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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59호(4월)

[독계비]저자 :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를 읽고

[讀.啓.肥(독. 계. 비)]는  ‘독서로 계명을 살찌우자’라는 목표로 릴레이 독서 추천 형식으로 꾸며가는 코너입니다.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소감과 함께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그 사람은 추천받은 책을 읽고 난 후 또 다른 책을 본인이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임재범(광고홍보학전공)에게서 유럽 맥주 여행를  추천받은 이창주(행정학)정휘(언론영상학)군에게 「군주론」를 추천합니다.  

  바티칸의 금서, 악마가 쓴 책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수식하는 악명 높은 구절들이다. 마치 마키아벨리는 사악한 정치가며, 이 책을 읽으면 사악하고 잔혹한 군주가 될 수 있다는 강인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사악하고 잔혹한 군주보다는 냉철하고 현실적인 정치에 대해서 논한다.

  일반적으로 좋은 군주란 선하고 미덕을 가지고 있으며 용맹하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프랑스인의 황제인 나폴레옹 1세나 로마의 카이사르 등이 그 대표적인 군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군주론에서는 군주란 여우와 사자 둘 다 선택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사자는 늑대를 물리칠 수 있으나 함정에는 빠지기 쉽고 반대로 여우는 늑대를 물리칠 수 없으나 함정을 피할 수 있다. 이는 사자처럼 선하고 강인하게 행동하는 것보다 때때로는 흉악한 간계를 사용하는 것도 군주에게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더욱이 필요하면 군주가 악행을 저지를 수 있어야 하고, 선하지 않아도 선하게 보일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이는 군주에 있어 여우와도 같은 간계를 필요하다는 것이다. 역시 필요한 경우에는 두려운 존재가 되어야 한다. 공동체를 위해서 구성원 일부에게 강한 처벌을 내려 두려운 대상이 되더라도 전체 공동체의 생존을 보장해야 한다. 다만 두려운 존재가 되더라도 증오의 존재가 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이렇듯 군주론에서 말하는 군주는 일반적인 군주와 사뭇 다른 것을 알 수가 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각기 다른 상황에 빠진 군주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나 실행할 전략에 대해서 제언하고 있다. 더욱이 일반적인 전략이 아닌 마치 여우처럼 흉악한 간계를 제언하는 등 군주국의 안위를 위해서는 어떤 더러운 방법이든 제시한다. 일례로 군주론에서는 체사레 보르자를 예로 들었다. 그가 새로운 식민지역에 자신을 수하를 총독으로 보내어 해당 지역을 엄격히 관리한다. 그 후 지역이 안정되면, 지역을 엄하게 다룬 총독의 목을 베어, 그 수급을 효시하여 지역민의 불만을 사로잡는 식이다. 역시 선의의 방식뿐만 아니라 군주가 필요하면 악한 방법을 사용하는 것을 제언한다. 이는 군주론만이 가지는 냉철하고 현실적인 정치적인 제언이다. 군주론은 과거 전제군주정 시절에만 통용되지는 않는다. 군주론에서는 다른 지역을 점령할 때 막강한 군사력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 주민의 호의를 얻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는 동양의 공자가 말한 백성들이 나라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나라를 유지할 수 없다는 무신불립과 일맥상통한다.  

  최근에 일어난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의 실패와 철수, 러시아의 침공으로부터 저항하는 우크라이나 등 지역 주민의 호의를 얻는 것에 실패한 막강한 군대의 실패 사례를 통해 단순히 과거만이 아니라 현재까지도 응용할 수 있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은 현지인들과 언어와 관습이 매우 달랐다. 군주론에서 언어와 관습이 다른 경우 차선책으로 저렴하고 피해가 적은 이주민을 통한 식민지 개척과 비싸고 무익한 방안으로 군대 주둔을 설명한다. 미국은 파병이라는 후자의 방법을 선택하였다. 그 결과 막대한 돈과 시간, 병력을 아프간에 투자하였지만, 현지 안정화에 실패하고 철수하였다. 이후 아프가니스탄은 현지에 가까운 세력인 탈레반에게 넘어가게 되었다. 현재까지도 진행되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에서도 두 국가는 언어와 관습 등이 가깝지만 비열한 침략에 반발한 우크라이나인의 저항으로 막강한 러시아군은 큰 피해를 보는 실정이다.

  역시 현재 한국의 외교 정책에도 이를 적용할 수 있다. 마키아벨리는 양 강대국 사이에 낀 군주국을 설명하여, 몇 가지 상황과 해결책을 제시한다. 최후의 승자가 위협적인 국가가 될 경우, 군주가 승자를 지원하면 비록 강대국이 생겨 나라의 운명이 강대국의 손에 넘어간다. 하지만 강대국의 우방이 되어 쉽사리 승자로부터 침공을 받을 일이 사라져 국가를 존립할 수 있고, 설령 지원한 나라가 패자가 되더라도 패자의 우방국이 될 수 있다. 이는 패배한 우방으로부터 조금이나마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동반자를 얻을 수 있다. 설령 패배하더라도 중립을 지킨 경우보다 나은 처사다. 다른 경우로 최후의 승자가 위협적이지 않은 존재일 경우 오히려 참전하여 양국의 저울추 역할을 하여 더욱 우월한 형세를 취할 수 있다. 이를 한반도에 적용해보면 미국과 중국이라는 양 강대국 사이에 끼인 한국이 어떠한 형세를 취할 수 있을지 쉽게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당대 이탈리아를 넘어서 현재의 국제 정치까지 통용될 수 있는 군주론을 통해 식견을 넓히고자 하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출처: 책 표지-교보문고, 사진-이창주

편집위원: 박경희(학술정보서비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