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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55호

[내가 쓰는 글] 라오스, 곱짜이 라이라이!(대단히 감사합니다)

 [내가 쓰는 글] 사범대학 유아교육학과 황나영 학생의 국외봉사활동 체험기를 싣습니다. [양봉석 ybs@gw.kmu.ac.kr]

 

  하고 싶은 일은 어떻게 해서든 해내고야 마는 성격 탓에 때로는 무모하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난 내가 해 온 모든 무모한 도전들에 후회를 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2013년 2월 졸업을 앞둔 지금, 내가 계명대학교 학생으로서 마지막으로 도전할 목표는 국외봉사활동이다.

 

  위의 내용은 내가 처음 라오스 국외봉사활동을 신청할 때 자기소개서 첫머리에 적었던 말이다. 졸업을 앞두고 인생에 있어서 마지막이 될, 아니 마지막이어야 할 방학을 여느 때보다 뜻 깊고 의미 있게 보내고자 국외봉사활동을 신청하였고 ‘라오스’라는 국가를 선택하였다. 국외봉사는 대학생 신분으로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이긴 했지만, 졸업과 취업을 앞둔 나에게 내가 현재 안고 있는 걱정거리들을 조금 내려놓을 수 있게 한 ‘힐링캠프’였다.

 

 

  2012년 12월 23일, 나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국외봉사활동과 난생 처음 경험하게 될 외국, 그리고 새로이 맺게 된 인연들과 함께하는 13일에 대한 부푼 기대감과 설렘을 안고 라오스로 떠났다. 오랜 비행과 이·착륙 시 느껴지는 심한 흔들림에도 아무 불편함 없이 편안히 잠들고, 입에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음식들로 배를 든든히 채울 수 있는 나의 대단한 적응력에 또 한 번 놀라면서 라오스 국외봉사활동은 시작되었다. 깜깜한 밤이 되어 도착한 통망초등학교에는 잠에서 완전히 깨지 못해 눈 비비며 버스에서 내리는 우리를 반가운 얼굴로 맞이하는 주민 분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어린 학생들이 있었다. 알고 있는 라오스어 라고는 인사말 하나밖에 없던 나는 연신 손을 모으고 “사바이디”를 외쳤고 이에 라오스 주민 분들은 더욱 반갑게 인사해 주셨다. 졸려하는 모습조차 미안할 정도로 감동적인 환영을 받고 '이 감사한 마음을 꼭 베풀고 가리라' 다짐하면서 라오스에서의 첫날밤을 보냈다.

 

 

  첫 아침, 운동장에 자유분방하게 펼쳐진 소똥을 피하느라 정신없는 구보를 했던 걸로 기억난다. 닭들이 쪼아 먹을 수 있도록 소똥을 치우지 않고 소, 강아지와 닭들이 평온하게 운동장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에서 라오스에 대한 자연적인 멋스러움과 매력 그리고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학생들이 모두 등교를 하고 통망초등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과 정식으로 첫 대면을 하고 교육봉사와 노력봉사가 시작되었다.

 

 

  내가 맡은 일은 유치원생 1학년을 대상으로 한 미술교육이었는데 교실 노력봉사로 인해 책상을 모두 운동장으로 꺼내어 야외에서 수업이 진행되었다. 뙤약볕 아래서 알아들을 수도 없는 이상한 말로 설명하는 우리의 수업이 힘들고 재미가 없을 수도 있을 텐데 정신없이 끙끙대는 나와 계속해서 눈을 맞추고, 온갖 표현을 동원한 정신없는 설명에도 잘 따라와 주는 아이들의 똘망똘망한 눈빛과 적극적인 표정들을 보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열심히 수업을 했던 기억이 난다. 미리 계획했던 수업 내용만으로 부족해서 저녁에 미술교육팀원들과 머리를 맞대어 계획을 수정하기도 했고, 남은 시간을 한국 유아들과 함께 할 때 사용하는 동요와 율동, 손 유희를 따라할 수 있도록 보여주기도 하였다. 부족한 것이 많은 수업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열정적인 모습에 매일 감동했고 더 많은 것을 주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함에 매일 ‘내일은 더 많은 것을 해주어야지’ 반성하고 다짐했다. 교육봉사가 끝나면 오후에는 노력봉사에 합류해 도색작업과 청소를 하였다. 고된 작업에 단원들이 지칠세라 신나는 음악을 틀어주는 단원의 따뜻한 마음씨에 잔잔한 감동을 느끼고 음악 하나로 일의 능률이 오르는 것을 보며 또 한 번 노동요에 대한 옛 조상들의 지혜로움에 감탄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우리 반 아이들의 얼굴이 겨우 다 익혀갈 때 즈음, 교육봉사와 노력봉사가 끝이 났다. 봉사활동 중간평가가 있던 날 밤, 다 쉰 목소리로 단원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통망초등학교 친구들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현하느라 평소에는 잘 보여주지 않았던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던 걸로 기억한다. 마지막 문화공연 날, 그날을 위해 준비했던 모든 공연들을 최선을 다해 보여주고 주민 분들이 준비해 주신 음식을 먹으며 함께 축하했던 그날 밤의 감동과 환상적인 비어라오의 맛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통망초등학교에서의 모든 일정이 끝나고 아이들과 이별하던 날, 헤어짐은 언제나 아쉬운 것임을 새삼 느꼈고 너무 많은 것을 얻어가는 것에 대한 감사함과 그만큼 더 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에 마음이 짠했다.

 

 

  봉사활동 일정이 모두 끝나고 라오스의 관광명소들을 탐방하고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들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일정이 준비되어 있었다. 다소 긴 이동시간에 지치기도 했지만 우리는 모두 순간순간을 의미 있게 생각하며 사진으로 추억을 남겼다. 라오스에서의 봉사활동과 문화탐방의 긴 여정이 끝나고 최종평가의 날, 모든 단원들이 무탈하게 봉사를 마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던 모두의 바람이 잘 이뤄져서 다행이며 또 모두에게 13일이 값지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좋은 추억이 될 수 있어서 감사하고 또 행복하다 이야기 하며 서로를 안아주는 시간을 가졌다. 한사람  한사람씩 눈을 마주치며 수고했다고 서로를 토닥이며 안아주던 그 때의 그 순간은 지금도 생각하면 심장이 찌릿할 만큼 감동적이었다. 모두가 하나같이 자신보다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면서 자신을 희생할 줄 알았던 그 예쁜 마음들이 지금의 끈끈한 우리를 있게 한 것이라 생각하며 우리의 인연은 지금부터가 시작임을,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님을 가슴에 다시 한 번 새기면서 아쉬운 라오스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한국으로 돌아와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한 1박 2일의 MT를 마지막으로 모든 '라오스 국외봉사활동‘이 끝이 났고 단원들과 헤어져 돌아온 일상은 이상하리만큼 허전했고 심심했다. 국외봉사활동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남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는 한참동안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좋은 기회에 좋은 사람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고 건강히 돌아올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이러한 경험들은 내가 좋은 유아교사가 되는데 아주 큰 영향을 미칠 것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다시 한 번 나의 타고난 인복에 감사하고 감동적인 인연들에 감사한다. 
“곱짜이 라이라이”  라~오쓰, 크로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