴레이 독서 추천 형식으로 꾸며가는 코너입니다.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소감과 함께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그 사람은 추천받은 책을 읽고 난 후 또 다른 책을 본인이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송세경(광고홍보학과)양에게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1 」를  추천받은 손동우(사회학과)군이    김가은(사회학과)양에게 「 어린 왕자 」를 추천합니다.  

  우리는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내면에는 어렸을 때의 순수하고 걱정 없던 동심이 있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나 또한 그런 어른이다. 어린 왕자는 책 속에서 호기심이 많고 편견이 없으며 ‘나’로 존재하는 화자에게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번뜩임’을 준다. 

  내가 말하는 ‘번뜩임’이란 어른으로 존재하는 책 속 ‘나’의 화자에게 태도를 성찰하게끔 만드는 어린 왕자의 행동을 뜻한다. 예를 들면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던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단번에 알아차리는 어린 왕자의 모습, 장미는 4개의 가시밖에 없다며 케이스를 덮어줘야 한다고 말하는 어린 왕자의 모습, 여러 개의 별에 여행을 다니며 이것저것 궁금한 것은 모조리 질문하는 어린 왕자의 모습, 비행기를 고치는 ‘나’에게 비행기를 고치는 것은 지금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본인의 질문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하는 어린 왕자의 모습 등을 보면 말이다. 

  어른인 우리는 사회생활을 본격적으로 하게 됨과 동시에 순수한 호기심은 점차 찾아볼 수 없고 계산적이고 냉정한 모습을 주로 유지하게 된다. 이는 어린 왕자 작품 속에서 동심을 잃어버린 기계와 같은 어른인 모습을 꼬집으며 어른이 된 우리 독자들에게 교훈을 준다. 

  그렇다고 이러한 어른의 모습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린 왕자와 같이 동심으로만 가득 찬 사람들이 대다수 사회의 구성원으로 존재하게 된다면 우리 사회는 과연 지금과 같이 굴러갈 수 있을까?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른들의 냉정함과 철저한 계산적인 부분이 우리 사회를 더욱 발전하게끔 만드는 원동력이다. 어린 왕자로만 가득 찬 사회는 단순히 놀이터에 불과하게 될 뿐이다.

  또 인간은 시간이 지나며 본인에게 도움이 될 만한 행동만을 하게 되는데, 대다수 어른이 냉정하고 계산적인 태도를 추구한다면 이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현명한 선택을 한 것으로 바라볼 수 있다. 어린 왕자처럼 순수한 동심으로만 삶을 살아갈 수는 없다는 것을 뉘우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어린 왕자라는 작품을 전적으로 감동적이고 긍정적으로만 분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린 왕자에서는 어른들의 둔하고 무뚝뚝한 행동들을 성찰하게끔 한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어느 정도의 교훈을 줄 수는 있겠지만, ‘어른’을 논리적이고 합당한 이유로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단순히 어린 왕자에 비해서 순수함이 없고 냉정한 것, 또 어린 왕자에게 공감을 해주지 못하는 등의 태도를 핑계 삼아 무작정 비판하기 때문이다.

  어른은 과연 어른이 되고 싶어서 되었을까? 나는 단순히 연속된 시간의 흐름이 우리를 어른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쉽게 말하자면 우리는 그 누구도 본인의 의지로 어른이 된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한 번뿐인 인생에서 처음 어른이 되어보는 것이고, 어른으로 존재하게 되었기 때문에 어른처럼 보이려고 노력하는 과정에 불과하다. 어른은 차갑고 둔하며, 호기심이 부족한 존재가 아니라 사실은 누구보다 위로와 격려를 갈망하고 걱정 없이 노는 것을 그리워하는 존재가 아닐까.

  평소에 책을 읽을 시간이 없던 나에게 독서 토론 클럽이라는 좋은 기회로 찾아온 어린 왕자라는 작품은 참 기묘한 감정을 선사 해주었다. 어렸을 때 어린 왕자를 읽은 나는 어른들은 본인들도 어렸을 때가 있었으면서 어린 왕자와 같은 어린이에게 냉정한 것 같아”, “그냥 따뜻하게 대해주고 가식으로라도 공감해주는 게 그렇게 힘든가?” 등의 어른 비판적인 감정이 들었었다.

  그러나 성인이 된 나는 ‘어린 왕자’를 읽으며 참 신기하게도 어른으로 존재하는 책 속 화자인 ‘나’에게 몰입하여 생각하게 되었다. “아니, 지금 비행기를 빨리 고쳐야 하는데 어린 왕자는 왜 자꾸 귀찮게 질문을 하는 거야”, “어린 왕자는 대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자꾸 의미 없는 질문을 하는 거야, 참 이해가 가지 않아” 처럼 말이다. 나도 어쩌면 어린 왕자라는 책이 성찰하게끔 만들고자 하는 냉정하고 계산적인, 기계 같은 어른 중 한 명일까?

  굉장히 유치하고 쉽게만 바라보았던 ‘어린 왕자’라는 책은 내게 은근한 찝찝함과 교훈을 함께 느끼게 해주며 어른이 된 나를 다시금 돌아보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결국, 이 책이 독자들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각박한 세상 속을 살아갈 때 냉정하고 칼 같은 모습도 물론 중요하게 쓰이겠지만, 아무 걱정 없이 우선 시도해보고 교훈을 얻는 즉, 어렸을 때의 철없고 동심으로 가득 찬 아이처럼 살아가는 것이 때로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로 감히 정의해보고 싶다.

  이 책을 그냥 어른인 사람들에게도 꼭 추천해주고 싶지만, 특히 “어렸을 때 ‘어린 왕자’를 읽어봤던” 어른들이 한 번 더 읽어봤으면 한다. 어른인 입장에서 이 책을 읽어 보면 처음 읽었을 때와는 사뭇 다른 교훈을 느끼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으로 『어린왕자』의 독후감을 마친다. 

 

출처: 책 표지-교보문고, 사진-손동우

편집위원: 김지영(학술정보지원팀)

출처: https://dslib.tistory.com/1090 [동산도서관 웹진:티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