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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추천도서

산, 바람, 하느님 그리고 나

동산도서관 운영위원회 위원 허정명(미국학과 교수)

우리가 이 거친 인생을 살아가면서 진정으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겉치레를 모두 벗어버린 순수의 인간, 아니 순수 자체인 인간이리라. 인간이 가장 순수해 지는 순간이 있다면 발가벗은 모습으로 자신의 하루를 되돌아보는 순간일 것이며, 그러한 순간을 문자화 해 놓은 것이 그 사람의 일기장일 것이다. 타인의 응시를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는 절대의 편안함을 맞이할 때 우리 인간은 비로소 “태초의 나”, “순수의 나”, “가장 내밀한 나”를 비로소 만나는 것이 아닐까?

타인의 일기라는 것이 우리로 하여금 “훔쳐서”라도 보고 싶도록 흥미를 유발하는 이유는 바로 이 순수함의 정수를, 발가벗은 그 사람의 내면을 볼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 아니겠는가.

『산 ,바람, 하나님, 그리고 나』는 30년이란 짧은 생애를 살다간 예비신부(가톨릭에서는 부제라고 한다)의 일기를 중심으로 엮어 간 유고집이다. 서울에서 신학교를 마치고 오스트리아의 인스부르크로 유학 가서 알프스 산을 등반하다 실족사한 한 젊은이의 흔적을 친구들이 편집 출판한 것이다.

나는 가톨릭 신자이지만 신앙 서적은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 온 몸에서 피가 철철 흐르듯 아픈데 나의 “몸”을 잊고 “영”만을 걱정하라고 인도하는 신앙서적 특유의 답답함 때문이었다. 김 정훈의 유고집이 눈에 뜨인 것은 그가 직접 스케치한 알프스 산을 표지로 한 때문이었다. 아마추어 냄새를 그대로 풍기는 거친 스케치 속에서 제목의 의미를 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나님” 부분이 약간 신경을 거슬리기는 했지만 그냥 눈감아 주기로 했다. 이리하여 나는 그를 만났다. 그가 죽은 지 2년만이었다.

“신부냄새(?)”가 전혀 없는 예비 신부와의 만남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모든 것에로 열려 있는 마음의 소유자인 그가 나의 폐쇄성을 깨닫게 했고 치유해 주었다. 내밀한 자신만의 고민을 스스럼없이 적어 내려간 그에게서 진정한 친구를 발견한 거대한 기쁨을 선물 받았다. 살아있는 어느 누구에게 받은 선물보다도 값진 것이었다.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순수 자체인 나를 만날 수 있는 길을 삶의 행적으로 보여주는 “영원한 총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김정훈, 산, 바람, 하느님 그리고 나, 서울: 성바오로출판사, 1986
도서관 청구기호: 811.46김정훈ㅅ(4층 어문학 보존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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