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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56호(11월)

[독계비]저자 : 유도라 웰티의 소설작법 을 읽고

[讀.啓.肥(독. 계. 비)]는  ‘독서로 계명을 살찌우자’라는 목표로 릴레이 독서 추천 형식으로 꾸며가는 코너입니다. 책을 읽고 그에 대한 소감과 함께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그 사람은 추천받은 책을 읽고 난 후 또 다른 책을 본인이 원하는 사람에게 추천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유도라 웰티의 소설작법을 추천받은 이여진(생명과학과)양이 허도경(세무학과)군에게 「좋은 사람에게만 좋은 사람이면 돼」를 추천합니다.  

유도라 웰티는 퓰리처 수상 작가이면서 작가들의 작가이다. 『유도라 웰티의 소설작법』은 일평생을 글쓰기란 예술에 직접 몸담았던 그의 기술을 상세히 설명해 놓은 책인데, 문학도는 물론 삶의 지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즐겁게 읽어볼 수 있을 만한 에세이의 모음집이다. 오늘은 이 작은 책을 통해 작가로서, 한 인간으로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덕목에 관해 나누고자 한다.

1. 단편소설의 이해
 글로 쓰인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가상 인물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한다. 우리는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가능성을 통해 어떤 소설가가 만들어낸 이야기의 구성을 파악하고, 그 작가만의 조직 방법을 가늠한다. 웰티는 글쓰기가 규칙, 미학, 문제와 해결의 영역에 있는 건 아니라 말하는데, 상상력이 존재하는 한 규칙이 아니며 열정이 존재하는 한 미학도 아니라 표현한다. 그렇다면 『유도라 웰티의 소설작법』을 통해 나타나는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 대상은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글쓰기가 인식하는 것은 언제나 작가 반대편의 '독자'이자 의사소통의 주체인 상대방이라는 사실이다.

2. 소설의 시간에 대한 고찰
 시간에는 정체성이 없으나 시작과 끝이 있어 삶이 변화하는 모습을 말할 수 있다. 소설이 중간 역할을 자처한 덕분에 인간은 그 속에서 나타나는 모든 많은 서스펜스를 인식하게 되었다.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형성하고, 삶을 살아가고, 난관을 헤쳐 자신만의 해답을 찾는, 현실과 마찬가지의 인과관계로 진행되는 일들이 바로 그것이다. 각 소설에서 고유하게 나타나는 성장, 위기, 성취, 쇠퇴는 인간의 감정으로 인한 불완전함과 취약함을 드러내게 되는데, 이는 또한 우리가 시계가 있든 없든 시간의 흐름을 자각하는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3. 소설의 장소
 소설 속 장소는 좋은 소설과 직결되지는 않아도 밀접하게는 관련이 있는데, 사람들이 소설이 제시하는 이상적인 텍스처를 기반으로 자신의 현재 삶에 스며든 감정과 의미를 깨닫는 과정을 거치는 까닭이다. 분리된 내면세계와 외부 세계를 다시 하나로 만드는 이 같은 여정은 “인간의 내면 세계와 외부 세계는 서로 밀접해 있으며 내면세계에는 외부 세계가, 외부 세계에는 내면세계가 내포되어 있다.”라는 저자의 빛나는 통찰력에 기대어 봐도 실로 섬세하고 중요한 작업이다. 따라서 모든 신중한 작가들은 선택을 통해 "현실"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키느냐의 문제를 고심하고, 다음에 무엇이 올지 암시하고, 왜 그것인지 설명하며, 무엇이 오면 안 되는지를 제한하는 노력을 기울이며, 소설의 장소 역시 작가의 많은 선택 중 하나다.

4. 소설의 언어
 웰티는 독서와 글쓰기가 특정 방식으로 사용되는 언어를 통해 우리가 상상이 지배하는 공간에서 상상을 통해 생각과 감정을 경험하는 일이라 말한다. 하지만 지면 위에 인쇄된 활자라는 물질 안에서, 독자와 작가 사이의 의사소통이라는 비물질적인 교류는 대개 단어 하나 정도로 규모가 작고, 아무런 예고가 없고, 그 중요성을 고려했을 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덜 직접적으로 이루어진다. 타인을 그리고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소설가는 전적으로 상상을 위해, 상상에 의해 만들어진 환상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도약을 시도하며, 독자는 완성된 작품의 형태를 통해 다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작가만의 고유한 감정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독자적인 깨달음을 얻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


 이처럼 『유도라 웰티의 소설작법』은 작법이라는 이름을 지녔음에도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업무 방식을 설명해 놓은 작법서와는 사뭇 다르다. 작가는 여러 문학과 비평 그리고 삶의 지혜를 넘나들며 우리에게 짧지만 강렬한 몇몇 글들을 건네는데, 책의 장마다 그가 써 내려간 기적과도 같은 첫 문장들이 많은 독자를 사로잡으리라 확신한다.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소설의 유일한 관심사는 독자이자 작가인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다. 각자의 비평가이기도 한 우리는 글을 읽으며 개개인이 가진 감각을 통해 작가 스스로가 그 이야기를 믿는지 혹은 믿지 않는지조차도 알 수 있고, 얼마나 신뢰할 것인지의 문제조차 선택할 수 있다. 물론 소설에서는 환상보다는 사실을 이야기할 때 더 많은 위험이 따르지만 “인간의 진실을 보여주고 인간의 진실이 되기 위해 소설이 존재한다”라고 유도라 웰티는 전한다. 소설의 이야기를 매개로 무엇이든 시도할 수 있고, 많은 다른 모든 것에 또한 도전하는 과정을 거쳐 우리는 비로소 작가처럼 읽고, 작가처럼 쓸 수 있는 존재로 변화해 나간다. 오늘날의 사회가 더 이상 물질적인 것뿐 아니라, 정신적인 것의 중요성을 간과하지 않기를 바라며 소설에 대한 열정, 소설을 예술로 대하는 열정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출처: 책 표지-교보문고, 사진-이여진

편집위원: 김재훈(학술정보지원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