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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58호(3월)

[독계비]저자 : 배경학의 "유럽 맥주 여행"를 읽고

[讀.啓.肥(독. 계. 비)]는  ‘독서로 계명을 살찌우자’라는 목표로 릴레이 독서 추천 형식으로 꾸며가는 코너입니다.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소감과 함께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그 사람은 추천받은 책을 읽고 난 후 또 다른 책을 본인이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허도경(세무학과)군에게서 「좋은 사람에게만 좋은 사람이면 돼」를  추천받은 임재범(광고홍보학전공)군이창주(행정학)군에게 「유럽 맥주 여행」를 추천합니다.  

  맥주는 우리 삶에서는, 적어도 나의 삶에서는 없어선 안 될 존재이다. 힘든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한 잔, 친구들과 가벼운 이야기를 하며 한 잔, 월드컵이 뜨겁게 달구고 있는 지금 같은 시기에도 늘 맥주는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맥주도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음료수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지고 있다. 과거에도 맥주는 사람들과 동고동락하는 사이였다. 이 책은 맥주의 역사와 우리가 흔히 아는 역사를 재미있게 엮어 풀어냈다. 그중 나는 전반적인 내용을 새롭게 알게 된 점과 흥미로운 점을 위주로 작성해보려 한다.

  맥주는 중세시대 정도에 시작된 거로 알고 있었는데 내 생각과는 달랐다. 그 시작은 고대 시대부터였다. 나일강 인근 풍요로운 땅에서 삶을 꾸리던 고대 이집트인들은 보리와 밀이 발효된 술을 마시고 취하는 것에서 삶의 기쁨을 찾았다고 한다. 아주 먼 과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도 같은 사람이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던 대목이다. 조상을 기리는 제사나 축제에서도 맥주를 마시고 맥주가 주는 기쁨을 신에 빗대어 마법의 영역이며 신의 영역이라고 하는 것처럼 처음 맥주를 발견한 그 당시에는 지금의 우리가 술을 먹는 것보다 배는 기뻤을 것이다. 하루하루가 음주인 기쁘고도 행복한 삶이 아닐까 싶다.

  나는 술자리가 있으면 주로 맥주를 먹거나 소주를 먹는 상황에서도 꼭 맥주와 섞어 마시는 편이다. 어떤 술과도 잘 어울리고 평소보다 더 많이 먹을 수 있다. 평소보다 더 많이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었다. 주변의 사람들도 항상 다른 음료나 물과 달리 맥주를 마실 때 유독 더 많이 먹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그 이유는 '홉'에서 찾을 수 있었다. 홉은 맥주의 방부제 역할을 하며 쓴맛을 내는 역할을 하는데 우리가 흔히 맥주를 물보다 더 많이 마실 수 있는 것은 홉의 쓴맛 때문이다. 그럼 보존성을 강하게 하고 쓴맛을 내는 다른 것들을 넣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이 궁금증은 역사 속에 있는 과거 사람들이 해결해 주었다. 중세시대에는 쑥, 생강, 파슬리, 심지어는 썩은 달걀까지 사용했지만, 맥주가 오래가기는커녕 쓴맛도 내지 못했다고 한다. 증류주를 만들 때는 쌀 혹은 타피오카, 물이 필수인 것처럼 맥주를 만들 때도 홉은 꼭 들어가야 하는 필수적인 요소가 된 '맥주의 공식'이 중세시대부터 탄생한 것이다.

  맥주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는 '기네스' 혹은 '칭다오'이다. 굳이 두 가지 브랜드 중 하나를 꼽자면 칭다오를 꼽을 수 있겠다. 칭다오는 다른 맥주와는 다르게 깔끔한 맛과 청량감으로 "아니, 중국이 맥주를 이렇게 잘 만든다고? 어떻게 맥주 종주국보다 더 맛있게 만들 수 있지?"라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애초에 중국의 어촌 마을인 칭다오라는 지명을 썼다고 해서 중국의 맥주라고 생각한 것이 가장 큰 오산이었다. 19세기 말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이 활발할 때 독일은 중국의 어촌 마을인 칭다오를 점령했고 날씨가 유독 온화한 이 마을을 유럽인 거주 지역으로 설정했다. 칭다오에 정착한 독일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은 그들이 물처럼 마시는 맥주였다. 맥주를 마실 수 없으니 라오산에서 나오는 광천수를 이용한 맥주를 만든다. 그것이 지금 칭다오 맥주의 시작이었다. 나는 겉만 중국 맥주인 실제로는 독일, 종주국의 맥주를 먹고 있었다. 칭다오의 역사는 브랜드를 배우는 현시점에서 아주 흥미롭고 재밌는 브랜드 스토리였다. 이 덕분에 요즘은 맥주는 물론이고 다른 브랜드의 역사를 알아보는 취미도 생겼다.

평소 맥주를 먹을 때, 그저 생각 없이 기쁜 마음으로 먹기 바빴다. 그 기쁨도 물론 좋지만, 맥주에 대한 조금이라도 알고 먹는다면 그 기쁨은 두 배가 될 것이다. 지금의 내가 그렇다. 집에서 영화를 보며 한 잔, 친구들과 기쁜 날 한 잔. 늘 내 곁을 함께하는 친구의 과거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다. 이로써 나는 내 친구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얻을 수 있었고 앞으로도 더 알아가 보고 싶다.

 

출처: 책 표지-교보문고, 사진-임재범

편집위원: 박경희(학술정보서비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