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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추천도서

<이달의 추천도서>

 

"자기앞의 "

 

이 상 엽 계장(학술정보서비스팀)

 

인종적으로 차별받는 아랍인, 아프리카인, 아우슈비츠에 끌려갔다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온 유태인, 버림받은 창녀의 자식들, 살아가기 위해 웃음을 팔아야 하는 창녀들, 창녀들의 아이를 돌보는 여자, 친구도 가족도 없는 노인, 한 몸에 여성과 남성의 성징을 모두 갖고 있는 성 전환자, 가난한 사람들, 병든 사람들, 살인자.... 모모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세상의 중심으로부터 이탈한,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그들 자신도 스스로를 소외시켜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힘들고 우울한 현실을 잠시나마 잊은 채 거꾸로 돌려보는 영화 장면에 빠져들던 14살 소년 모모. 모모는 에밀 아자르의 소설 <자기 앞의 生>에 나오는 주인공 소년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작년에 출간된 로맹 가리의 마지막 유작인 '마지막 숨결'을 읽다가, 평생 한 사람에게 한 번 밖에 수여하지 않는다는 프랑스의 콩쿠르 상을 이미 '하늘의 뿌리'로 수상했던 그에게 에밀 아자르라는 가명으로 두 번째 수상의 영광을 안겨준 작품이라는데 갑자기 끌려서 뒤늦게 읽게 된 소설이다. 모모는 몸을 파는 여인들의 아이들을 맡아 키우는 늙고 뚱뚱한 로자 아줌마 손에 세 살 때 이후로 맡겨져 10여년을 그녀와 함께 동거하고 있는 아이다. 유태인이라서 과거 아우슈비츠에 강제 수용된 끔찍한 경험이 있는 로자 아줌마와 부모가 누군지도 모른 채 학교 교육은 커녕 오히려 어린 나이에 차라리 모르고 지내는 게 더 나은 일들을 알고 자라는 아랍인 소년 모모는 불우하고 비참한 환경 속에서도 서로를 의지하고 상대방에게 최선의 것을 배려하며 생활한다.

 

한 인간을 더욱 그답게 만들고 충실하게 결정지을 수 있는 것은 낳은 정보다 기른 정 쪽일 거라는 생각이 들만큼, 서로가 서로에게 둘도 없는 인생의 동반자이자 단짝 친구로서 두 사람 사이에는 그 어느 누구도 끼어들 수 없는 정서적 동질감과 강한 결속력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미 삶이란 늘 따뜻하고 행복한 일로만 채워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현실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애늙은이 같은 모모가 다른 사람 같으면 쉽게 포기하거나 방치해버리고 싶을 힘들고 비루한 자신의 삶과 세상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성장해가는 과정은 슬프고 아리지만 눈물겹도록 아름답고 진지하며, 우리 앞에 놓인 삶과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은 이해와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만든다. 비록 소설 곳곳에서 특유의 날카롭고 냉소적인 시선이 느껴지지만, 작가는 소설 속 등장 인물들의 입을 통해 인생에 있어서의 사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모모에게 종종 삶에 대한 교훈과 깨우침을 주는 이웃의 하밀 할아버지는 '사람이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말하고, 그 누구보다 사랑의 본질을 제대로 일깨우고 실천하는 인물로 주인공 모모가 있다.

 

보살핌을 받는 입장이던 어린 모모가 뇌혈증으로 죽어가는 로자 아줌마를 돌보며 어렵게 결단을 내리는 대목에서 진실로 한 인간을 사랑하고 위한다면 진정으로 그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귀 기울이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해야할 거라는 생각과 함께 안락사나 존엄하게 죽을 수 있는 인간의 권리에 대해서도 더불어 생각해보게 된다.

Ajar, Emile, 지정숙 역, 자기앞의 생, 서울: 문예출판사,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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